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의 연휴였다. 인터넷 검색하다 정선 아우라지가 나와 정선을 둘러 보기로 했다.
근데 미리미리 장소를 정하고 숙소를 예약했어야 하는데 출발 전날 숙소 예약하러 들어
갔더니 콘도는 양양 등 아주 먼 곳 외엔 없고 펜션이라도 예약하려고 검색했더니
90여개가 뜨는데 강원도 라는 것 외엔 구체적인 장소가 없어 일일이 찾아 볼 수도 없고
졸리기도 하고 해서 포기했다.
숙소도 정해 놓지 않고 출발한 여행이라 개운치가 못 했다.
거사는 어디라도 묶으면 된다고 걱정말라 했지만 계획대로 움직여야 하는 내 성격엔
영 불편했다.
6시간 정도 걸려 정선에 도착했는데 아우라지라면 정선의 대표적 관광지일텐데
안내 표지판이 전혀 없었다. 최근에 지어진 듯한 복지회관이며 다리며 길이며
새 건물은 많았으나 관광 안내는 거의 없었다. 최근 개발한 화암 팔경에 대한 안내만이
있을 뿐이었다. 정선에 대한 나의 느낌은 강원랜드로 인해 돈은 많이 들어 오는데
아직 전반적인 관광산업 쪽으로는 손이 미치지 못 하는 듯....
지도 보며 아우라지를 찾아 갔다. 가면서 묶을 만한 곳을 살피며...
아우라지가 나와야 할 만 한데 없었다. 계속 길 따라 가다 보니 길 옆 소나무 숲에
멋진 개인이 운영하는 휴양림이 있었다. 바로 옆에는 계곡이 흐르고....
정말 딱 찾던 곳이었다.
차를 멈추고 들어가 방 있냐고 물으니 방금 취소된 황토방이 하나 있다고 했다.
야호! 근데 아우라지가 어디냐니까 지나쳤단다.
이 멋진 숙소를 찾으려고 지나쳤나 보다...
콘도나 펜션에 묶을 요량으로 조리기구를 안 챙겨 왔다니 빌려 주겠단다.
출발 전에 스님께서 책만든다고 수고한 공덕으로 '즐겁게 사세요'하셨는데 아마
그 공덕으로 이런 멋진 숙소를 구하게 되었나 보다...
짐을 풀고, 조금 더 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오장폭포가 있대서 출발했다.
근데 물이 적어 영 아니었다. 나중에 관광안내도를 보니 비 많이 온 후 찍었는지
사진에는 멋져 보였다.
숙소와 오장폭포 사이에 구절리역이 있었다. 청량리에서 구절리역까지가 최후까지
남아 있던 비둘기호가 다니던 노선이었단다. 지금 구절리역은 폐쇄되었고 바퀴 넷 달린
자전거를 철로를 위에서 타는 레이바이크라는 것을 구입하여 시범 운행 중에 있었다.
1대에 2면 ~ 4명 탈 수 있었다. 7월 1일 부터는 돈 받는데 지금은 공짜라나....
그래서 탔지요. 약간 경사진 철로를 따라 타고 내려가는데 신났다.
산 높고 골 깊은 고장이라 차를 달리며 계곡을 보는 것도 좋은데 길 보다 약간 높은
철로를 달리며 계곡을 내려다 보는 풍경이 장관이었다. 시원한 굴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맛도 일품이었고... 근데 내려갔던 내리막길을 뒤돌아 올라올때는 페달 밟느라 거사가
좀 고생하긴 했지요. 정식 개통하면 구절리역에서 아우라자역까지 7Km를 달려 내려가고
올라올땐 차로 자전거를 수송할 예정이라 힘들지 않을 것 같으니 기회 되면 꼭 한 번
타 보세요.
아우라지는 내일 나가는 길에 보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와 계곡에 발 담그고 앉으니
세상에 부러울 게 없었다....
숙소에 화덕이 여러개 있어 좀전에 시장 봐 왔던 재료로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화덕
주위에 나무둥치 의자들을 갖다 놓고. 숯을 세개나 사 왔는데 1개만 해도 2-3근은 구울
정도로 숯이 오래갔다. 그래서 그 화덕에 그대로 모닥불을 피웠다. 소나무 밑인지라
솔잎을 불쏘시게로 하고 솔방울도 주워 넣었다. 숙소에 공사장에서 나온 듯한 나무
둥치들을 많이 쌓아 놓아 3시간 정도 불을 피우며 놀았다.
옆방에 7살짜리 여자애랑 온 집이 있어 그 가족과 함께. 부천에서 새벽 6시 반에
출발해 왔는데 5시간 반정도 걸려 왔단다. 근데 우린 9시에 출발해 6시간 걸렸으니
잘 온 셈이다. 인터넷에서는 3시간이면 온다고 했는데...
선아심도 그 애랑 놀며 심심하지 않아 좋았다.
옆에 켐프화이어 할 수 있도록 해 놓은 곳에선 다른 가족이 불을 피우며 놀았다.
다음 날, 나오면서 아우라지로 향했다. 두 강이 합해져서 아우라지라 하며 정선
아리랑의 발생지다.
조그만 나룻배가 관광객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정자에 오르니 강, 산, 나룻배가 어울려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나오며 보니 입구에 아우라지라는 돌 안내판이 크게 있었는데 그걸 못 보고 지나쳤다는
게 이상했다.
지나치지 않았으면 그 주위에서 숙소를 구했을텐데...
다음은 정선 화암8경중 한 곳인 화암동굴로 향했다. 화암동굴은 금광이었던 천포 광산을
테마 동굴로 만든 것인데 금 채광 모습, 종유 동굴, 동화나라 등으로 꾸며 놓았는데 그냥
한 번 볼 만 했다. 입장료가 4000원으로 비교적 비싸긴 했지만.
현재 종유석이 자라고 있는 국내 유일한 동굴이라나...
화암8경 중의 또하나인 화암약수로 향했는데 초정약수와 비슷한 맛 없는 사이다
맛이었다. 입장료가 인당 1500원. 다른 거 아무것도 볼 것 없고 약수 한 모금 먹는 데
1500원은 너무 비쌌다.
8경의 다른 것등도 마찬가지일 것 같기도 하고 선아심이 빨리 집에 가재서 그만 보고
돌아가기로 했다.
선아심은 엄마, 아빠랑 여행하는 것이 시들한지 '빨리 숙소로 가자... 빨리 집에 가자'
만 연발하고 있었다.
중3까지는 따라 다녀야한다고는 했지만 앞으로 1년이라도 더 따라 다닐런지....
오직 관심 있는 건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이라는 동강을 못 보고 온 게 아쉬웠다. 아쉬움이 있어야
또 오게 되겠지...
아! 점심으로 정선 향토 음식인 곤드레밥을 먹었는데 콩나물밥 하듯 곤드레 나물을 넣고
밥한 비빔밥이었다.
먹을만했다. 말린 곤드레 나물을 사 왔는데 언제 절에서 제가 밥을 한 번 해 볼께요.
책 만드는 거 여안선 보살님께 떠 넘기고 와서 미안했는데 책을 너무 멋지게 꾸며
놓으셔서 자리 비우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이렇게 위안을 삼는 거지요)
제가 곤드레밥 맛있게(?) 해 드릴께요.
첫댓글 즐거웠겠다~~~ 나도 이렇게 무작정 여행 다니면 좋을텐데.... 그것을 못하니...
담에 언제 같이 가요.....
두분 보살님 보면 존경스럽지요. 그 열정과 신심- 성불하십시요.
자능선님! 인생 참 두루두루 섭렵하고 사십니다. 행복하십시요.
감사합니다, 자비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