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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7일(토)~(24일째... a Faba~ Triacastela: 26.1km
순례자숙소: Xuant de Galicia, 공용 알베르게 6유로)
아침햇살이 가득하다.
오색의 색감이 참으로 곱다.
필력의 모자람이 안타까울 뿐이다.
'La Faba' 마을을 떠난다.
오늘도 계속 이어지는 산 중허리 오르막이 만만치가 않을 듯 하다.
정상까지 거의 1,500m여의 산중을 걸어야 한다.
이제 '산티아고'까지 130km 정도를 남겨두었다.
어느새 24일째...
점점 가까워 지는 길의 짧음 이건만 묘한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언제 이렇게 걸었지...
정말 끝이 보이기는 하는걸까...
근데 마음 한켠에 느껴지는 아쉬움이랄까 허전함은...
아니면 그곳 산티아고 '오브라이도' 광장에 서있는 내 모습의 설레임...
머리속에 떠오르는 오만가지 생각이 오락가락 한다.
어제 저녁 'La Faba' 마을을 오느라 무척이나 긴장하고 힘들었건만...
밝은 햇살에 기분이 상쾌하다.
청아한 새소리까지 간간히 들려오니 더 더욱...
바람결이 선선하다.
산 아래로 펼쳐지는 늦가을 풍경이 아름답다.
디카속 세상으로 담아내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
카미노 길의 오감(五感)을 자극하는...
'GALICIA' 지방으로 들어서는 표지석 문양이 화려하다.
카미노 동선이 좌측으로 이어진다.
이제 '산티아고'로 들어가는 본격적인 길목이기도 하다.
한시간 반여를 걸어(4.9km) 산꼭대기에 위치한 'O Cebreiro'에 도착하여 생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잠시 쉬어간다.
산 정상이라 안개 자욱하다.
그곳 풍경을 담아내지 못해 아쉽다.
산 아래로 내려오는 초록풍경이 화사하다.
평온한 목가적 풍경이 곱게도 그려져 있다.
길에서 만난 카미노 여인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서로 웃음가득 인사를 나눌 수 있으니 한편으로 신기하기도 하다.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 서로 같은 마음이기에!
길이 이어진다.
울긋불긋 물들은 가을이 사뭇 농익어간다.
고운 날이다.
산아래 저 길에도...
이곳은 '알토 데 산 로께'... 해발고도 1,300m의 높이이다.
한 순례자 동상이 바람을 부여안고 서쪽을 향해 발걸음을 멈춰 서 있다.
성인 '야고보'... 그 역사적 이야기의 의미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 두기로 하고...
그곳에서 미국 '워싱턴'에서 왔다는 '롤라'와 '엘카' 자매와 한장의 사진으로 추억을 남겼다.
예쁘고 조금은 수줍음 타는 동생 '엘카'와는 달리
언니 '롤라'는 상냥하고 밝은 그야말로 미인의 표상인 듯 하다^^
길 건너편...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있다.
나를 보더니 국적과 이름을 알려 달란다.
그리 못할것도 없어 'South Korea, Seong Kwan'이라고 썼더니...
고맙단다... 각국의 카미노 친구들의 싸인이 메모지에 빼곡하다.
캐나다로 돌아가서 '산티아고' 여행기를 펴낼 예정이란다.
어쩌면 그 책속에 내 이름도^^...
어디 쯤일까...
'La Faba' 마을에서 세시간 여를 걸어오니(10.6km) 멀리 'hospital da condesa' 마을이 보인다.
동네에 들어서니 작고 아담한 풍경이 동화속 예쁜 그림을 닮아있다.
물 한모금 목을 축이고 동네를 빠져나오니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게다가 자갈길이라 여간 힘든것이 아니다.
어깨의 중압감이 무겁다.
한 발자욱 한 발자욱 느릿느릿 언덕길을 올라서니 여러명의 카미노가 그곳 바(Bar) 밖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박수를 치며 반갑게 맞아준다.
멕시코에서 온 낮익은 여자 카미노 얼굴도 보인다.
어찌 생맥주 한잔을...
기막힌 맛이다^^
10여분도 정도 있으려니 '롤라'와 '엘카' 자매가 힘든 표정으로 올라선다.
화이팅!
먼저 작별인사를 하고 길을 떠난다.
그곳 바(Bar) 여 주인장이 이제는 계속 내리막 길이라며 '부엔 카미노!'..
지금 이순간 이 길에서 내가 무엇을 더 바래랴...
파란하늘... 포근한 햇살... 저 흙길을...
어느 시인의 시상(詩想)을 오롯이 빌릴 수만 있다면...
'포이오(Alto do Poio, 해발1,335미터)' 고개에서 한시간여를 걸어(3.5km) 도착한 'Fonfria' 마을...
'까꿍'하는 소리에 아기도 엄마도^^...
잘 생기고 귀여운 모습에 나그네도 덩달아...
너른 목초지에 목에 매단 종소리를 울리며 풀을 뜷는 소들의 한가로운 풍경이 평화롭기만 하다.
저너머 작고 아담한 마을이 옹기종기 처마를 맞대고 있다.
깊고깊은 산골에는 누가 살아가나요...
부부인 듯... 동행의 여정이 아름답다.
가을햇살 따스하다.
걸어걸어 오후 3시 반경에 도착한 Triacastela 초입(9.2km)...
허스름한 동네 풍경이 왠지 정겹기도 하고...
조금 더 걸어와 공용 알베르게가 있는 곳을 물어보니
바로 길가 옆 잔디가 넓게 펼쳐진 자그마한 두채의 집이 보인다.
그런데 이게 웬걸...
알베르게가 옆면으로 보여 작게 보였는데 실은 꽤 크고 새로 지은 곳이라
아주 깨끗하고 아담하다.
숙소 우측으로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빨래걸이 역시 널직하게 긴줄을 여러개 새워 놓았다.
너무 마음에 든다.
시트 카바와 배개까지 건네준다.
여태껏 묵었던 알베르게 중에서 최고인 듯 하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하고선 송송 가을 햇볕에 널어놓으니
기분 역시 최고이다^^
저녁 무렵 숙소 길 건너편에 있는 바(Bar)에서 간만에 시킨
'비프스테이크'가 양도 많고 푸짐하다.
맛있다. 배부르다. 시원한 생맥주 한잔까지 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처럼만 하여라^^...
날이 곱게도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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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걷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