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운명에 맞서려 들지않고 피하려만 들지 그렇게 잘개 쪼개진 운명의 잔돌들을 맞으며 참고 견디며 살아 내는거야
분출구를 찾지 못하는 운명의 사나운 물결을 한번에 터트려버릴 용기가 없는거지. 그렇게 야위어가며 보잘것 없이 늙어가는거야"
루이제 린저는 니나 부슈만을 통해서 이런식으로 말했던거 같다.
지성을 감성에 말고 비볐다는, 저 유명한 전혜린 번역작가 선생이 그렇단다
하~이쯤해서 내가 원본을 읽었다 오해들 하시려나? 그럴리가 있나 철공소잡부 주제에 ㅎ
주말에 낚시배를 놓쳐 뻘쭘하다는 친구 한명과 마눌과 격렬히 전투중 이라는 친구한명 그리고 낙동강 건너사는 허당백수인 나,
이렇게 세명이 사상역 앞에서 만났다 구포역 까지 걸으며 건강도 다지고 못다한 얘기도 나누며 우애증진도 더해보자는 취지였다
벚나무 터널로 유명한 이길은 오월의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는 그늘길 이지만 모든면에서 만족스럽진 않다
자전거길, 보행자길이 엄연히 분리돼 있지만 그 길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해 수시로 작은 시비가 털리고 고성이 오갔다
또한 양쪽으로펼쳐진 자동차 전용 도로의 무지막지한 소음이 꽤나 거슬리기도 한다 세상사 마냥 좋기만 할일이 철모를때의 사랑 빼고는 뫼 있으랴만,
사상역과 구포역 중간쯤에서 한친구는 재첩국 먹고 가자며 제동을 걸었다 배가고파 그런거 같진 않았고 술 한잔 하자는 뜻이었겠지
마다할 이유가 크게 없었기에 그러고마 했고 "모라 할매재첩"이든강? 하는 곳에서 아침도 아닌것이 그렇다고 점심도 아닌 밥상을 받았다 깔끔치못한 재래식 밥상이었지만 무한리필되는 고등어 조림이 맘에들어 세병의 소주와 두병의 맥주를 드리키며 거나 해졌다 그러다보니변변찮은 삶에 풀지 못하고 응결된 맘속 앙금들을 한주걱씩 퍼내기 시작했다
거기서 끝날리가 있나 구포시장 소머리 수육집으로 화명동 산꼼장어 집으로 노랑통닭집 치맥으로 또 먼 커피집으로 다니면서 언제 집에 왔는지도 몰것다
이게 저번주일 일이다
낚시광 친구는 수년전부터 부부가 각방 쓰기 시작했고 자신의 용돈 문제며 처갓집, 친가집 행사 문제며 건강 관리의 문제에 관해서 서로다른 견해로 입장차이를 좁히지못해 늘 불만 스럽다는 얘기지만 이는 지극히 평범하고 자연스런 행태로 여겨졌다
하지만 또 한친구의 얘기는 무개감이 달랐다
자신은 욕정이 남달라 주체할길이 없고 또한, 의외로 젊은년들이 자기를 잘 따라서 30대와 열애중이라 했다
그러던 어느날 한잔 마셔 거나한 상태에서 애인과 톡질 한거를 큰아들에게 자랑하며 보여줬단다
아들은 무조건 내편이려니 하는 어리석음을 깨달을 사이도 없이 냉혹한 운명의 오랏줄은 그의 사지를 옭아매고 말았다
진정 자기편이라 여기며 사랑해주고 예뻐해줬던 작은아들 녀석 마저도 알고보니 엄마편에 서있던 쁘락치 였더란다
해서 이혼얘기가 오가는 와중에 자기편은 아무도 없으니 고통스럽다 했다
뭐라 하겠는가 니가 잘 못했으니 무조건 삭삭 빌으라 했다
덛붙여 이런말도 해줬다
남자 나이 육십에 마누라 도망 안갔으면 장가 잘간거다
또한, 아들이라 낳아 키우고 후제 교도소 면회갈일 없으면 고마운 일이고
딸년이라 키워서 애비모르는 애새끼 안대꼬 오면 감사한 일이다.
톨스토이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행복한 가정의 사정은 모두 고만 고만 하지만 불행한 가정의 사정은 모두가 제각각이다'
낚시광 친구는 그래도 행복한 가정의 축에 드는것 아닐까 싶다
저녁 집밥 먹기 어중간해서 작은놈보고 짜장면 먹으러 가자니 약속있어 안된다 한다
큰놈도 나가고 없다
그렇게 홀로 짜장면 곱배기와 이과두주 한병 마시고와서는 컴앞에 앉아 청승을 떤다
다리털 숭숭하니 끔찍히 징그런 설흔셋 , 설흔하나짜리 아들둘이 무당벌레 등딱지 만한 공간에서 치대며 산다
일찌기 운명의 봇물을 터트리고 주어진대로 살아가는중이다
번듯하게 살기는 애시당초 글러먹었고 그나마 반듯하게는 살아보겠다는 마음가짐은 지니며산다
살아보니 그렇다
가까이 곁에 두고 사는 사람과는 빡빡하게 인상쓰며 치대며 살고
멀리 떨어진 사람일수록 여유롭게 웃음지며 다정해 지더라는것,
이제 우리는 어떡해야할까
속으로 곪아버린 상처를 봉인하고 아무렇지 않은듯 웃으며 번듯하게 살아야 할까
아니면 운명의 봇물을 터트려 버리고 아픔을 안고 반듯하게 살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