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수에 전해 내려오는 애틋한 전설 한 토막, 강 주변에 살고 있던 까인강게스(Kaingangues) 인디오족은 응 보이(M’Boy)라고 불리는 뱀을 신으로 섬겼다. 흉칙한 이무기 응 보이는 잔인하게도 매년 한차례 아리따운 처녀를 제물로 받아야 잠잠하다. 응 보이는 강의 신, 세상의 신이고, 사나운 조폭 같은 지역신이다. 추장 이그노비(Ignobi)에게는 나이삐(Naipi)라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다. 그녀는 부족들의 부귀와 안녕을 위해 응 보이에게 바쳐질 인신 제물이다. 어여쁜 나이삐와 부족의 용맹스런 전사 따로바(Taroba)는 열렬히 사랑하는 사이다. 드디어, 나이삐가 응 보이에게 바쳐지기로 한 날, 비운의 남녀는 몰래 카누를 타고 도망친다. 죽을 힘을 다해 노를 젓지만 응 보이가 모를 리 없다. 분기탱천한 응 보이는 자신의 꼬리로 강바닥을 쳐서 강을 갈라놓는다. 악마의 무시무시한 목구멍 같은 폭포 아래로 떨어진 따로바는 폭포 주변에 무성한 야자수가 되었다. 나이삐는 하염없이 쏟아지는 거대한 물줄기에 온몸을 강타당하는 슬픈 바위가 되었다. 응 보이의 훼방으로 차마 이루지 못한 사랑을 안타까워하는 연인의 눈물이 이슬되어 떨어지는 곳이 이과수라고 한다.
▶ 푸에르토 이과수 버스터미널
▶ 버스터미널에서 이과수 국립공원을 왕복하는 버스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인솔자를 따라 푸에르토 이과수 버스터미널로 가 이과수 국립공원을 오가는 버스를 타고 이과수 폭포로 향한다. 인솔자는 버스표 두 장 중 한 장은 폭포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를 탈 때 꼭 필요하지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부탁한다. 버스터미널에서 이과수 폭포 국립공원은 가까워서 버스로 3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 아르헨티나 이과수 국립공원 입구
국립공원사무소에 도착해 일행 중 보트투어를 하지 않는 몇 분은 센트럴 역으로 가고 나머지 일행들은 걸어서 보트를 타기 위해서 강으로 가는 셔틀 트럭 승차장으로 간다.
▶ 선착장으로 가는 차를 기다리며
▶ 보트 선착장으로 가는 오픈 카
▶ 정글에서 본 유일한 동물 새
한참을 기다려서 보트투어 차량을 타니 9시30분이다. 이 차량을 타고 30분 정도 비포장 길을 달려서 내려간다. 차량이 내려가는 거리는 5.5km라고 하며 이 길의 이름은 Yacaratia Trail이라고 한다. 차량을 타고 내려가는 길 좌우는 아열대 정글을 이루고 있는데 이 정글을 통과하면서 보는 것을 그랑 아벤뚜라라고 한다. 뻥 뚫린 오픈 형 트럭으로 가면서 가이드가 영어와 스페인어로 이 숲 생태계에 대해 설명해 주는데 설명 들으랴 고개를 쭉 빼고 정글에 사는 동물 찾아보랴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정글을 통과하면서 우리가 본 건 새 뿐이다.
▶ 구명조끼를 입고 방수팩을 들고 보트에 승선하는 관광객
▶ 보트투어 가이드와 카메라 맨
트럭에서 내려 잠시 걸어가니 투어 회사 직원이 방수 팩을 나눠준다. 방수 팩에 옷과 작은 배낭을 넣고 조금 더 내려가니 구명조끼를 나눠 준다. 구명 쪼기 입고 선착장에서 보트에 오른다. 30명 정도 탈 수 있는 보트는 엔진과 조종석이 배 뒤 쪽에 있고 보트엔 보트를 조종하는 조종사외에도 안내와 안전을 위해 투어 회사 직원 두 명이 더 탄다. 보트에는 우리뿐만 아니라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도 같이 있는데 들뜬 표정들이다.
▶ 브라질 쪽 보트 선착장
▶ 다른 보트에 탄 관광객들
▶ 물살이 센 곳에 다다르자 속도를 높이는 보트
▶ 웅장한 폭포가 보이기 시작
▶ 달리는 보트안에서
보트에 오르면서 이과수 강을 보니 마치 가평 남이섬 부근 북한강에 온 느낌이다. 보트가 출발하고 속도를 높여 상류로 올라가니 물살이 점점 빠르고 거칠어진다. 바람을 가르며 폭포 쪽으로 올라가자 강가의 바위틈에서 작은 폭포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보트가 5분 쯤 달려 바위투성이인 지점에 다다르자 보트는 급격한 물살을 헤치고 올라가기 위해 출력을 높이고 보트 위로 물살이 튀어 올라 얼굴을 때리자 우리의 함성은 커지고 금방 옷이 젖는다. 보트가 폭포에 가까이 오자 물보라가 날리기 시작한다. 폭포를 배경으로 배에서 사진을 찍는데 전쟁이 따로 없다. 눈으로 보이는 곳마다 폭포가 보이는데 줄기 줄기가 아니라 눈앞에 보이는 것이 다 폭포이다. 장관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사실 남미에 오는 사람들이 이과수 폭포 때문에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그 명성에 걸맞다.
▶ 2층 폭포 안으로 들어간다
▶ 기분 짱!
▶ 폭포 샤워를 하고 나오는 보트
▶ 보트 투어를 마치면서
폭포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물살로 인해 보트도 출력을 더 높이니 물살은 이제 아예 퍼 붓는 듯하다. 색다른 액티비티를 즐기고 있는데, 저 멀리서 물 떨어지는 굉음이 들리며 폭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잠시 후 보트는 폭포 속으로 들어간다. 핸드폰이 물에 젖지 않도록 우비 깊이 넣는다. 와! 하는 함성도 잠시 폭포 물이 우리를 사정없이 때린다. 눈을 뜰 수조차 없이 옷을 입은 채 폭포 물로 강제 샤워를 당한 것인데 관광객들은 그걸 즐긴다. 선장이 Once More? 하니 모두 함성과 박수를 보내자 다시 한 번 폭포로 돌진한다. 우비를 입었지만 팬티까지 완전히 홀딱 다 젖는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아르헨티나에서 보는 폭포는 배를 타고 밑에서 보는 것과 폭포 위에서 보는 것 그리고 폭포 맞은편에서 보는 것으로 폭포를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천천히 보면 하루 종일 다니면서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보트 투어가 끝나고 트럭을 개조한 차를 타고 Cataratas 역 기차역 근처로 온다.
▶ 관광객의 가방을 뒤지는 꾸아띠
배에서 내려 폭포를 보면서 걸어 올라가면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매점도 있고 탁자도 있는데 탁자에는 스컹크처럼 생긴 꾸아띠라는 동물을 주의하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다. 점심식사를 하는 탁자 위에도 올라오고 탁자 밑에도 돌아다니는데 보기는 귀엽게 생겼지만 발톱이 무척 날카로워서 할퀴면 살이 패여 나간다고 한다. 또, 아이들이 과자봉지를 들고 있으면 재빠르게 낚아 채가기도 하는데 이과수 폭포 근처 어디에서나 보인다.
▶ 이과수 폭포 내 음식점
역 근처에는 식당들이 몇 곳 있지만 식당에서 음료수 대신 맥주를 사와 싸 온 과일과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는다.
▶ 악마의 목구멍으로 가는 꼬마열차를 타려는 인파
▶ 악마의 목구멍으로 걸어가는 길
▶ 꼬마열차를 타고 가는 관광객들
▶ 걸어가는 도중 이구아나도 보고
점심을 먹고 밑에서 보던 폭포를 위에서 보면서 악마의 목구멍이라는 폭포를 보러 가는 Cataratas 역에서 출발하는 조그마한 미니열차를 타려고 역으로 가니 열차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러다간 Upper 코스와 Lower 코스를 못 볼 것 같고 악마의 목구멍 입구인 가르간타 역까지 그리 멀지도 않아 철길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가기로 한다. 철길을 따라 걷다보니 철길 좌측으로는 숲 사이로 폭포로 흘러들어가는 강줄기가 보이고 걸어가는 사람들도 꽤 보인다. 미니열차는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는 빠르지만 속도가 그리 빠르지는 않다. 미니열차가 다니는 철길은 단선철로로 중간 중간 교행을 하기 위해 복선으로 된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 상행열차는 하행열차를 기다렸다 출발한다. 더운 날씨 탓에 땀을 흘리며 30분이 채 못 걸려 가르간타 역 앞에 도착하니 우리 일행 중 몇 분이 하행 열차를 타려고 표 받는 곳에 기다리기에 우리 것 6장도 같이 받아 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막상 표를 받고 보니 1시간 후 열차표다. 서둘러 악마의 목구멍을 다녀와야 할 것 같다.
▶ 악마의 목구멍 입구
가르간타 역에서 악마의 목구멍을 가려면 강물이 흐르고 있는 강 위에1km가 넘게 설치된 철제 다리를 걸어가야 하는데 입구부터 악마의 목구멍을 오가는 관광객들로 넘쳐 그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최대한 관광객들 사이를 헤치고 걸음을 독촉한다.
▶ 입구는 평범한 넓은 강이다. 악마의 목구멍으로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 무너진 다리
악마의 목구멍 쪽으로 걸어 들어갈 때까지는 넓고 얕은 강일뿐이다. 전에는 기차가 강을 지나서 브라질 쪽으로 연결되었는지 녹슬고 무너진 기찻길과 무너진 다리가 보인다. 어마어마한 폭포 소리가 귓가에 울리기 시작하고 관광객들이 꽉 들어 찬 걸 보니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악마의 목구멍을 볼 수 있는 전망대로 가긴 더 어렵다. 간신히 관광객들 사이를 비집고 전망대에 도착한다. 평소 관광객이 적으면 15분이면 올 수 있는 1km 좀 넘는 거리인데 20분이 좀 더 걸린 것 같다.
▶ 악마의 목구멍 앞은 인파로 바글바글
▶ 악마의 목구멍으로 쏟아져 내리는 폭포
▶ 여기서 한 컷
▶ 악마의 목구멍 주변은 물안개로 자욱하다
이과수의 압권은 U자형으로 떨어지는 악마의 목구멍(Gargante de Diablo) 구간이다. 폭 150m의 검붉은 물기둥이 가차 없이 떨어질 때 들리는 굉음은 지옥의 비명 같고, 음습한 물보라는 비린내처럼 코끝에 남아 미식거리는 구토를 유발한다. 지상의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한 기세로 물이 내리꽂혀 한참 바라보고 있자니, 저 물 속으로 제 몸과 영혼이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관광객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는 악마의 목구멍 위 전망대에서 간신히 자리를 잡고 기념촬영을 한 후 악마의 목구멍을 내려다본다. 이곳은 이과수 폭포 중에서도 가장 수량이 많고 깊은(높은) 폭포다. 말발굽 모양의 150m 폭에 700m의 길이, 82m 높이의 폭포로 어마어마한 물을 쏟아내고 있는 악마의 목구멍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폭포에서 이는 바람으로 물안개가 솟아올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옷이 금방 젖어 버리며 그 속으로 딸려 들어갈 것 같다. 악마의 목구멍을 1분간 보고 있으면 근심이 사라지고 10분간 보고 있으면 인생의 온갖 시름이 잊혀지며, 30분간 보고 있으면 영혼을 빼앗긴다는 말이 있듯 실제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와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보다 자살률이 높은 위험한 곳이라고 한다.
▶ 꼬마 열차를 타고 카타르타스 역으로
서둘러 인파를 헤치고 뛰다시피 해 가르간타 역으로 되돌아오니 역에는 이미 우리가 타고 갈 미니 열차가 들어와 승객들이 하차 중이다. 역 앞에 기다리는 관광객을 헤치고 역무원에게 표를 보여주고 간신히 열차에 오르니 이내 열차가 출발한다. 정말 간발의 차로 미니열차에 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