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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욕에서 가족 사랑을
여국동
서천 국립생태원을 자녀들과 함께 여행한 적이 있다. 그때 큰며느리가 “부모님을 꼭 해외여행 보내드리고 싶습니다.”라며 뜻을 밝혀왔다. 아내가 웃으며 “나는 일본에 가서 온천욕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큰아들이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여행을 준비했으니 날짜를 맞추라고 한다.
아내와 함께한 국외여행은 오래전 가졌던 태국 여행 이후 두 번째다. 직장에 다닐 때는 업무 때문에, 퇴직 후에는 여러 사정으로 여행을 떠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자녀 내외와 함께하는 국외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뜻깊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스케줄을 정리해 가며 여행 날짜를 기다린다. 그런데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고, 현지에는 눈이 많이 내려 겨울 같은 날씨라는 일기예보가 들린다. 마치 초등학생이 소풍을 기다리던 때처럼 마음이 설레고 들뜬다.
2025년 3월 21일 금요일, 기다리던 여행이 시작되었다. 출발 당일 새벽 6시까지 청주공항에 도착해야 하기에 큰아들이 대전 자기네 집에서 하룻밤 묵자고 하여 전날, 아들 집에서 하룻밤을 잔다. 새벽 3시 반, 공항으로 향한다. 출국 수속을 마친 후 공항 로비에서 집에서 준비해 간 도시락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
7시 50분 청주공항을 출발한 Aero-K 항공기는 약 2시간 날더니 일본 신치토세 공항(New Chitose Airport)에 도착한다. 공항에 내려 JR 열차를 타고 삿포로역으로 이동해 거기서 점심을 먹는다. 식사 후 예약한 버스를 타고 조잔케이 온천마을의 시카노유 호텔(HOTEL SHIKANOYU)로 향한다.
약 1시간을 달리니 조잔케이다. 산골짜기에 자리 잡은 아늑한 온천 마을. 시코쓰·도야 국립공원 계곡에 자리한 이곳은 150여 년의 역사를 지닌 홋카이도의 대표적인 온천지라 알린다.온천에서는 나는 아들과 함께, 아내는 며느리와 함께 목욕을 하며 오랜만에 가족과의 여유로운 시간을 맞는다. 온천물에 몸을 담그니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말끔히 풀리는 듯하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편안해진다. 또한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다. 실내 곳곳에서 온천수가 솟아 나온다. 온천장의 건물은 오래되었지만 잘 관리해 우리나라 온천보다 온천 역사와 문화가 깊고 전통 또한 길다는 걸 알게 된다.
둘쨋 날이다. 새벽에도 온천욕을 즐긴 뒤 아침 식사를 하고 호텔을 나선다. 예약한 버스를 타고 다시 삿포로 시내로 이동하니, 산과 들이 아직도 하얀 눈으로 덮여 있지만 봄기운이 은은히 느껴진다. 삿포로역이다. 지하보도를 걸어 시계탑과 오도리 공원, TV타워, 스스키노, 라멘거리, 돈키호테 등을 둘러본다.
삿포로 시계탑은 일본의 국가 중요문화재, 역사적인 건축물로 알려진다. 원래 1876년에 설립된 삿포로농학교의 연무장이었던 이곳에 1881년 미국 하워드사의 탑시계가 설치되었다고 한다. 삿포로 시계 지금도 정확한 시간을 알리며 삿포로 상징물로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당시 삿포로의 인구 3천 명 남짓했지만 지금은 약 190만 명이 거주하는, 일본의 주요 도시라고 한다. 과거 일본의 한 농경시대를 보는 듯하다. 작은 마을이 문화재와 관광으로써 오늘날 큰 도시로 발전한 역사를 실감한다.
오도리 공원에 있는 삿포로 TV타워는 1957년에 세운 높이 147m의 방송탑이다. 전망대에 올라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니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떠오른다. 스스키노까지 걸어가 유명한 라멘거리에서 점심을 먹는다. 수많은 라멘 전문점 앞에 긴 줄이 이어져 있는데 들어가 맛을 본 일본 라멘은 한국의 라면과는 전혀 다른 맛이다. 진한 국물과 다양한 재료가 어우러져 들어 있어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고 느껴진다. 이어서 돈키호테를 방문해 다양한 생활용품과 기념품을 둘러본다. 면세 혜택 덕분에 가족과 지인들에게 줄 선물도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좋다.
저녁에는 공항행 버스를 타고 다시 신치토세공항으로 이동해 예약해 둔 에어 터미널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호텔에는 무료 온천과 휴게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이날도 저녁 때와 다음 날 아침에도 아들과 함께 온천욕을 하며 많은 인생살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새 든든하게 성장한 아들의 모습이 장해 보인다. 무척 자랑스럽다. 나는 지금 온천에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의 따뜻한 체온을 체감한다. 곳곳에 이를 때마다 스마트폰에 많은 사진을 담는다.
이제 귀국하는 날이다. 비행기는 이륙 2시간 40분 만에 청주공항에 도착한다. 다시 대전으로 이동해 한우 전문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아들 집에 잠시 들렀다 집으로 돌아오니 오후 6시 반이 넘었다. 2박 3일간의 여정을 무사히 마쳐 감사할 뿐이다. 지금의 이 자녀를 낳았을 때의 기쁨 그리고 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부모의 가장 큰 선물이요 행복의 선물이 아닌가 싶다.
여행은 일상을 벗어난 추억과 삶에 대한 성찰을 남긴다. 살아가는 동안 가족과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며 소중한 추억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귀한 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아들 내외와의 여행은 단순한 국외여행이 아니라 여긴다. 자녀들이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을 절실히 느끼고, 함께 웃고 이야기하면서 가족 간의 사랑을 다시 확인한 소중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