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개구리 만나보고 싶어 시간만 나면 찾는 곳이 정양늪이다.
큰고랭이가 숲을 이루고, 산을 이루고 있는 갈대밭,
그 넓고 안전한 곳이 금개구리의 서식처다.
이보다 더 확실한 삶의 터전이 어디 있을까?
정양늪의 금개구리는 정말 운이 좋다.
매일 매일 찾았지만, 풀숲에 숨은 모습만 보여줬다.
하지만 그렇게 반갑게 인사하던 금개구리들은 모두 수컷이었다.
오늘도 시원한 날씨에 산포 나온 다섯 마리의 금개구리를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마침내 천지개벽이 일어났다.
돈오돈수의 마음이다. 깨달음의 순간이다.
봄이 오는 정양늪 생물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다양한 순간들을 포착했다.
왕잠자리의 산란에 정신을 잃었고,
실잠자리의 집단 산란도 봤다.
붉은귀거북이 사랑놀이도, 개구리들의 합창 소리에 마음이 뻥 뚫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이 순간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내 눈을 의심할 정도다.
직접 보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믿기지 않았다.
환상을 보는 듯, 착시의 현상인 듯 멍때리고 있다.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보니, 커다란 암컷 등에 조그만 수컷이 업혀 있는 것이다.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봐도 분명히 업혀 있다.
놓쳐서는 안 된다.
이 소중한 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가!
이 순간을 위해 그렇게 달려왔는데 놓쳐서는 안 된다.
놀라지 않게 안전하게 조심조심 마음 졸이며 카메라에 담는다.
한 번으로는 부족해 찍고 또 찍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열심히 찍었다.
마음이 무척 넓어졌음을 느낀다.
염화시중의 미소만큼이나 긴 여운이 몸을 떨게 한다.
이제 육신은 사라지고 정신만 남아있는 상태.
만약 이 순간 누군가 내 뺨을 후려갈긴다 해도 용서해 줄 만큼의 아량이 생겼다.
오늘 먼 길을 행차했지만 기분 나쁠 일도 없고, 마음 상할 일도 없었다.
이렇게 긍정적인 마인드로 산다면, 늘 행복하고 즐거울 것이다.
금개구리는 나에겐 영원한 스승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