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2. 감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를 복합적 감각으로 드러내는 것이 감각적 이미지입니다. 보는 것 외에 듣는 것, 맛을 보는 것, 냄새를 맡는 것, 만져 보는 것 등이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하나로 섞여져서 동시에 효과를 드러내는 특징이 있습니다. 세분해서 알아봅니다.
(1) 청각작 이미지(auditory image)
주로 청각(聽覺) 영상에 호소하여 미감(美感)을 자아내는 이미지입니다.
강물이 처음에는
산골에서 소리를 카랑카랑 울리더니
그것은 예닐곱 살 때의
우리들 맑고 시원한
노래소리에나 비길 수 있을까
이 바다에 다 와 가는
길목에 접어들면
이제 그런 소리는
완전히 졸업하고
다만 바람과 햇빛이
제일 친한 것인가
꿈틀꿈틀 반짝이는 한 가지 동작으로만 나가네
드디어 바다에 다 빠져들고 나서는
그저 無心한 듯 소리가 죽고
그것을 대신하는가
가다가 큰 기선이 지나가면
세월아 멈추었거라
고동이 울리고 있네
--박재삼의 「물의 行路」전문
바람 속에서는
하루 종일
무슨 소리가 났다
나를 부르는 목소리처럼
더욱 먼 곳에서
바람이 불면
아,
나는 어디서고
새롭게 출발하는 길이 있음을 알고 있다
밞 속에서는
하루 종일
윙 윙 소리가 났다.
--한기팔의 「바람 앞에서」전문
앞에서는 물소리가 ‘노래소리’로 바뀌었다가 끝에서는 ‘고동소리’로 결론을 맺으면서 ‘세월’로 변환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바람소리’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로 이미지가 형상화하면서 ‘새롭게 출발하는 길’로 이미지의 승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청각적 이미지는 새소리, 매미소리, 풍금소리, 장구치는 소리, 천둥소리, 기적소리, 슬픈 울음소리, 노래소리 등 많은 소리들을 들음으로써 그 소리를 중심으로 한 편의 작품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2) 후각적 이미지(olfactory image)
후각(嗅覺)을 환기(換氣)시켜서 더욱 구체적으로 시를 이해시키는 능력을 갖는 이미지입니다.
사랑이 머물다간 자리에는
언제나 가득 넘치는
황색 햇발이 따사롭다
잠 못 이루던 순수함 조금씩
먼 발치로 비껴가는 지금은 사랑 노래
어둠 속 몸풀 쯤
그제서야 무르녹는 그윽한 향기
내 눈빛에 고여, 눈빛에 고여
--졸시 「菊香」중에서
남 먼저 봄냄새를 맡은 성급함으로
열꽃이 핀 내 얼굴에서 그대가
피의 냄새를 맡고 있는 동안
나는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집니다
너무 서두르다 꽃부터 피운 열 없음에
얼굴이 달아오른 내게서 그대가
증오의 눈빛을 일고 있는 동안
어느새 나는 주눅이 들고 맙니다
아, 꿈보다 더 빨리 깨는
서울의 봄
--이상호의 「서울의 봄-진달래」전문
이와 같이 후각에 의한 이미지의 추출은 냄새와 관계되는 모든 작용에 따라서 그 이미지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상큼한 향수나 아니면 역겨운 반찬냄새 그리고 된장국 냄새, 꽃향기, 시골길에서 맡는 두엄냄새 등 우리 주변에서 풍기는 모든 냄새를 작품에 투영하여 완성하는 이미지입니다.
(3) 미각적 이미지
주로 미각에 의해서 생성하는 이지지입니다.
막 어둠이 도망쳐 나간 듯
불빛이 조용히 모여드는 실내
꽃무늬의 찻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肉光처럼 귀에 쟁쟁하다
코 끝에 스쳐가는 입김처럼
그윽한 향기
현악기의 흐름 위에
서로를 놓치지 않는
눈빛이여
나직이 이어지는 너의 음성이
희미한 추억의 끄나풀을 매만진다
향기를 맡으며
맛으로 느끼며
五官을 풀어가는 갈색 바이타민
소탈한 미소와 더듬는 손놀림
스치는 입술의 촉감
자연스런 공간의 희미한 立像
--박이도의 「커피를 마시며」전문
보글보글 끓는다
된장찌개 간보기 혀 끝에 번지면
아니야, 그 맛 어머니의 맛
사립문 밖까지 풍기던 어린날의 냄새
--윤서희의 「작은 일상에서」중에서
이런 미각적 이미지는 청각과 후각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특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어떤 사물에서 추출하는 이미지가 단순성을 벗어나 그 형태나 의미들이 서로 상호 연결짓는 형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인들의 감각에는 다양한 이미지가 유발되는 것입니다.
(4) 촉각적 이미지
주로 촉감(觸感)에 의해서 드러나는 미감(美感)의 이미지입니다.
너의 일방적 신호음
어쩌란 말이냐
너의 불 켜지는 예고
어쩌란 말이냐
남고 싶다
머무르고 싶다
기다리는 건
너의 차거운 얼굴이 아니라
만져지는 따뜻한 가슴이다
--윤강로의 「지하철 서정」중에서
어느 해 폭설의 날, 하루 종일 보이지 않던 사내애가, 그 애 아버지의 손을 끌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실 쪽 빈터, 거기 하루 종일 그 애가 시린 손으로 만든 조그만 이글루가 있었다. 거기서, 날 저물 때까지 앉아 있었다. 가난하고 따뜻한 혈육끼리
--이건청의 「썰물」중에서
우리의 육신이 접촉하는 가운데 느껴지는 감각입니다. 주로 손에 의한 것이 많은데 손으로 만져보고 차다, 따스하다, 딱딱하다, 보드랍다는 등의 촉감을 이미지로 추출한 것입니다.
이렇게 감각적 이미지는 우리 신체 구조상 외부의 사물에 대한 체험을 통해 일으키는 감각적 반응을 총칭(總稱)해서 말합니다. 그러니까 이미지는 시 창작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시법(詩法)의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