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ide the forest : 2024. 03. 02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이 말은 역설을 품고 있습니다. 9회 말 투아웃 상황에서도, 혹은 연장 후반전, 심지어는 본게임시간이 다 끝난 추가시간까지도 역전의 가능성은 늘 있다는 말로도 스포츠경기에서 자주 쓰이는 말입니다.
산행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날의 산행 끄트머리에 ‘얼마나 남았지?’ 자주 묻게 됩니다. 많이 힘들고 지쳤을 때 더 그렇습니다. ‘이제 설마, 오르막은 끝일 테지..?’ 하는 바람? 하지만 바람은 바람일 뿐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단 1km를 남겨두고도, 아니 단 몇 백 m를 남겨두고도 오르내림은 또다시 나타납니다.
지난구간부터 보이던 가야산 산군, 이젠 정말 코앞에 나타났습니다. 대단한 위용을 뽐내며 바로 코앞에 있다시피 한 산군들, 하지만 보이는 산은 별거 아니라는 산-꾼들의 농담, 언제나 그 뒤에 숨겨진 산들은 더 많다는 뜻입니다.
오늘, 날은 춥고 눈에 바람에, 게다가 구간 거리마져 깁니다. 금북정맥에서 만나는 최고의 산군? 한마디로 금북정맥 하이라이트 구간입니다. 이런 난조건 속에서 시산제를 지냈습니다.
아시다시피 시산제(始山祭)는 산-꾼들이 연초에 산신에게 지내는 제사입니다. 한해의 산행, ‘무탈하게 해주십사’ 기원(祈願)하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갈길 먼 상황이니, 급한 마음 전하는 의미에서 성심을 다해, 짧고 굵게 지냅니다. 여느 산악회의 산제(山祭)와 다름없습니다.
▲ 2024 년 백두산악회 정맥종주대 시산제 모습 (2024. 3. 2)
금북정맥의 하이라이트? 그렇습니다. 좀처럼 길지 않던 능선길이 열렸습니다. 일명 ‘빨래판’ 같다는 정맥의 능선-길 특성이 오늘은 비교적 길어 보입니다. 오히려 편안한 느낌?
하지만 덕숭산(495.2m)을 오르고 다시 가야봉(678.2m)까지 접근하는 길은 순탄치 않습니다. 가야산의 북사면, 눈 쌓인 한겨울 산을 오르는 여정, 힘겹습니다.
▲ 뒤산 (449.1m) 을 지나고 가야산 정상이 가까워지는 모습 (2024. 3. 2)
눈발을 품은 바람, 발걸음을 더디게 합니다. 게다가 음지쪽을 점령한 눈들이 빙판길을 만들었습니다. 정식 등산로가 아니니..
“이 한 잔 술 받으시고.. 무탈케 해주시기를..”
시산제 축문을 낭독했던 신명대장님의 바람대로 무사히 가야봉(678.2m)을 오르는데 성공합니다. 다 같이 보던 한곳, 그곳의 풍경은 가히 일품입니다. 등로에 쌓인 눈들이 지나온 길들과 앞으로 가야할 길들을 안내합니다.
▲ 석문봉 (656.7m) 에선 대원들과 가야봉 모습 (2024. 3. 2)
가야할 길은 멀고 바람은 피할 수 없는 능선, 풍경에 취하고 험로를 헤쳐 올라왔다는 기쁨의 세레머니도 줄여야 했습니다. ‘올라온 만큼은 꼭 다시 내려간다.’ 또 한 번, 산-꾼들의 진리(?)를 실감합니다.
용현산은 오늘 날머리인 개심사삼거리 이후에 있으니, 일락산(521.4m)이 오늘 구간의 마지막 산입니다.
‘다 온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20km를 왔으니 지칠만합니다. 그래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보리님의 이 한마디가 대원들을 웃게 만들었습니다. 자칭 초보 산-꾼님의 현답이니 그렇습니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거리며 시간까지..?
천년사찰 개심사의 배롱나무가 지친 대원들을 위로합니다. 선두팀 대원들의 마중, 지원 나오신 효령대군님과 총무님의 환대 속에 금북정맥 하이라이트 구간을 끝낸 뒤풀이가 이어지고 밤 열시가 가까워서야 청주에 도착했습니다.
나머지 산행 기록은 영상으로 감상 바랍니다. 오늘 선곡은 왕소연님의 ‘애원’, 가사가 참 좋았는데, 소리가 좀 작네요.^^
ps.
오늘은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 단체사진이 없네요.
특히나 먼 길 마다않고 지원 와주신 효령대군님 내외분과
아헌관으로 참여해준 총무 화창한걸님, 그리고 신입(?)이신 박갑순님..
고맙습니다.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힘들었지만 함께하신분들의 응원덕분에 완주한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혼자 뚜벅 걷다보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칩니다.
때문에 장거리 산행은 외로움과 익숙해져야합니다.
결론은 길게 못갑니다.
여럿이 함께 걸으면 마음보다 몸이 먼저 지치나요?
자기 페이스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여럿이 걸으면 함께 걷는 이들과 발걸음을 맞추려합니다.
누구는 빨리 걸으려하고 누구는 천천히 걸으려합니다. 함께 걷는 이들을 위한 배려죠.
서로의 배려가 지극하다면 멀리 갈 수 있습니다.
단, 단점은 함께 지친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담에 얘기해 드릴께요~~^^
수고 하셨습니다~~
울 홍상기님은 힘든구간에서 강하다는 걸 이번구간에서 증명~~~^^ 고생많으셨습니다 늘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뭥???
내 얘기는 하나도 없고..^^
총무님도 수고 많았음~!!!
아참, 내 선물 얘기도 안했드만...ㅋ
아름다웠습니다.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던 이전의 정맥길과 다르게 가야봉에서 석문봉에 이르는 암릉 능선은 선명하게 눈이 부셨습니다. 비타민님이 "눈에 다 담고 가요" 라는 말씀대로 마음에 다 담고도 돌아서면 그리운 산이기에 또 가는가 봅니다. 함께 해주신 고문님과 마중 나와주신 의리의 선두팀, 구간구간 총무님의 환대를 받으며 만나던 산행은 또 다른 맛이었습니다. 이에 더하여 맛나던 버섯 찌개에 곁들이는 술과 사람에 취한 하루였습니다. 시산제의 첫날부터 산신령님이 지필 날들입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대간과 정맥의 차이???
가장 큰 차이는 물론 능선의 길이 일테지요. 대간은 산과 산을 이어가는 능선이 긴 반면..
정맥은 산과 산 사이 능선이 짧습니다. 해서, 일명 빨래판 수준인 경우가..ㅎ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차이가 있을걸요.
바로 사람입니다. 그렇다고 대간-꾼, 정맥-꾼 나뉘는 건 아닙니다.
대간을 탈때 마음과 정맥을 탈때 마음이 다름을 얘기하는겁니다.
대간이 '학사' 과정이라면 정맥은 '석사'과정이라고나 할까..?
ㅎㅎ, 학사나 석사, 박사가 인생 사는데 있어 크게 중요친 않을겁니다.
단, 산을 바라보는 숙고의 시공간이 다름을 지적하는 겁니다.
이 또한 다음에 얘기해 드립니다.^^
연속 2루 진출..., 이어서 3루 진출하시고..., 홈도 함 밟아 보심은 어떨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