조문객/해연 안희연
아파트 단지 내 차로에 비둘기 한 마리
명을 다했다
무심히 지나친 차에 그만 절명한 거다
주변에 있던 동료들
황망히 빙 둘러 모여 애도하고
등 돌린 비둘기 한 마리는
가족인 듯 망연자실, 하늘을 쳐다본다
깃털은 하나 둘 스산히 바람에 날려
마지막 인사를 하고
조금 늦은 조문객은 슬픔에
공중회전하며 애도한다
지나가는 차량 경적음 소리가
애도식 종료를 알리자
조문객들 "조생무상" 허무함으로
황급히 자리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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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까치집 /해연 안희연
산달이 다가온 까치 부부
어차피 도시에서 사니
차세대 아기들에게 보다
적응할 수 있게 이곳에다 집을 지읍시다
해서 지은 집이 오피스텔 신축 공사장
기중기 갈고리 줄 달린 꼭대기 자리 잡는다
쇠 사다리 맨 위 단단하고 전망 좋은 곳
나뭇가지 부지런히 날라 뚝딱 지은 집이
남쪽문에 볕이 잘 들고 바람 통과 잘 되어
흔들림 없이 지은 집
오며 가며 올려다봐도 건재하다
도시의 야경과
밤하늘 반짝이는 별들의 이야기
아기 까치는 신비롭기만 하고
무엇보다 공사장 인부들에게
까치도 저 정도 집을 단단히 짓는데
부끄럽지 않게 지진이 나도 흔들림 없이
부실공사 0%로 다짐하게 하는 동기부여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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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하다 /해연안희연
싱크대 벽면 홈에 걸터앉은
참외 씨 하나
형제들은 이미 소화됐거나
배수구로 씻겨 내려갔을 때
오로지 좋은 유전자
남길 일념으로 뿌리내렸다
나이 탓, 눈도 침침해 그 덕에
용케 숨죽여 있었겠지
적당한 수분에 참을 인자
써가며 있었겠지
호기심에 화분에 옮겨 심으니
얼마 만에 떡잎이 올라왔다
알맞은 햇볕에 흙속에서
여린 몸, 밀어 올린 저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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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나무 장롱 /해연 안희연
20여 년 지기 대추나무 장롱이
울컥하며 작별인사를 한다
소중한 물건 옷가지
듬직하게 지켜주었더니
격하게 옷가지 물건들
거실 바닥에 다 쏟아 내놓고
매정하게 버리느냐며
명패 하나씩 걸고 간다
내일 이른 새벽이면
수거차에 실려 재활용 센터로 갈지
폐기처리장으로 갈지 모르는 운명
안에 귀중품들 넣어 두고
찰카닥 열쇠 쇳소리에 안심했던
매끄러운 표면에 조각된 소나무 가지
부부 새가 앉아 노래하고
묵직한 무게감이 든든했는데
장만한 장롱이 들어오기 전 정이 들어
한 번씩 두들겨 보니
나 아직 쓸만한데! 외치듯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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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 / 해연 안희연
행주대교를 지나는 길 하늘에
무리 지어 나는 철새들
겨울이 오기 전에 이동하는
철새무리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맨 앞 기수 깃발을 높이 들어 날고
그 뒤를 따르는 새들,
기수는 책임감에 날갯죽지 무거워 보인다
외롭고 고단해도 티를 낼 수 없고
중압감에 깃발을 내리고도 싶었을
기수,어느 날 혼잣말
다들 나만 봐라봐 ...
할 만큼 했다
때론 시름 섞인 한숨
그 어깨가 얼마나 고단했을까
식솔들은 각자 삶을 살면서도
그자리 지켜
대들보처럼 든든하게 있기를 바란다.
첫댓글 조문객/해연 안희연
아파트 단지 내 차로에 비둘기 한 마리
명을 다했다
무심히 지나친 차에 그만 절명한 거다
주변에 있던 동료들
황망히 빙 둘러 모여 애도하고
등 돌린 비둘기 한 마리는
가족인 듯 망연자실, 하늘을 쳐다본다
깃털은 하나 둘 스산히 바람에 날려
마지막 인사를 하고
조금 늦은 조문객은 슬픔에
공중회전하며 애도한다
지나가는 차량 경적음 소리가
애도식 종료를 알리자
조문객들 "조생무상" 허무함으로
황급히 자리를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