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남촌수필문학상에 노정애수필가의 '나의 소확행'이 수상하였다. 노정애 수필가는 2003년 <책과 인생> 등단하여 제6회 한국산문문학상 을 수상하였다.
아래의 시상식에서 발표했던 심사평 및 수상소감을 싣는다.
2019 남촌문학상 심사평
노정애의 수필집 『나의 소확행』을 읽는 재미는 책 제목 그대로 이야기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준다. 독자들은 글쓴이의 이야기와 생각이 나와 같거나 비슷하면 뻔한 이야기라고 여겨 식상해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자신이 남과 같음에, 특히나 자기가 읽고 있는 책 속의 인물과 생각이 같음에 우선 반가움을 느끼고 안도한다. 그것은 자기 자신이 모나거나 별나서 어떤 선 바깥에 있지 않다는 걸 확인할 때 느끼는 편안함이다.
그렇게 모나지 않거나 편안한 이야기로 어떤 다른 글들과 차별성을 이룰 수 있겠는가. 세상의 모든 작가들이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자기 글만의 색깔과 차별성인데. 글 쓰는 사람마다 생각이 갈리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그러나 어떤 글도 모나거나 소재가 특별해야 차별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소재가 다른 글이 어디 있고, 중뿔나듯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가 어디 있겠는가. 우리가 일상에서 겪고 사는 이야기는 사실 거기에서 거기이다.
그러면 그 차별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가 쓰는 글은 학문이 아니라 학문의 연구 대상이 되는 텍스트로서의 문자 예술이고 기록 예술이다. 소설은 허구로서의 기록이라면 수필은 체험으로서의 기록이다. 소설에 비하다면 차별의 범위가 더 좁아지고 한정된다.
노정애의 수필은 우선 문장이 유연하면서도 감칠맛이 있어 누구에라도 친근하게 읽힌다. 전개하는 이야기 역시 세상의 큰 이야기들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겪고 또 떠올릴 수 있는 일들과 생각에 대한 글들이라 반가움을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여러 편의 작품을 연이어 읽어도 싫증을 느끼게 하지 않는 것은 이 작가가 글로 이야기하는 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경기와 비교하여 말하면 축구와 농구 경기에서 어떤 선수가 남다른 드리블 기술로 그라운드를 종횡무진하면 바라보는 사람은 저절로 찬사하고 응원한다. 노정애가 이야기를 펼치는 기법이 이와 유사하다. 한마디로 손안의 마술처럼 이야기를 쥐락펴락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러 끝에 가서 이야기의 반전이 일어날 때 아차 하고 현란한 드리블 기술에 깜빡 속은 듯한 느낌이 들어도 그게 바로 기분 좋은 속임, 그것조차 즐거운 독서에서 느끼는 '소확행'의 하나처럼 느껴진다.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도 많고, 잘 쓴 글도 많다. 노정애의 수필은 단숨에 무얼 이루려는 욕심이 없다. 내가 이런 것을 알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모두 겪고 알고 있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작가의 말하는 방법에 따로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쌍방향 간에 소통하는 ‘소확행’의 글쓰기 방법을 알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더 깊어질 것이다. 심사를 하면서도 일로서의 독서가 아니라 일상의 즐거움에 대해 마주 장단을 치고, 또 신선함을 느끼게 하는 이 작가만의 재주와 같은 문장의 새로움에 감사하며 책을 읽었다. 오늘의 수상으로 앞으로 더 큰 족적을 남기는 작가가 되길 바란다. 능히 그러리라 믿고 2019남촌문학상의 수상자로 이 작가를 추천한다.
심사위원 이순원(소설가. 제2회 남촌문학상 수상)
남촌문학상 수상소감
노정애
먼저 남촌문학상을 받게 되어 너무나 영광스럽습니다.
심사를 맡아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제 책 『나의 소확행』은 지난해 11월에 출간되었습니다. 2003년 11월 범우사에서 발행하고 있는 월간지 『책과 인생』에 『도둑놈과 도둑님』으로 등단한 지 15년 만이었습니다.
책을 내고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고 격려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귀한 상까지 받게 되어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유년 시절부터 결혼 전까지 부산 광안리에서 살았습니다. 결혼하면서 서울에 살게 되었지요. 그리고 글을 쓰게 되고 등단도 했습니다.
남편은 가끔 제게 말합니다.
“광안리 갯가 출신 노정애 정말 출세했네. 서울특별시민에 글 쓰는 작가가 되었으니.”
이렇게 말입니다
그 말을 귓등으로 들었는데, 이 상을 받게 되니 정말 대단한 출세를 한 것 같습니다.
잘 이끌어 주신 교수님들과 늘 함께해 주신 글벗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 지금 이 자리에 제가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또한 더 열심히 잘 쓰라고 주신 상임을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