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첫 부임지인 미륵산에서 8개월 20일
두 번째로 무등산에서 3년 4개월 20일,
세 번째로 두 차례나 근무한 식장산에서 통산 10개월 10일을 근무하였다.
홍안(紅顔)의 나이로 KBS에 취업하여 3개 고지의 TV 중계소를 전전하며,
통산 4년 11개월 20일을 그곳에서 근무하며 나의 젊은 20대를 보냈다.
만 5년에서 열흘이 모자라는 시간이었다. 푸른 산에 묻혀 살아오면서 산을
벗 삼아 내 인생의 푸른 시절을 그렇게 보낸 셈이다. 그러면서 나는 청산이
젊은 내게 보내는 교훈을 헤아려 보았다. 말없이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는
산은 내게 어떤 교훈을 주었던가.
청산은 나를 보고, 높은 뜻과 높은 이상을 품고서 살아가라고 타이르는 듯
하였다. 산은 평지보다 우뚝 솟은 존재이듯 산을 통해 인생의 높이를 배우
라고 무언중에 암시하는 듯하였다.
또한 청산은 나를 보고, 어떤 역경에서도 흔들리지 말고 변함없이 가슴에
품은 뜻을 간직하며 살아가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비바람과 눈보라 속에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서, 늠름하게 서 있는 저 산들의 의연(毅然)하면서도
믿음직한 그 불굴(不屈)의 모습을 통해서, 내게 초심(初心)을 잃지 말라고
타이르는 듯하였다.
청산은 또한 나를 보고, 포용과 아량을 배우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산이
그 너른 품으로 온갖 만물을 감싸 안고 뭇 생명들을 길러내듯, 그렇게 덕(德)을
베풀며 살아가라고 가르치는 것 같았다.
산이 동물과 식물을 가리지 않듯, 꽃과 나무를 가리지 않듯,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품어 주듯, 이러한 산의 포용력과 무차별을 배워서 나의 삶
속에 이를 실현해 가라고 조용히 내게 깨우쳐 주는 듯하였다.
비록,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 청산의 교훈을 충실히 따르며 살지는 못했지만,
여생이나마 청산이 내게 일깨워 준 세 가지의 교훈을 되새기며 살아가려고 나
자신에게 조용히 다짐해 본다.
● 높은 뜻(尙志),
● 부동심(不動心),
● 생명외경(生命畏敬),
이상의 3대 키워드를 품게 해 준 저 청산이야말로 나의 무언(無言)의 스승이자
벗이요, 이웃이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