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5.(토) 8회차 (동엽령 무룡산)
산행코스 : 안성매표소- 칠연계곡 -
동엽령 - 무룡산(1492m) - 삿갓재대피소
-삿갓봉 - 월성재 - 황점마을
16.6km (산행시간 6시간20분)
<꿈 속의 산, 무룡산>
깊어가는 가을날,
이른 아침 안개가 잔뜩 끼었지만
산행하기 좋은 날씨다.
어제 일기예보에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예보 되었다.
어제 뉴스에 중국 베이징
시민들이 극심한 스모그
속에서 마스크를 쓰고 목도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힘들다고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았다.
지구종말을 그린 그런 영화들에
나오는 한 장면을 보는 것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심했다.
환경재앙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닌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니 석탄으로
난방을 하기 때문이라 한다.
그로 인해 발생한 오염된
미세먼지가 오늘 우리나라에
상륙한다고 하니 기분이 안 좋다.
시간이 갈수록 안개는 점점
옅으지고 날씨는 제법 쌀쌀하다.
산행하기 더 없이 좋은 날씨다.
덕유산국립공원 안성관리소에
도착했다. 등산로 입구 화장실이
깨끗해서 좋았다. 등산객도
우리 일행 외에는 한 명도 없다.
단풍철인데 너무 한적해서
국립공원이 맞나 생각들 정도였다.
등산로 왼쪽에 칠연계곡이
멋지게 펼쳐져 있다.
칠연계곡을 따라 동엽령으로 향했다.
계곡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를
벗삼으며 좀 올라가니
칠연폭포 가는 갈림길이다.
칠연폭포까지는 300m이나
그냥 지나쳐 동엽령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동엽령까지는 4.2km,
완만한 오르막길이다.
걷기좋은 평범한 산길이다.
동엽령 산마루에 서니
바람이 세차게 분다.
고개 너머 바로 아래 쉼터가
있다. 산마루에서 채 3m도
안 내려왔는데 바람이 없다.
아마 동쪽 사면의 따뜻한
공기덩어리가 막아줘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양지바른 명당자리 쉼터에
옹기종기 둘러 앉아 점심
식사를 했다. 반찬은 몇 안
되지만 꿀맛이 따로 없다.
후식으로 과일도 먹고
커피도 마셨다.
경치좋은 산에서 이런
호사를 다 누리다니.
많은 동행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잠깐 휴식을 취하고
곧바로 무룡산으로 향했다.
해발 1000m 넘는 탁 터인
능선길이 환상적이다.
너무 좋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걸어 본 자만이 알 수 있는
멋진 길이다.
하나 아쉬운 것이 있다면
저 멀리 산봉우리 위에
떠있는 시커먼 공해덩어리다.
그것은 구름처럼 뭉쳐 하늘과
산을 짓누르고 있다.
산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형이
있었다. 어찌나 산을 좋아했는지
군에서 휴가와서도 배낭 하나
짊어지고 산을 찾아다니곤 했다.
갑자기 오래 전에 먼저 떠난
그 형이 생각났다.
40여년 전에 그 형도
이 길을 걸어봤을까.
그때는 어땠을까.
아마 지금보다 경치가
더 좋았겠지.
그 형이 왜 그렇게 산을
좋아했는지 여지껏 그 이유를
잘 몰랐는데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도 이제 그 형처럼 조금씩
산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그 형의 분신처럼.
이런 산길을 걸으면
좋은 점이 많이 있지만
특히 더 좋은 것은 잠시나마
어지러운 세상사 잊고
자연과 하나되어 초연해지고
영혼이 맑아지는 것이다.
잠깐이나마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먼저 간 그 형의 극락왕생을 빌고
저생에서는 평안히 잘지내길
마음 속으로 기원했다.
한참을 걸어 가림이라는 작은
봉우리에 섰다.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불던지
모자가 날아갈 지경이었다.
걷고 또 걸어 무룡산에 도착했다.
북으로는 내가 걸어온 길과
향적봉이 보이고 남으로는
길게 펼쳐진 덕유평전과
삿갓봉 남덕유산 그리고
서봉이 사이좋게 서있다.
너무 멋진 풍경이다.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복잡한 세상사를 설명하고
이해하게 하는 데에는 많은
말이 필요하지만 이곳을 설명하는
데는 단 한 마디면 족하다.
그냥 너무 좋다.
나 혼자 걷고 보기 아까운
명품 산길이다.
잠깐이나마 무룡산의 정기를
가슴에 듬뿍 담았다.
동으로는 저 멀리 거창의
금원산과 기백산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무룡산 정상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삿갓재대피소로 향했다.
얼마 전 꾼 꿈이 생각난다.
꿈 속에서 본 것은 바다 위에
우뚝 솟은 산이다. 자갈마당
선착장에서 가파른 비탈길을
조금 올라가면 구룡폭포가 나오고,
그 위 산중턱에 구룡사라는 절이
있는 무릉원같은 산이다.
물론 이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산이다.
꿈이 너무 생생하고 예전에 꿈
속에서 몇 번이나 올라봤던
산인 것 같은 생각도 들고,
기이하고 예사롭지 않는 꿈이라
지금 갑자기 그 꿈이 생각났다.
꿈 속의 그 산이 오늘 이 산의
이름과 비슷해서 조금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무룡산에서 삿갓재로 가는 길은
너무너무 멋지다.
길도 좋고 경치가 너무 좋아
발걸음이 가볍다.
산이 준 정기 때문일까
조금도 피곤하지 않고
마음이 평안해지고
기분이 너무 좋다.
신선놀음하듯 덕유평전을 지나
삿갓재대피소에 도착하니
대피소 풍향계가 아주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먼저 도착한 일행분들이
우리를 반겨주셨다.
삿갓재대피소 벽면에 붙어있는
글이 눈에 띄었다.
"遊山如讀書(유산여독서)"
산에서 노니는 것은 책을
읽는 것과 같다.
옛날 선조들의 심성을 조금은
엿볼 수 있는 글귀다.
먼저 도착한 일행분들은
삿갓재대피소에서 황점마을로
바로 하산했다. 전번 산행 때
아쉽게 삿갓봉을 못 간 수원짱님과
나는 김병완 중간 대장님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삿갓봉으로 향했다.
가파른 오르막을 한참 올랐다.
너무 늦지 않으려고 빠른 속도로
오르막을 올랐더니 등에서
땀이 많이 났다.
삿갓봉 정상에 도착하니
외국인 남녀 두 사람이 쉬고
있었다. 이런 한적한 산에
외국인이라니. 무척 반가웠다.
외국인도 이런 멋진 산을
찾아주고 알아주니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그 분들에게 사진도 부탁하고
잠시 쉬었다가 월성재로 향했다.
월성재 가는 길은 오르막 내리막이
많은 조금은 힘든 길이다.
전형적인 일반 산길이다.
부지런히 걷고 또 걸어
월성재에 도착해서 잠시
쉬었다가 황점마을로 향했다.
내리막길인데 잔돌이 많고
미끄러워 길이 안 좋다.
다행히 등산로 개선공사 중이다.
인부들이 나무계단을 만들고
있었다. 저 분들 노력 덕분에
다음에는 편하게 산행을
할 수 있으리라.
수고가 많다고 일일이 인사하고
작업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심조심 내려왔다.
황점마을 식당에서
토종닭백숙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서울로 출발했다.
오늘 산행은 또 가보고 싶은
정말 멋진 명품길이었다.
2016년 11월에 박영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