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민낯 - 후추 세계를 좌지우지하던 향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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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3.09.16. 19:14조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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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민낯
후추
세계를 좌지우지하던 향신료
요약 후추나무의 열매. 음식의 양념으로 쓴다.
프랑스 대통령, 음식 맛 형편없는 영국을 비난하다
프랑스의 제22대 대통령 자크 시락
자크 시락 전 프랑스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음식이 형편없는 나라 사람은 믿을 수 없다”며 영국을 비난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당연히 영국의 항의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동석해 있던 잭 스트로 영국 법무대신은 “맞는 말씀”이라며 동의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영국 사람들도 맛없는 자국 음식을 찾지 않는다
영국 법무대신, 잭 스트로
영국 요리의 악명은 너무나도 자자해서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도 있을 정도다.
“분명히 샌드위치라는 음식을 발명한 나라인데 샌드위치가 정말 맛없다.”
“영국인 친구가 해준 음식을 먹었는데 세상의 온갖 죄를 다 삼키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스테이크가 장조림으로, 야채스프가 김칫국으로 변하는 진기명기한 동네다.”
심지어 영국 항공사의 기내식 리뷰를 보면 “냅킨이 제일 맛있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자국의 요리가 너무도 맛이 없기 때문에 영국 사람들마저 다른 나라의 음식을 찾는다.
향신료, 유럽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
이러한 이유로 유럽의 주변국들은 영국을 놀리지만 중세까지만 해도 전 유럽에서 요리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로마가 무너진 이후에 그 문화를 제대로 계승하지 못한데다 이후 금욕적인 기독교 문화로 의도적으로 요리에 맛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냉장 시설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그 당시 존재하던 요리라고는 소금에 절인 고기와 말린 생선 정도가 전부다. 가축은 10월에 도살되어 다음 해 봄까지 저장해서 먹었기에 아무리 소금에 절여도 금세 노린내가 나고 부패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참고 먹기 위해서는 냄새와 맛을 위장시킬 필요가 있었는데 그래서 유럽인들에게 향신료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후추, 화폐보다 가격 안정성을 지니다
서민들은 대부분 허브와 함께 고기를 먹었고 귀족들은 그보다 맛이 좋은 후추를 먹었다. 후추의 원산지는 아랍의 여러 지방과 인도였고 유럽의 귀족들은 비잔틴 제국을 통해 후추를 수입해 왔다.
그러던 와중 비잔틴 제국이 무너지자 후추 값이 폭등했다. 안 그래도 상당한 가치가 있던 후추였는데 값이 더 오른 것이다. 후추는 교환의 매개물로 귀금속 대신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참금, 세금, 집세를 후추로 계산했고 지주들은 화폐보다 가격 안정성을 지닌 후추로 지대를 받는 것을 더 선호했다.
십자군 전쟁의 중심에 ‘후추’가 있다
그러던 후추가 이슬람 세력에 의해 공급이 끊겨 가격이 오른 것이다. 후추 한 주먹은 노예 10명의 가격과 동일한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