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카페 프로필 이미지
맛있는 여행 - 맛집 정보
 
 
 
 

카페 통계

 
방문
20241022
12
20241023
2
20241024
21
20241025
3
20241026
11
가입
20241022
0
20241023
0
20241024
0
20241025
0
20241026
0
게시글
20241022
0
20241023
0
20241024
0
20241025
0
20241026
0
댓글
20241022
0
20241023
0
20241024
0
20241025
0
20241026
0
 
카페 게시글
┗ 해외 여행후기 스크랩 나의 다이빙 로그- 6,358회째 천국 문턱에서 빛을 보았다.
찰카(윤병대) 추천 0 조회 235 16.07.14 17:03 댓글 5
게시글 본문내용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너무 요란스러워 새벽잠을 깼다.

아니지 어제 밤에 들이부은 필리핀 브랜디 엠페라도(Emperador) 덕분에 갈증이 나서 였겠지~

사랑 그 까짖것이 뭐라고~~~”

도대체 얼마나 마셨는지 기억이 없다.

 

테라스 앞쪽 검게 드리운 바다 저편에 여명이 밝아오는 것이 보였고

얇은 새벽빛 너머로 굵은 빗줄기가 보이자,

나는 머리에 샴푸를 붓고 공중샤워라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런 허망한 생각을 하는 것은 필시 알콜부족에서 오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 믿기에

급히 산미구엘(San Miguel)을 목구멍으로 들이밀었다.

역시~ 잠시 마음에 평온이 찾아왔다.

 

 

나의 부산떠는 소리에 잠을 깬 친구가 눈 비비며 건네는 첫마디는괜챦나~”였고,

그 다음 들려온 말은아침부터 또 술이가~”였다.

이 친구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한지는 몇 년이 되었지만 물속 구경은 이제 겨우 6번째라는,

경력이 일천한 친구가비 이렇게 오는데 다이빙 하겠나~”라고 하길래,

나는 퉁명스럽게 받아줬다물속에는 비 안오거든~”

 

이번 다이빙 팀을 이끄는 리드강사 파도소리님이

오늘 첫 다이빙을 막탄 마리곤돈 케이브 (Marigondon Cave)로 간다고 하네.

지금껏 세부(Cebu)에서 수많은 다이빙을 했었지만 막탄(Mactan)섬에 이런 동굴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기억을 더듬어 보니 수년전 양키들이 동굴입구에 가면 그 곳에서 사고를 당한 강사들 비석이 있고

어떻고 저떻고~ 하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든 기억이 나긴 한다.

그때는 어눌한 영어 실력으로거기가 어디냐~’고 물어 볼 수도 없고

필리핀 어디에 그런 곳이 있겠구나 생각만 했었다.

 

그런데 진행을 하는 가이드(Guide)분이

친구에게 다이빙레벨(Diving level)이 맞지 않다며동굴에 같이 갈 수 없다라고 하네~

우라질~ ‘우리팀 다섯명 중에 강사가 3명인데 뭔 걱정~’내가 손잡고 간다고,

걱정은 리조트에 두고 배만 타라고 안심을 시키고는 여유로운 출발을 했다.

 

 

 

바다 수면은 장판이고 물색은 눈부신 에메랄드빛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미끄러지듯 방카보트가 바람을 가르고 3분도 안되는 거리에 세워졌다.

모든 것이 느긋하다~

친구는 수심 38m라는 말에 조금은 긴장한 표정으로 혹시나 짐이 될까봐

자기는 배에서 쉴 테니 우리끼리 갔다 오란다.

가이드는 내 눈치를 살피다 먼저 입수를 하였고,

나는 친구에게 아무걱정 말고 내 손만 잡아라 말하고 장비를 챙겼다.

 

장비를 매고 입수직전에도 친구는가도 괜챦겠냐며 한발 물러섰지만,

사나이 자존심인생 뭐 있나~’

입에서는 습관적으로“BC에 바람 넣고~ 호흡기 입에 물고~ 공기 잔압 체크하고~......”

장비체크가 끝나고 그대로 수면의 정적을 깨고 친구가 입수를 했다.

 

나는 다이빙 강사다~,

그것도 30년이 넘는 다이빙 경험을 가진 프로 강사다~

지구상 수많은 다이빙 사이트를 다녔고,

필리핀 바다는 물빛만 봐도 훤히 꾀 뚫어 보는 능력을 가진 최고의 강사다.

아직 입에서는 어제마신 술 냄새가 나긴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술쿠버 강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충 잘~...... 공기체크를 하고

마치 바다가 손짓하며 부르는 듯 그렇게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때 알았어야 했다,

눈치 없는게 인간이가~

그 손짓은 바다가 한 것이 아니고, 저승사자가 나를 데리러 왔었다는 것을...

 

 

 

어제까지만 해도 버벅~되든 친구는 입수가 순조롭다.

저 아래 햇살커튼이 드리워진 곳에서 버블이 밀려 올라오는 짙은 검푸른 곳에 동글 입구가 보인다.

일단 수심을 체크하기 위해 게이지를 당겼더니 수심 15m 공기 잔압계 바늘이 춤을 추네~

숨을 들어 마시면 50Bar 가까이 당겼다가 내쉴 때는 다시 U턴해서 200Bar로 복귀 하며 혼자 놀고 있다.

이놈이 내가 술이 들 깼다고 놀리는 겨~ 아님 20년 가까이 사용했으니 늙어서 꾀병을 부리는 겨~

에구~~ 돈 들어 갈일만 남았네~ 하면서 일단 친구에게 게이지를 보여줬다.

근데 이 친구 내가 왜 게이지를 보여주는지 모르는지 본인 게이지를 자꾸 보드니 나에게 보여준다.

그렇지 내가 뭘 더 바래~ 그냥 내려가자고 수신호를 하고 아래로 아래로~

 

22m 지점에서 동굴 진입을 준비하는 박사장님을 만나 다시 한 번 게이지를 체크하니

조금 전보다 바늘이 더 요동을 친다.

직감적으로 이건 고장이다 생각하고 그래도 공기는 나오니까~ 친구 손을 잡고 동굴 입구로 빨려 들어갔다.

 

 

 

바로 그때였다.

저승사자가 이미 내 목덜미를 잡아챘는지 호흡기를 빠는데 힘이 들어간다.

공기고갈을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느낌 아니까~~

뻑뻑하게 억지로 빨리는 기분 더럽게 나쁜 그 느낌~

마침 파도소리님이 눈앞에 보이 길래 게이지를 눈앞에 들이밀었다.

춤추는 바늘을 보드니 고개를 갸우뚱~ 하며 내 눈을 쳐다 보네~

일단 친구 손을 파도소리님 손에 쥐어주고 혼자 바닥으로 내려갔다.

수심 35m ~ ~ 좀 힘겹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오든 공기가 완전히 뻑~ 이다.

무슨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어제 저녁 술자리에서 지난주 이곳 마리곤돈 케이브 17m 수심에서 사고를 당해

한 명이 천국으로 갔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도대체 왜 그 수심에서 사고를 당했는지 이유를 모른다고 했다.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이 도망만이 살길이다~

사정없이 오리발을 차며 위로~ 위로~

정신이 멍~ 해 오고 숨이 목 까지 차오르며 가슴이 답답하기 시작했다.

손에 든 게이지를 보니 아직 수심 20m

 

호흡기를 힘껏 빨아도 공기는 없다.

가슴이 쪼여오며 따갑다는 느낌과 갈증이 난다.

그 순간에도 머리 속에서는

그 동안 나의 수많은 경험들과 다이빙 기술들이 몇 번의 시뮬레이션 된다.

일단 공기대신 물이 입속으로 밀려들었다.

꿀꺽~ 꿀꺽~

그래도 호흡기를 뱉으면 안되~ 웨이트 밸트를 풀까~

아니 아직은 아니야~

한 번 더 오리발을 힘껏 차며 위를 향했다.

 

올려다보는 수면의 햇살이 푸른색에서 하얗게 옅어지더니 포근하게 다가온다.

더는 힘들다 암벽 등반이라도 하는 듯 절벽을 한참이나 기어올랐는데

게이지를 다시 보니~ 수심17m

겨우 3m를 더 올라 왔네~

~ 어제 말했든 그 수심~ 그래~ 여기가 내 인생의 종점이구나.

 

그랬다.

이미 저승사자는 내 손을 잡고 구천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대로 가면 필리핀 바다에 버려져 만약 시신을 못 건져내면 실종처리 될텐데~

그럼 실종선고 받을 때 까지는 내 보험은 못 받을 거고 가족들은 우째 살아~

이놈들아 나는 가도 네 들은 살아야지~

보험타서~ 밥은 먹고 살아야지~

일단 절벽에 붙어 산호뿌리를 힘껏 거머쥐었다.

 

 

 

가자~ 편히 가자

늘 바다에서 죽고 싶다~ 라며 입버릇처럼 이야기 했었는데~

내 죽거든 바짝 잘 구워서~ 보드랍게 매매갈아~ 바다에 뿌려 달라고 했었는데~

꿈은 이루어진다.

대~한민국 짜작짝~ ~~

그렇게 포기하고 마지막으로 하늘을 한 번 더 보자며 호흡기를 뱉고 고개를 쳐들었는데~

 

아뿔싸~~

아직 내가 천국에 가기엔 할 일이 너무 많이 남았어~

더럽고 시끄러운 이승에서 열심히 뺑이~치며 일하라고~

염라대왕이 저승사자에게 카톡이라도 보냈는지 입안으로 옥토퍼스가 밀려들어왔다.

 

그의 본능적으로 힘껏 빨았다.

물 한 모금 꿀꺽~ 시원하고 맛있는 공기가 쏴아~~ 밀려들어온다.

폐 속으로 서릿발처럼 파고든 공기는 혈관을 통해 온몸 세포 하나하나에 LTE급 속도로 공급되고~

세포들이 이젠 살았다는 만세소리가 귓전을 때리는데~

우째~ 호흡은 더 가쁘고 호흡기를 정신없이 빨고 있지만 가슴의 통증은 더 심하고 답답함도 더해오고~

이건 산게 산 것이 아니여~~

기침도 나고 정신도 없고 일단 물 밖으로 나가야 산다.

일단 살자.

 

 

 

어떻게 수면으로 올라 왔는지 기억이 없다.

물 밖 공기가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세상 어떤 산해진미가 이렇게 좋은 것이 있단 말인가.

그러니까 게을러서 죽는다는 말이 맞네~ 숨만 자주쉬면 사는 걸~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안정을 되찾았고~ 그때서야 나에게 옥토퍼스를 물려준 사람 얼굴이 보인다.

박사장님 고맙습니데이~~

 

게이지를 보니 아직 공기가 170Bar나 남았다.

어라~ 이건 뭔 개 같은 경우야~

박사장님에게 공기통 밸브가 열렸는지 보고 다시 잠그고 열어 보라고 했다.

~ 공기통 밸브가 잠겨 있다네~

우째 이런 일이~

박사장님은 일단 배로 올라 가쟌다.

 

아니지~ 사나이는 죽어도 사나이 돔은 썩어도 돔

다시 들어가자며 하강을 시작했다.

손에 게이지를 잡고 뚫어져라 보면서~

수심이 떨어지는데도 잔압계 바늘은 아까 맹키로~ 춤을 안추네~

그럼 그렇지 고장은 아닌 가비여~

 

동굴 입구에 다다르니 다들 열심히들 똥 폼 잡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내 참~ 이 장면에서 내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설명 해 줄 수도 없고~~

 

동굴 바닥 한 귀퉁이에 몇 개의 십자가와 비석들이 보인다.

찬찬히 살펴봤다.

박혀있는 다이빙라이센스에 일본 이름이 적혀있고 사이판으로 되어있다.

나 보다 먼저가신 선배님은 멀리서도 오셨네~

좋은데 가셨겠지~ 낮 모르는 이방인이지만 잠시 머리 조아려 명복을 빌어드렸다.

~ 나도 오늘 여기에 비석 하나 세울 뻔 했는데~

찰카야~

니 앞으로 좀 잘하자~ 으이~

 

 

 

그래도 다녀간 흔적이나 남기기 위해 몇 장의 기념사진도 찍고

놀란 가슴 진정이 안된건지 동굴 안으로는 들어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래~ 다음에 또 오면되지~

그렇게 저승 문턱에서 도망 나온 다이빙을 끝내고 출수해서 보트로 돌아왔다.

 

왜 그랬을까?

딱 한마디만 할께요.

여러분 필리핀의 황제 다이빙에 익숙해 있습니까?

입수 전 본인 장비체크는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필리피노 보트 맨이 세팅해준 장비를

아무 생각없이 둘러매고 그냥 냅다~ 바다로 뛰어 들고 있습니다.

 

~~ 물론 아닌 분들도 있습니다.

열심히 배운 대로 체크 잘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죠~

그분들 빼고 나머지 분들

 

제 말이 뭔 말인지 아시죠?

 
다음검색
댓글
  • 16.07.14 18:02

    첫댓글 바쁜 와중에 손에 땀을 쥐고 읽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제 예상이 맞았네요.....

    저도 예전에 씩겁했어요 덜 잠궜는데 빨아보니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내려갔는데 진짜 갑자기 15미터에서 콱 막힙디다
    레귤레이터 쓰바 더럽네 고장났나 싶어 무감압으로 열라 치고 올라오는데 내 속도 모르고 주변 강사들 장난치면서 잡는거 있죠?
    내 눈보더니 보조호흡기 물려주데요
    아글쎄 공기조금 아껴보겠다고 잠궈놨는데 그게 말썽을 일으켰잖아요 ㅋㅋㅋ
    진짜 조심해야합니다~

  • 작성자 16.07.14 18:11

    아이구~ 선배님 ㅋㅋㅋ

  • 휴......정말 큰일날뻔 했네요....

  • 16.08.02 12:57

    글 읽는 내내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 17.10.03 20:40

    잘 읽었습니다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