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한국성형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의사들이 매주 중국 출장을 다니고 있다.
조선일보 주간지 주간조선의 보도에 따르면 BK성형외과, 카이로스 등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의사들이 매주 중국으로 출장가서 상담과 수술을 진행하고 현지의 환자를 한국으로 유치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5대 성형외과 중 한 곳으로 불리는 BK성형외과 김병건 대표원장의 경우, 상하이와 베이징을 매달 각각 2회씩 오간다. 오는 5월 12일에는 상하이에서, 5월 26일에는 베이징에서 상담과 수술을 진행할 예정이며 6월 일정도 꽉 잡힌 상태이다. 오는 6월 23일에는 선전(深圳)에서 진료와 수술이 예정돼 있다.
김 원장과 이 병원의 공동 대표로 있는 신용호 원장도 거의 매주말 인천공항으로 향한다. 톈진(天津)으로 주로 출장가는 신 원장은 오는 18일 톈진에서 상담과 수술이 예정돼 있으며 전날인 17일에는 쿤밍(昆明)에서 상담과 수술이 예정돼 있다. 다롄(大连)과 정저우(郑州)도 주말이면 신 원장이 찾는 중국의 지방도시이다.
BK성형외과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원장님은 거의 매주말이면 중국으로 간다. 요즘 큰 성형외과들은 거의 다 이런 식으로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김병건·신용호 원장은 금요일 저녁이면 중국에 가서 토·일요일에는 현지 합작병원에 머물며 상담 및 수술을 하고 돌아온다. 이 과정에서 국내 수술을 원하는 중국 성형환자들을 끌어오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카이로스의원의 임종학 원장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주말이면 중국에 가는 성형의들이 50~100명 정도 될 것”이라며 “중국 갈 때면 공항에서 꼭 아는 얼굴 한두 명 정도는 마주친다”고 말했다. 안면 리프팅 분야의 권위자로 불리는 임 원장 역시 중국과 일본 성형면허를 갖고 있어 수술과 강의 요청으로 주말에 중국을 종종 찾는 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성형전문의는 “베이징과 상하이는 이미 (국내 성형의사들이) 포화상태다. 요즘은 정저우, 충칭(重庆), 청두(成都) 등 중서부내륙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에 출장 수술 갔다온 성형의사들의) 여독이 쌓인 월요일에는 가급적 이들로부터 성형수술을 받는 건 피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마저 업계에서 나올 정도다.
한국 성형의들의 중국행은 이미 업계의 공공연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성형의의 중국 진출도 비교적 쉬운 편이다. 한국성형관광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진 김영진성형외과 원장은 “중국에서 외국국적 의사는 ‘단기행의(行醫)허가증’을 취득하면 합법적인 상담과 진료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김 원장 역시 단기행의허가로 과거 자주 중국에 가서 진료를 보고 왔다.
‘단기행의허가’는 공급이 달리는 의료인력을 충당하기 위해 중국 위생당국이 1993년부터 시행한 제도다. “해외 선진 의료기술을 이전받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중국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 규정에 따라 ‘단기행의허가’를 취득한 외국국적 의사는 1년 갱신기한으로 현지 병의원에 머물며 중국 의사와 똑같이 환자들을 볼 수 있다.
중국인 성형환자들은 한국 성형의를 초빙하는 현지 병의원 측이 대개 모집해준다. 중국어와 한국어가 능통한 조선족 재중동포 중개인들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중개인들은 국내 유명 성형의들이 회원으로 있는 협회 등을 대리해 시장조사를 하고, 주말 성형출장 조건 등을 세부적으로 협의한다.
이후 현지 병원은 주말 성형수술에 들어가는 체재비와 진료보수를 한국 성형의에게 지불한다. 개별계약과 합작수준에 따라 건네는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성형수술이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중국에서 성형수술비는 항목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의 약 1.5~2배 수준이라고 한다. 위험 부담이 있는 절개수술의 경우 항목에 따라 10배에 달하기도 한다.
최근 한국 의사들은 소위 ‘점명비(点名费)’로 불리는 지명예약비도 별도로 받는 추세다. 예약비용은 건당 2~3만위안(360~540만원)에 달하기도 해 줄잡아 주말 성형수술에 따른 보수로 중국 현지 수술비의 50% 정도만 받아도 주말에 올리는 수입으로 괜찮은 셈이다.
이같은 규정을 무시하고 관광비자로 중국에 가서 진료를 보는 성형의들이 각종 의료사고를 일으킨 적도 있다. 김영진 원장은 “성형전문의 자격증도 없는 의사가 브로커와 짜고 성형의를 사칭해 중국으로 가서 얼굴에 칼을 댄 뒤 사고가 터지는 경우도 있었다”며 “중국행을 알선한 브로커가 중간수수료를 떼먹고 튀는 일도 있어 중국도 요즘 허가 발급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우리 의사들이 매주말 중국행 비행기를 타는 것을 두고 “아쉽다”는 얘기도 들린다. 의사들이 중국으로 직접 출장진료를 가는 대신 성형수술을 받길 원하는 중국인 환자와 보호자를 국내로 유치해오면 더 많은 부(富)를 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의료관광객 한 명을 유치할 경우 항공, 호텔, 식당, 쇼핑 등 유관산업의 생산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뒤늦은 메디텔(의료관광 호텔) 허용방침에서 보듯, 국내 의료관광산업은 이중삼중 규제로 태국보다도 한참 뒤떨어진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의료관광객은 모두 15만명. 태국의 의료관광객은 이의 17배에 가까운 253만명에 달한다. 의료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주말에 휴무하는 병의원이 태반이고, 메디텔 설립도 아직 지지부진하다.
코트라는 지난 4월 10일, 국제미용수술협회(ISAPS)를 인용해 “중국은 공식 집계된 성형수술 횟수 기준으로 미국, 브라질에 이어 세계 3위 성형대국”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성형수술 횟수 기준 전 세계 성형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중국은 7.1%, 미국은 21.1%, 브라질은 9.8%다.
코트라는 다만“중국에서 이뤄지는 성형시술의 70%는 무면허시술”이라며 “연간 부작용 사례만 2만건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한국식 성형수술은 대통령(노무현)까지 쌍꺼풀과 보톡스시술을 받은 것이 중국에 알려진 뒤 상당한 공신력을 얻고 있다.
중국 최대 성형정보 포털인 ‘우여우아이메이(无忧爱美)’는 한국식 성형코너까지 별도로 마련하고, 국내 성형외과 홍보와 예약까지 대행하고 있다. 한국의 규제와 중국의 수요가 맞물리며 성형의사들이 주말마다 서해를 건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 성형의사들 입장에서는 중국 현지 법인을 세우는 것보다 건당 보수를 받는 편이 위험부담도 덜하다.
의사들의 빈번한 중국행으로 선진 성형기술 유출이 염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강남에서 잘나간다는 성형외과는 거의 다 중국 현지 성형외과와 기술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BK성형외과는 지난 2월 베이징에서 이메이얼(伊美尓·에버케어)성형외과와 기술합작을 체결했다. 이메이얼성형외과는 중국 최대 성형외과 체인 중 하나로, SK그룹이 세운 베이징 SK애강(爱康)병원을 지난 2009년 인수한 당사자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봉봉성형외과도 지난 4월 27일 광동성 광저우(廣州)에서 한 중국 성형외과와 기술협력을 체결했다. 중국식 이름인 ‘방방(棒棒)성형외과’로 알려진 이 병원의 박성수 원장은 하이브리드 물방울 가슴 성형기술로 유명하다.
실제 중국의 성형기술 수준도 급속하게 치고 올라오는 중이다. 지난 6일 상하이 교통대(交通大) 의과대 부설 제9인민병원에서 성형 강의를 하고 온 임종학 원장은 “개업의들의 실력은 우리의 70% 정도 수준”이라면서도 “인구가 많아서 1년에 족히 2000번씩 얼굴을 당기는 등 임상경험이 풍부하다 보니 중국 종합병원의 성형기술은 우리와 거의 대등하거나 높다”고 말했다.
또한 “그간 중국 성형의들의 취약점으로 지적됐던 성형 후 끝마무리 기술 수준도 최근 급속히 개선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