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사상 (3)_정토의 교판
교상판석은 각 종파의 종지(宗旨)를 세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정토교에서도 다른 종파와 마찬가지로 정토교장의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교판을 세웠다.
정토교에는 난역이도(難易二道)의 교판, 성정이문(聖淨二門)의 교판이 있다.
난역이도(難易二道)의 교판은 용수의 <십주비바사론(十住毘婆沙論)> 이행품(易行品)에서 나온 설을
근거로 한 것이고, 성정이문(聖淨二門)의 교판은 중국의 도작(道綽)이 주장한 것이다.
난역이도(難易二道)의 교판은 깨달음 또는 정토왕생을 위한 수행의 난이(難易)에 의하여 세운 교판이다.
자력(自力)에 의하여 현세에서 깨달음을 얻도록 권하는 수행을 난행도(難行道), 부처님을 믿고 부처님의
명호를 칭하는 타력(他力)에 의지해서 빠르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을 이행도(易行道)라고 한다.
<십주비바사론(十住毘婆沙論)> 이행품(易行品)에서 용수는 대승보살도의 하나로서 보살이 52계위를 밟아서
불퇴전위(不退轉位)를 획득함에 있어서 난이이도(難易二道)를 설한다.
즉 난행도(難行道)는 자력에 의해 오랜 동안 고행을 닦아 불퇴전위(不退轉位)에 드는 것을 말하고,
이행도(易行道)는 부처님을 믿는 인연에 의해 제불보살의 명호를 칭하고 부처의 원력에 의해 쉽게 불퇴전위
(不退轉位)에 이를 것을 말한다.
그런데 중국의 담란(曇鸞)은 이 세계에서 깨달음을 얻도록 권하는 보살도를 난행도(難行道), 아미타불의
정토에 왕생하여 깨달음을 얻도록 하는 것을 이행도(易行道)라고 한다.
즉 깨달음을 얻음에 있어서 정토에서 얻는 것을 이행도(易行道), 이 세계에서 얻는 것을 난행도(難行道)
라고 한다.
성정이문(聖淨二門)의 교판은 말법(末法)이라고 하는 시대의식을 배경으로 인간의 능력의 우 열(優劣)
이라는 관점에서 행해진 것이다.
이는 도작(道綽)이 주장한 것으로 그는 말법사상의 영향을 받아 시교상응(時敎相應)의 긴요함을 설하고 있다.
도작은 부처님의 교법을 성도문(聖道門)과 정토문(淨土門)의 두 가지로 분류했다.
성도문(聖道門)은 사바세계에서 미혹을 끊고 진리를 증득해 성인의 지위에 들어가 과보를 얻는 것이고,
명호를 부르고 부처님의 가피를 입어 정토에 왕생하는 것을 정토문(淨土門)이라고 했다.
지금은 말법시대이므로 성도문(聖道門)을 버리고 오로지 정토문(淨土門)에 귀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도문(聖道門)은 이미 부처님이 세상을 떠나신 지 오래되었고, 또한 그 진리가 아주 심오해서 말법시대의
둔한 근기를 지닌 사람은 도저히 이해하고 깨달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