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다방(Cafe moon)
양상태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로 시작하는 ‘달 타령’은 가수 김부자가 정월부터 섣달까지, 달의 모습을 절기와 서로 다른 의미로 묘사하여 부른 대중가요이다. 지구의 위성이기도 한 ‘달’의 원래 의미는 ‘높다, 높은 곳을 말한다’라고 한다. 장독대 위에 정화수를 떠 놓고 비는 우리 어머님들의 우상이기도 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일이다. 수업 중 갑자기 담임선생님이 불러 교무실에 가보니 조퇴하고 빨리 집으로 가라고 하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부지런히 집에 와보니, 시청 앞 금성사 대리점에서 텔레비전을 가져와 설치하면서 안테나 줄을 잡아달라고 했다. 고정하는 줄이 세 줄이라서 한 사람이 더 필요했던 것이다.
그 당시 KBS 한국 방송은 전주에 지점이 있었고 MBC 문화방송은 광주에만 있어서 수도 파이프 두 개를 이어서 높이 세우고 안테나 하나는 전주 쪽을 향하고 높은 쪽 다른 하나는 광주를 향해 설치하여야 했다.
지금 텔레비전 새로 샀다고 조퇴까지 하는 학생이 있다면 웃기지 못해 슬픈 일일 것이다. 그 당시는 도회지인데도 주위에 텔레비전이 있는 집이 거의 없었다.
역사적으로 그날은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을 하고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첫발을 내딛던 날이었다. 화면으로 보이는 달은 황무지 같아 보였다. 토끼는 물론 방아도 없었다.
이 장면을 보려고 방과 마루는 물론 마당에까지 가득했던 동네 주민들이 돌아간 뒤에 뒷정리는 우쭐함에 오히려 즐거웠다.
우리나라 TV 드라마 역사에서 일일 연속극 ‘여로’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영구’역에 장욱재, ‘분이’역에 태연실은 리얼한 연기로 동네 사람들을 우리 집 안방에 가득가득 채웠다. 저녁에 방영하는 관계로 동네 사람들이 돌아가야 우리는 부지런히 청소하고 식사를 해야만 했다. 늦어지는 식사에 짜증이 나고 떨어뜨리고 간 흙은 조금 더 과장해서 쓰레받기로 그득하였다.
일요일을 열어 주는 ‘초원의 집’이라는 외화는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한 기독교 가정의 건실한 생활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금도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귀엽고 깜찍한 로오라, 듬직한 아버지 앵거스, 이름을 잊어버린 엄마 등 흑백 화면으로 방영한 초원의 통나무집이 그리워진다. 그런 평화로움은 나의 로망이었다.
달은 예쁜 눈썹에 비유되는 초승달을 시작으로, 해 질 무렵 편안한 잠자리를 기약해 주는 해먹과 같은 상현달, 호떡 같은 보름달, 음력 22일경에 뜨는, 참새 잡으려고 마당에 세워놓은 소쿠리를 닮은 하현달, 조그만 어깨를 감싸주는 듯한 그믐달을 마지막으로 한 달을 마친다.
달은 달이요. 해가 아님을 자신도 아는가 보다. 스스로 빛을 발發하지는 못하여도 해가 주는 빛을 죄다 갖지 않고 지구를 향하여 나누어 준다. 받는 만큼 돌려주는 양심적이다. 나의 현실에 빗대어 생각에 젖어본다. 내가 받았던 축복, 행복, 사랑을 나누는 미학을 가져보았는가? 반성해 본다.
만약, 달이 태양과 같이 빛과 열을 준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끔찍했을 것이다. 밤은 밤이 아니었을 것이고, 낮은 낮대로 더워서 ‘지구온난화’라는 말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아니, 그 상황에 맞추어 살았겠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 아니라 해도 지근至近 50년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변해도 많이 변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가 달 착륙에 이미 성공하였고 우리나라도 우주 항공청을 개청하고 10년 안에 달 탐사를 계획하고 있다. 아마 앞으로 50년이 오기 전에 인류가 달에서 거주할 날이 올 것만 같다.
그때, 아내와 함께 달 다방(Cafe moon)에서 주문하고 싶다. “여기 아메리카노 두 잔이요, 한 잔은 아이스로!”
첫댓글 달 다방!
저도 기대됩니다.
한 잔은 핫 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