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흘산은 38선을 훨씬 지난 경기 포천시 이동면 도평리에 숨은 듯 솟아있다. 빼어난 계곡, 부드러운 능선, 웅장한 바위가 삼위일체를 이룬 볼 만한 「초여름산」이다.아담하고 얕은 3km의 물줄기가 흡사 처녀지를 방불케하는 각흘 계곡은 주변 경관속에 파묻혀 고요히 흐른다. 그래서 이곳을 찾은 산악인들은 흔히 『속세를 벗어나 수도의 길을 걷는 기분』이라고 비유한다.
갈비촌으로 유명한 이동을 지나면 도평리 3거리. 백운계곡으로 가는 길과 각흘산으로 가는 두갈래 길이 나온다. 좌측 김화 방면 길을 따라 7㎞를 가면 각흘산 등산로 입구인 수양관 앞. 수양관 맞은편 간이주차장에서 채 5분도 안걸려 시작되는 각흘계곡은 초입부터 장관을 이룬다. 아찔한 직벽이 눈앞에 성큼 다가서고 그 뒤로 뾰족한 각흘봉이 손에 잡힐 듯 솟아있다. 계곡으로 들어서면 우렁찬 물소리를 내는 폭포수가 시야에 들어온다.
폭포를 지나 500m 가량 가면 산판길. 산판길은 곧 끝이 나고 싱그러운 풀내음이 물씬 풍기는 계곡길로 접어들게 된다. 계곡길을 따라 400m 정도 들어가면 20여m 길이의 와폭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더위를 쫓는다. 와폭을 지나 잠시 숲터널 길을 걸으면 200여평 넓이로 펼쳐진 억새풀지대가 나타난다. 이곳을 뒤로 하고 하늘을 가린 노송과 굴참나무 사이로 계속 전진해가면 시야가 탁 트이면서 웅장한 암봉이 나타난다. 등산로는 암봉 사이로 나있어 두 손과 발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 마지막 난코스를 통과하면 바위로 이뤄진 각흘산 정상이다.
적송이 군락을 이루는 정상에 서면 경기와 강원 철원 일대의 크고작은 산들이 한눈에 들어와 시원하고 장쾌하기 이를 데 없다. 좌측으로 능선을 길게 빼고 서 있는 광덕산과 백운산, 국망봉이 보이고 명성산과 용화저수지, 신철원 평야도 보인다.
하산할 때는 서남쪽 능선을 탄다. 30분쯤 내려오면 갈림길. 시간이 허락하면 서쪽 765m 고지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왼쪽 각흘계곡으로 방향을 잡는다. 30분 가량 하산하면 처음 지나쳤던 3거리가 나오고 계곡길을 따라 내려오면 처음의 수양관이 다시 나온다. 총산행은 3시간 30여분 가량 소요된다.
출처:한국의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