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종장의 마감 방식에 대하여.
시조의 종장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첫마디는 독립적인 말로 3자를 만들어야 하고 둘째 소절 역시 의미의 단락이 이루어지는 5~7자가 와야 하고 말미는 현재형 술어로 마감한다는 원칙이 있다. 요즘은 둘째 소절에 관형어를 두는 것도 허용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의미의 단락이나 <시조 명칭 및 형식 통일안>에서 말하는 구의 의미까지를 생각하면 정격에서 벗어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둘째 소절에 관형어가 오면 그다음은 반드시 체언이 온다. 구를 만드는 조건을 보면 이 체언까지 합쳐져야 의미의 단락이 생기므로 5~7자라는 일반적 형식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예 들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너의 손을 잡고 있다.”를 보면 의미의 단락이 생기는 곳은 ‘움직이게 하는 너의 손을 ’까지이다. 따라서 둘째 소절의 음수는 10자가 된다.
“먼 미래 올래길이 된 청동빛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둘째 소절의 의미 단락은 ‘올래길이 된 청동빛 사람들’까지로 음수뿐 아니라 구가 하나만 남게 된다.
종장 말미(끝)는 어떻게 마감되어야 하는가. 고시조는 모두 현재형 술어로 마감된 형태로 나타난다. 근대 시조에 들어와 말미를 체언으로 마감한 형태가 나타나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보조관념으로 쓰인 경우로 술어 격조사 ‘-다(이다)’가 음수를 맞추기 위해 생략된 경우이다. 또 도치법으로 된 경우도 체언으로 마감한 것처럼 보이나 이는 문장의 어순을 바꾼 형태일 뿐이다.
그러나 위 예문에서 “올래길이 된 청동빛”은 모두 사람들을 수식하는 관형어들이다. 관형어의 나열만으로 의미의 단락은 생기지 않는다.
필자가 이처럼 주장하는 이유는 시조의 정체성 때문이다. 시조의 전통은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다. 백 년 된 옛집을 헐어버리고 현대식 건물을 지으면 전통 가옥이란 말은 무색해지고 보존 가치는 없어진다.
현재형 술어로 마감하라는 의미를 잘 음미해야 한다. 글을 쓰는 시점이 바로 현재이기 때문이다. 또 천 년 후에 다시 읽어도 현재의 살아 있는 작품이 된다.
과거에 일어난 일이라고 해서 과거형 시제를 택하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고시조에는 단 한 수가 있는데 ‘~했다’가 아니라 ‘~했겠지’처럼 하여 과거를 회상 또는 추측하는 모양을 취하고 있다. 회상이나 추측은 현재형이다.
종장 말미를 다음과 같은 형태로 마감하면 정형 시조가 아니라고 본다.
⓵체언으로 마감하는 방식
⓶접속 조사로 마감하는 방식
⓷여운을 남기는 (....)으로 마감하는 방식
⓸용언의 활용 어미 “-며, -을, -고서,- 면”
⓹과거형 시제
이런 마감 방식은 모두 정체성에 어긋나는 마감 방식이다. 단 도치법인 경우는 예외이지만 이 경우는 어순만 바뀐 형태이므로 정체성을 벗어나지 않는다.
작가의 편의에 따라 자유시의 모양새를 택하는 방식은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전통 시조의 아름다움은 형식을 준수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시조에 관한 어떤 질문이든지 문의해 주시면 제가 아는 범위내에서 답면해 드리겠습니다.
첫댓글 고문님!
시조 명강의 배람합니다.
종장의 마감 방식, 강의 공유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