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쳐야 할 관문(?)
정현수
高 3 학생들의 힘겹고 어려운 마지막 관문이 시작됐다. 매년 11월이면 치러야 할 수능 전쟁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12년의 긴 여정을 끝내는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대학 진학을 위한 시험제도가 생긴 후부터 우리의 아이들은 오직 좋은 대학에만 들어가기 위한 고달프고 어려움이 시작된 것이다. 지덕체(智德體)의 조화로운 인간 발달의 의미를 저버린 채 오직 수능과 내신, 논술에 이어, 입학사정관제라는 제도까지 생겨 더 힘겨운 시험 경쟁에 매여 산다. " 죽음의 사각형 "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이 아닌가. 영국 BBC는 한국에서는 수능으로 미래의 연봉과 지위가 결정되고, 미국 CNN은 한국 학생들의 지옥은 수능시험이 끝나야만 벗어난다는 보도가 있었다. 전 근대적이고 구태의연한 우리나라의 시험제도를 비하하는 보도가 아닌가 한다.
고등학생의 80%가 대학을 진학한다고 한다. 그리고 대졸자들 중 20%만이 모두가 선호하는 일류라는 기업에 취업을 하고 사회에 진출한다고 한다. 이 기막힌 현실은 많은 젊은이들에게 실의와 좌절을 주고, 끝내에는 죽음까지 몰아가고 있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사설 학원은 난립하고, 사교육비는 국가 성장과 가정 존립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거기에 한술 더 떠 돼 먹지 않은 저널리즘의 관행적인 보도 행태까지 우리 학생과 그 부모들에게 심연의 나락으로 빠지게 한다. 명문대 중심의 보도 내용과 차등적인 점수로 인한 실익 등 언론의 일류 중심의 보도는 우리나라의 대학 입학 제도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정책 입안자들이나 위정자들의 하는 꼬락서니들도 참으로 한심스러울 뿐이다. 좋은 것은 취하고 나쁜 것은 미련을 버려야 하는데 그들이 살아온 것에 대한 아쉬움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나 보다. 시대는 아날로그를 지나 최첨단의 길을 가고 있다. 미래지향적인 사고에 변화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일류 병을 치유해야 한다. 미국의 하버드나 예일 등 아이비리그와 MIT, 스탠퍼드, 미 육사 등 그 유수의 졸업생들이 지금까지 미국이라는 거대 국가를 이끌어 왔다고 아니할 수 없다. 학계, 정계, 재계 등 요소요소에 뿌리내려 개인주의와 능력 제일주의 바탕으로 미국을 딜레마에 빠뜨리고만 것이다. 곳곳에 멍이 들어 욕망을 자기 편의대로 변형시키고 자기 이익을 위해 남을 딛고 일어서야 만 하는 충동적 행동이나 이기는 이제는 마성을 지나 독선이 아닐 수 없다. 오래된 인종차별이나 빈부 격차에서 오는 끊임없는 갈등 등, 한 예로 주택 금융 담보인 모기지를 시발로 한 금융위기로 서로 상생하지 않고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그 사회를 이끌어온 패턴이 스스로 자멸을 초래한 것이다. 그들의 일류 병이 드디어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그들은 지금 허우적거리고 있다. 달러의 가치는 예측할 수 없고 증시는 요동을 치고 있다. 우리의 현실,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일류 학교를 나와야만 좋은 직장을 가게 되고 출세와 행세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거기에서 또한 선후배 사이의 연결고리는 많은 사회적 병폐를 낳고 있다. 우리의 정서인 서로 아끼고 이끌어 주는 사회적 협동은 실종된 것인가? 투쟁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 아니지 않은가? 서로의 상반된 의견이면서 독자성을 인정하는 참 이해와 함께하는 처방이 필요하다. 우리가 또 다른 위기에 빠지기 전에 그 병폐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거대 미국이 경제적으로 침몰하고 유럽이 위기에 빠지는 것을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순수한 삶의 본질을 포용하는 의지가 아니라 타자(他者)로부터 부여된 것, 자칫 틀에 짜인 형식이나 얽매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이나 북유럽의 제도를 생각해 볼 만하다. 그들의 의식은, 이상은 조금도 조급하지 않다. 자기 능력만큼 자신을 활용해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한다. 꼭 대학을 가지 않아도 좋은 일자리와 능력 위주의 대우 등이 그 이상을 원하지 않는다. 그걸로 충분히 자기 위치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졸자들의 실업률은 심각하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실업계 등 특성화 고교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굳이 그 이상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사회 구조와 대학 입시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교육의 최종 목표는 전인 교육이다. 몸과 마음이 건실하고 지덕체(智德體)를 겸비하여 자기 자신을 책임질 줄 아는 젊은이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는 있다.
저녁 늦게 집에 돌아갈 때가 자주 있다. 전철이나 버스에서 열심히 헤드뱅잉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틀림없이 수험생이 졸고 있는 것을 금세 눈치챌 수 있다. 그들에게 왜 이런 고달픔을 주는가!
2011. 11. 25.
# 이 글은 객관적이기보다는 일류 병에 찌든…… 그것에 얽매이지 말고 더 좋은 더 많은 것을 포용하자는 나의 주관적인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