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교심사(下敎尋思)
*청원행사를 찾아가라.
유조혜능(六祖慧能) 대사가 천화(遷化)하기 전에 14세인 사미(沙彌) 동자승(童子僧)이 문하(門下)에서 수행하다가 임종 전에 물었다. 노화상께서 입적하시면 소승은 누구를 스승으로 삼아서 수행해야 되겠습니까? 하교(下敎) 가르침을 주십시오. 혜능 대사께서 심사(尋思)하라. 단 두 마디로 답을 하셨다. 이 동자승은 그 유명한 석두희천선사(石頭希遷禪師)이다. 혜능 대사께서 입적하시고 장례식도 다 마쳤는데 희천사미는 탑묘(塔廟) 옆에서 매일 해가 지도록 마른 나무토막 마냥, 좌선(坐禪)만 하고 있었다. 어느날 육조 혜능 대사 상족(上足) 제자인 회양선사(懷讓禪師가 보시고 희천 곁에 가서 물었다. 스님은 여기 앉아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네! 제가 이렇게 좌선하는 것은 선사(先師)님의 유계(遺誡) 때문입니다. 선사님께서 무엇이라고 했는가? 선사님께서 심사(尋思)라고 하셨습니다. 허~허~ 너는 선사님의의 말씀을 잘못 알고 있구나! 심사(尋思)는 공부 심사(尋思)가 아니고, 행사화상(行思和尙)의 가르침을 받으라는 말씀이다. 행사화상(行思和尙)은 선사님의 상족(上足) 제자인데 지금 청원산(靑原山)에서 법당(法幢)을 열어서 종풍(宗風)을 날리고 있다. 바로 너의 사형(師兄)이시다. 어서 찾아가서 지도를 받아라. 희천은 회양선사 말을 듣고 조계산을 떠나 청원산 정거사(靜居寺)로 가서 행사화상(行思和尙)께 공손히 인사를 드렸다. 행사화상이 물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며 어디서 왔느냐? 제 이름은 희천이라 하고 조계에서 왔습니다. 조계에서 왔다면 무엇인가 소득(所得) 한 바를, 가지고 왔겠지? 네! 그것은 조계에 가지전부터 있어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조계로 왔다 갔다 하였으며 또 여기로 올 필요가 있느냐? 그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조계를 가지 않았다면 어찌 잊어버리지 않음을 알 수가 있었겠습니까? 14세 사미승의 입에서 나온 답이 예사롭지 않다. 척 물으면 당처 자리에서 걸림이 없이 척 척 답이다. 행사화상은 큰 법기임을 아시고 준마로 탁마(琢磨) 이끄셨다. 어느날 희천이 행사화상께 물었다. 조계대사께서 화상을 알고 계십니까? 행사 화상이 묻는 희천을 향해서 그것보다 너는 지금 나를 알고 있느냐? 제가 화상을 안다면 조계대사는 어찌 화상을 알수가 있겠습니까? 오! 그래! 중각(衆角)이 많다고 하나 일인(一)으로 족(足)하도다. 희천 화상을 상족(上足) 제자로 인정한 선문답(禪問答) 선화(禪話)이다. 하루는 행사 화상이 불자(拂子)를 들고 희천에게 물었다. 네가 조계에서 왔다고 했는데 조계에도 이런 것이 있는가? 없는가? 희천이 대답했다. 조계는 그만두고 인도에도 없습니다. 그래! 너는 인도에 갔던 일이 있느냐? 네가 만일 인도에 갔드라면 그것이 인도에는 있었을 것입니다만,, 이런! 되먹지 않았다. 그런 대답은 답이 아니다. 자~ 다시 일구(一句)를 말해봐라? 큰 스님! 저는 조금도 일구(一句)를 아끼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반구(半句)라도 말씀해 주십시오. 그래! 나는 일찍이 너에게 거절하지 않았다. 그런데 후인들이 이것을 인식 부족으로 옳게 받아드릴 수가 없단 말이야! 희천이 말했다. 옳게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만 옳게 말하는 자가 없을 것입니다. 이때 행사선사께서 불자(拂子)로 희천의 머리를 탁! 때렸다. 희천은 확철대오(廓徹大悟)하였다. 옛 선원 조사님들은 이렇게 여법(如法)한 선문답(禪問答)을 통해서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전법(傳法)을 했다. 희천선사는 청원행사선사의 법을 잇고 남사 현악에 이르러 절 동쪽에 있는 큰 바위에다가 초암(草庵)을 짓고 살면서 석두선사(石頭禪師)라고 하고 제방에서 모여드는 제자들을 이끌면서 종풍을 떨쳤다. 저술로는 참동계(參同契)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