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다

심리학자들의 결과에 따르면 과거의 일에 영향을 받지 않을 때는 다시 말해 어떤 일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경우에는 자존감의 차이가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낮선 일을 할 때는 누구나 집중하고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과거 그 일에서 성공한 경험이 있을 때도 자존감의 차이가 일에 대한 몰입도를 방해하지 않는다. 자존감이 높든 낮든 성공한 경험이 자신감을 부추기는 역활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일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는 반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과거 어떤 일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을 때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면서 쉽게 포기한다. 그들에게 실패는 성공이 아닌 실패의 어머니인 것이다. 물론 여러 번 실패했음에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심신 건강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작은 어려움과 실패 앞에서는 계속 시도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르는 척 포기해 버린다.대학에 다닐 때 같은 과거 똑똑하기로 유명한 선배가 있었다. 그는 성적이 매우 우수했을 뿐 아니라, 교수님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나 역시 그를 우상으로 여겼고, 사람들은 그가 훗날 촉망받는 학자가 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원래 졸업 성적이 우수하여 무시험 전형으로 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뒤 학교 정책이 바뀌어서 대학원에 진학하려면 외국어를 비롯한 입학시험을 치러야 했다. 외국어 성적이 좋지 않던 그 선배는 하는 수 없이 대학원 입학시험을 준비했지만, 뜻밖에도 과도한 부담감에 시달리다가 시험을 일주일 앞두고 스스로 포기하고 말았다.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우리는 모두 그가 시험을 치르기만 했다면 십중팔구 합격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해 대학원 입학시험에서는 외국어 영역의 커트라인이 매우 낮았다. 두뇌가 명석하고 철학적 사고가 뛰어난 그가 자기 실력을 믿지 못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린 원인은 아마도 '낮은 자존감' 때문이었을 것이다.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실패한 뒤에 쉽게 포기하는 것은 자기반성에 너무 치우치기 때문이다. 실패한 일보다는 자신에게 집중하기 때문에 객관성을 잃고 주관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큰 실패를 했을 때 자기 분화differentiation of self 와 비슷한 감정에 빠진다. 바깥세상으로 눈을 돌리지 못하고 외부의 자극에 폐쇄적인 경향을 보인다. 남들과 대화할 때도 상대는 박장대소하는데 혼자서 무표정하게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또 심한 치욕감과 절망감을 느끼기도 하고, 머릿속에서는 외부 세계와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진다. 반대로 자신에 대한 비판과 질책은 과도하게 활발해져 외부 세계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다. 이런 반응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나타난다. 운이 좋으면 시간이 흐르면서 자책감이 저절로 사라진다.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실패하면 자기 보호 성향을 나타낸다. 그들은 어떤 일에 실패하고 나면 체면을 지키기 위해 이득은 아주 적게라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선택을 한다. 손실을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이 크기 때문에 모험하기보다는 더 보수적이고 신중하게 행동한다. 또한 명랑하고 과감한 성격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우유부단해지며, 낮은 목표에 만족하면서 현상에 안주해 버린다. 이렇게 되면 자기 능력에 훨씬 못 미치는 쉬운 일을 선택하기 때문에 잠재력을 발휘할 수 없다.우드 등의 심리학자들이 한 가지 실험을 실시했다.* 피실험자들은 자존감이 높은 그룹과 낮은 그룹으로 나누어 직업 능력을 검사하고 그들에게 자신과 남들의 검사 결과를 모두 알려 주었다. 그러자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높은 점수를 받으면 남들과 적극적으로 비교했지만, 낮은 점수를 받았을 때는 그런 비교를 의식적으로 피했다. 우리 주변에서도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자신의 시험 성적을 알려고 하지 않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은 어떤 사람이 그에게 그의 성적이 좋다고 알려주기 전에는 자신의 성적을 알아보려고 하지 않는다.       출판사 : 비바체  지은이 : 류상핑   옮긴이 : 허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