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년 전부터 도로로 사용된 땅 방치했어도 사용료 청구가능 (2024년 2월15일 선고 2023다295442 판결)
90년 전에 토지분할 후 지목이 도로로 변경돼 도로로 사용돼 왔는데도 토지소유자가 그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거나 권리행사를 하지 않았다 해도 그 토지를 매수한 자는 도로 관리청인 지자체를 상대로 도로 사용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습니다. (2024년 2월15일 선고 2023다295442 판결)
통상 수십 년 전부터 지목이 도로가 돼 일반인이 통행해 왔다면 배타적 사용수익권이 포기된 것으로 봐 관리청인 지자체를 상대로 한 사용료청구를 기각하는 판례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헌법상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 보장에 좀 더 중점을 둬 배타적 사용 수익권의 포기요건을 신중하고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이유로 도로 소유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대법원은 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로 보아 사용료 청구를 기각한 원심이 잘못됐다며 파기환송했습니다. 이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A의 토지 중 일부가 1931년 분할된 후 도로로 지목이 변경돼 도로로 사용되다가 1979년 도시계획시설(도로: 중로 1-5호선) 구간에 포함됐다. A가 사망하고 상속인들은 2021년 1월19일 보존등기를 마쳤습니다. B가 2021년 4월7일 상속인들로부터 일부 지분을 매수해 이전등기를 마친 후 도로 관리청인 거제시를 상대로 사용료에 해당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고. 토지 소유자들은 그때까지 거제시가 도로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먼저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행사를 제한하는 법리는 토지 소유자의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예외적인 법리로.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에 관한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헌법 제23조 제3항 및 법치행정의 취지에 비춰 신중하고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전제했습니다.
그리고 "원심은 종전 소유자가 장기간 이의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자신의 토지를 도로로 제공하였거나 도로로 점유·사용되는 것을 묵시적으로 용인해왔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토지가 도로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소유자가 적극적으로 이의하지 않았고 그 기간이 길다는 것만으로 소유자가 사전에 무상 점유·사용에 대한 동의를 했다거나 사후 이를 용인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본 것입니다.
따라서 "토지 소유자에게는 권리를 행사할 자유뿐만 아니라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자유도 있어. 소유자가 장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그가 소유권의 일부 권능을 포기했다거나 향후에도 소유권을 계속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볼 수 없다" 라고 이유를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