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86/ 고라는 어떻게 죽었으며 그의 반역으로 죽은 그에게 속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가 이 모든 말을 마치자마자 그들이 섰던 땅바닥이 갈라지니라 땅이 그 입을 열어 그들과 그들의 집과 고라에게 속한 모든 사람과 그들의 재물을 삼키매(민 16:31~32)
출애굽 백성은 종종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곧바로 불평과 원망을 터트렸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흥분한 군중이 일으키는 돌발적이고 충동적인 민중소요였다. 그런데 출애굽 노정에서 처음으로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반역이 일어났다. 주동자는 고라였다. 그는 다른 세 사람과 “당을 짓고”(민 16:1), “이름 있는 지휘관 이백오십 명"(2절)을 포섭하여 함께 들고 일어나 모세를 대적했다. 제기한 문제는 “너희가 분수에 지나도다 회중이 다 각각 거룩하고 여호와께서도 그들 중에 계시거늘 너희가 어찌하여 여호와의 총회 위에 스스로 높이느냐"(민 163)는 것이었다. 모세는 그들에게 오히려 "너희가 너무 분수에 지나치느니라"고 답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판단을 구한다.
하나님은 백성들을 향해 "너희는 고라와 다단과 아비람의 장막 사방에서 떠나라(24절)는 지시를 내린다. 그러자 "무리가 고라와 다단과 아바람의 장막 사방을 떠나고 다단과 아비람은 그들의 처자와 유아들과 함께 나와서 자기 장막 문에 선(27절)다. 이 본문에서 주목할 것이 있다. 하나님의 지시와 백성들의 반응에서는 고라와 다단과 아비람'이 모두 다 언급된다. 그런데 자기 장막 문 앞에 섰다고 할 때는 고라'는 없고 다만 '다단과 아비람만 언급된다. 그리고 32절은 “땅이 그 입을 열어 그들과 그들의 집과 고라에게 속한 모든 사람과 그들의 재물을 삼키”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그들과 그들의 집'은 다단과 아비람과 그들의 가족을 가리킨다. 그러니 땅이 갈라져 죽을 때 고라는 없었다. 이 사실 때문에 많은 주석들이 고라는 땅이 갈라질 때 죽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죽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 고라는 어떻게 죽었을까? 35절은 "여호와께로부터 불이 나와서 분향하는 이백오십 명을 불살랐더라"고 말한다. 고라가 이때 죽었다는 것이다. 즉 고라는 불에 살라 죽었고, 고라의 가족들은 땅이 꺼져 죽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과 충돌되는 듯이 보이는 것이 바로 민수기 26장 9~11절이다. 그 구절은 “다단과 아비람은 회중 가운데서 부름을 받은 자들이니 고라의 무리에 들어가서 모세와 아론을 거슬러 여호와께 반역할 때에 땅이 그 입을 벌려서 그 무리와 고라를 삼키매 그들이 죽었고 ・・・고라의 아들들은 죽지 아니하였더라"고 말한다. 이 구절은 두 가지면에서 모두 16장의 내용들과 충돌되는 것처럼 보인다. 첫째는 고라가다단과 아비람의 무리들과 함께 땅에 삼켜 죽임을 당하였고, 둘째는 고라에게 속한 무리들이 다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주석들은 이 26장을 16장에 맞추어 수정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어떻게 된 것인가? 과연 고라는 어떻게 죽었으며, 고라에게 속한 이들 중에 누가 심판을 받은 것인가?
먼저 고라는 어떻게 죽었는가? 고라의 죽음을 보도하는 민수기의 두 본문이 서로 충돌되는가? 그렇지 않다. 이럴 경우 본문을 수정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명시적인 두 본문의 내용을 다 받아들이면 된다. 즉 민수기 16장 27절에서 다단과 아비람만 자기 장막 문에 섰다고 표현하기 때문에 고라는 자기 장막 문에 서 있지 않았다. 또 고라는 26장 10절의 표현대로 땅에 삼켜 죽임을 당하였다. 결국, 고라는 그 심판의 순간에 자기 장막을 떠나 다단과 아비람의 장막 주위에 있다가 그들과 함께 땅에 삼켜진 것이다. 아마도 주동자로서 느끼는 분주한 마음에 그 엄숙한순간에도 자신의 장막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러면 "고라에게 속한 모든 사람"(32절)은 누구인가? 고라의 아들들은 죽지 아니하였더라”는 26장 11절을 고려하면 그 말은 '고라의 혈족들'이라는 뜻이 아니라 고라의 음모에 가담한 그의 가족 모두'를 의미한다. 고라의 아들들이 죽지 않은 것은 그들이 아버지의 반역 음모에 가담하지 않고 심판의 순간에 자기들의 장막을 떠나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고라가 그 순간 자기 장막에 없었던 것은 자식들을 찾으러 다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하튼 고라의 아들들이 살아남았기 때문에 그들을 통해 고라의 자손이 이어진다(대상 6:22~28). 그 자손 중에 저유명한 선지자 사무엘이 있다. 그렇다. 마치 롯의 후손 중에 룻이 있는 것처럼 고라의 후손 중에 사무엘이 있다. 고라 자손들은 성전 찬송 봉사를 담당하기도 하였다(대상 9장 참조), 시편 42, 44~49, 84~85, 87~88편의 표제들에는 “고라 자손의 시, 영장으로 한 노래”라는 내용이 나타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