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호스피스 병동에 근무하면서 내일보다는 오늘이, 잠시 후보다는 지금 이 순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없을지 모르는 내일을 위해 오늘은 없는거나 마찬가지인 삶을 살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실을 수 없는 것을 가지기 위해 안간힘 쓰기보다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을 간직한 채 돌아오지못할 강을 건너는 쪽배를 타면 좋을 것같다. 실로 내가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이 육신이란 여행가방 안에 깃들었던 내 영혼을, 절대 기만할 수 없는 엄정한 시선, 숨을 곳 없는 밝음 앞에 드러내는 순간이다. 또한 좋은 죽음이 좋은 삶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좋은 삶은 좋은 죽음을 상상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로마말이다. 남는 사람이 떠나는 사람의 인생을 함께 돌아봐줄 때, 떠나는 사람을 위해 아낌없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줄 때, 비로소 웰다잉, 마지막 상자 쌓기가 끝난다. 죽어감이 3주일 정도로 길어지면 환자가 기다리는 사람이 있거나 떠나지 못할 한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먼 친척과 소원해진 지인들을 불러 이별 인사를 건네게 한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모습으로 죽을지 알 수 없지만 인생의 마지막 상자를 쌓는 웰다잉은 남는 사람들의 역할이 더 큰 것 같다. 그리고 진정한 메멘토 모리는 자신의 마지막 상자를 준비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상자를 쌓아주는 일에서 시작된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죽음을 기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김여한(호스피스 의사)저 ‘천번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포레스트북스 펴냄) 중에서 -
"어느 의미에서 우리의 삶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기간을 소비하면서 죽어 가는 것이다. 살아가는 연습도 중요하지만 죽어가는 연습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주어진 삶을 성실하고 아름답게 살지만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 의연함을 가져야 할 것이다."
- 오강남(캐나다 리자이나대학 종교학 교수) 풀이 노자원전 '도덕경'(현암사 펴냄) 중에서 -
"실존으로서의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가질 수밖에 없는 인간적 제약의 끈에 매달려 살아가는 것, 특히 죽음을 '현해(縣解)’로 본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렇게 숙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므로 거기에서 벗어나는 것을 ‘매임에서 풀리는 것(縣解)’이라 표현한 것이다. 때문에 죽음을 계절의 변화와 같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 오히려 죽음을 극복한다는 이야기이다. 순명(順命)이요, 안명(安命)이요, ‘아모르 파티(amor fati)’이다.”
- 오강남(캐나다 리자이나대학 종교학 교수) 풀이 ‘장자’(현암사 펴냄)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