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인터뷰 준비로 이것저것 부탁했다.
"내일 선생님 만나뵐 때, 배운 것 감사한 것 적을 수 있도록 예쁜 종이랑 펜 챙겨와줄래?"
"인터뷰를 위해서 우리가 질문 같이 적은거, 대본으로 적어와줄 수 있어?"
아이들에게 부탁하면서도,
나는 아이들을 온전히 믿지 않았다.
혹시나 종이나 펜을 안가져오면 어떡하지..
대본을 안써오거나, 출력해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아이들이 안해오면 내가 해서라도 구색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아침에 미리 대본을 출력하고,
아이들 몰래 펜과 종이를 챙겼다.
그러나 아이들은, 내가 한 이야기를 기억하고 모든 걸 해왔다.
나를 보자마자,
"선생님 저 대본 써왔는데 봐주세요. 많이 수정하지는 못했어요"
"선생님 저 색연필을 세트로 들고왔어요!"
그 아이들을 보며 반성했다.
챙겼던 펜, 종이, 대본을 감출 수 밖에 없었다.
아
내 역할은 아이들을 끝까지 믿는 것이구나.
의심하거나 미리 대비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실수하더라도 그 아이들을 끝까지 믿고 늘어지는 것이 나의 역할이구나 싶었다.
나의 이상과 주안점은 구색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활동이 당사자의 사람살이이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인터뷰를 끝내더라도, 그것이 당사자의 자주성을 해치는 일이라면 잘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앞으로는 끝끝내 믿어야겠다.
아이들에게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아마 내가 아이였어도, 그런 선생님을 더 좋아했을 것 같다.
2024년 7월 23일 화요일, 최하영.
첫댓글 아이를 믿어주고
아이에게 신뢰 받는 선생님.
최하영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