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보낸 나날들은 새로움으로 가득했다. 그 새로움은 내가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제주도가 지닌 이야기들을 조금씩 알게 되며 비롯된 것이었다. 제주도를 조금 더 깊게 여행하고자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한 권을 들고 틈틈이 읽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책에서 소개하는 수많은 장소와 이야기 중에서 불탑사는 특히 제주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새로움을 지녀 더욱 끌렸던 곳이다.
둘레길 따라 한 바퀴, 원당봉
불탑사를 찾으려면 먼저 원당봉을 가야 한다. 시내버스를 타고 삼양동 종점에서 내려 차고지를 끼고 1분 정도 걸어가니 나무로 풍성한 오름 입구가 나왔다. 원당봉에는 불탑사 외에도 절 두 채가 더 있는데, 입구에 각각 절 이름이 적힌 안내 비석이 나란히 서 있다. 다른 오름에서는 볼 수 없는 진귀한 풍경이다. 불탑사를 가기 전에 오름을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입구에서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Y자 형태로 갈라지는 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불탑사와 원당사로 갈 수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문강사와 원당봉에 닿게 된다.
원당봉은 원당칠봉이라 불리기도 한다. 한 봉우리가 아니라 원당봉과 함께 앞오름, 망오름, 펜안오름, 도산오름, 동부나기, 서부나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오름에는 1.3km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어 한 바퀴를 돌고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데, 둘레길을 걷는 내내 일곱 봉우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한 봉우리처럼 느껴졌다.
둘레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몇 번 반복되지만, 등산에 비하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정도다. 시작점에서 200m쯤 걸어가면 나오는 작은 전망대는 삼양 바다부터 시원하게 펼쳐진 제주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이다. 그 외에 이렇다 할 전망대는 없지만, 나무들 사이로 빼꼼 보이는 제주의 경치는 땀을 식히기에 충분하다.
삼양해수욕장
불탑사와 제주에서 유일하게 남은 고려시대 오층석탑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서 왼쪽 길로 들어가면 돌담이 쌓인 좁다란 골목길이 나타난다. 한적한 풍경을 따라 완만한 내리막길을 가다 보면 오른쪽에 큰 일주문이 있는 원당사가 먼저 보인다.
원당사
여기서 몇 발자국만 더 가면 왼편에 불탑사로 이어진 사천왕문이 있다. 사천왕문은 돌담과 붙어있다시피 하고 양 옆으로는 나무들이 있어 몇 발자국만 떨어져도 그 자취가 감춰진다. 처마가 돌담과 금방이라도 맞닿을 듯 길게 뻗어 있는 거대한 지붕으로 인해 묘한 안정감과 편안함이 느껴졌다.
불탑사는 원래 불탑사가 아니었다. 현재 불탑사가 있는 곳은 예전 원당사가 있던 자리고, 그 맞은편에 있는 원당사는 1924년에 새로 지어진 것이다. 옛 원당사에는 원나라의 마지막 황제와 황후였던 순제와 기황후에 관한 설화가 내려온다. 대를 이을 자식이 없어 고민하던 순제는 어느 날 꿈에서 한 스님을 만나게 되고, "북두의 명맥이 비친 삼첩칠봉의 터를 찾아 절과 탑을 세우고 기도하면 태자를 얻을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 삼첩칠봉이 바로 원당봉인 것이다.(원당봉 또한 원나라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이 설화에 의하면 옛 원당사는 고려 말 원나라에 의해 창건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세 차례 화재를 겪은 절은 1914년 안봉려관 스님에 의해 새로 지어지며 불탑사라고 불리게 된다. 불탑사와 원당사는 제주 4.3 사건으로 큰 피해를 입었고, 재건 과정을 거치며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절에 들어서니 절터를 에워싼 다양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른쪽에는 심우당과 종각, 왼쪽에는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집), 정면에는 대웅전이 있고 그 왼쪽에는 미륵불이 대웅전과 비슷한 높이로 서 있는데 멀리서도 눈에 띈다. 절 안에서 염불을 외는 소리가 적막함을 뚫고 잔잔하게 펴졌다. 혹시나 스님에게 방해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움직이며 대웅전과 미륵불상을 잠시 살펴보았다.
절의 오른쪽, 심우당의 뒤편으로 가면 마치 비밀의 방에 온 것처럼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붉은 화산토 위에 옛 원당사 터가 남아 있고, 그 한 편에 꿋꿋이 자리를 지켜 온 오층석탑이 솟아 있다. 절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탑이지만, 이 오층석탑이 큰 의미가 있는 이유는 제주도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고려 석탑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유일하게 현무암으로 축조된 석탑이라는 점도 더욱 희소가치를 높여주고, 탑에서 풍겨오는 모습 또한 색다르다.
불탑사 오층석탑은 1993년 보물 제 1187호로 지정되었다.
각 층의 몸돌과 지붕돌은 단일석이고 몸돌엔 어떠한 문양도 없이 간결하다. 1층 몸돌에는 불상을 모셔두는 감실이 있고 기단에 무늬가 새겨져 있는 정도이다. 지붕돌의 네 끄트머리는 하늘을 향해 살짝 올라가 있어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우며 살아있는 느낌을 준다. 기단이 원체 좁은데다 층이 올라갈수록 사다리꼴로 폭이 좁아져 늘씬하면서도 어딘가 가냘퍼 보였다. 절과 함께 크나큰 고초를 수차례 겪었음에도 온전한 모습에 애틋한 느낌도 들었다.
탑을 보호하듯 사방을 둘러싼 나무들이 조화를 이뤄 아늑한 풍경을 자아낸다.
불상을 모셔두는 감실
제주도 어딜 가나 널린 게 현무암이라 그냥 지나치고 말지만, 이곳에선 발길이 당최 떨어지지 않은 까닭은 다른 절이나 제주도의 여느 여행지와는 다른 특유의 푸근함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절 자체도 크지 않고, 이 시간대에 찾은 사람이 나밖에 없어 조용한 환경 속에서 둘러볼 수 있었던 것 또한 분명 영향이 없지 않았다. ‘유일함'이 주는 새로움에 끌려 왔으나 어느새 그건 잊어버리고 한없이 고즈넉한 풍경과 정취에 매료되었다. 골목을 따라 절을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담 너머로 힐끗힐끗 쳐다 보며 짧은 만남을 뒤로했다.
원당봉(불탑사) 가는 법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삼양일동 1095(원당봉 입구)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원당로16길 41(불탑사)
대중교통 : 제주시내에서 316,331,332번 버스 이용, 삼양종점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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