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마당에 살구나무
25년 전 학명리 밭에 내 손으로 손수 집을 지으며 마당 한쪽에 단감나무와 다른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단감나무는 잘 자라고 있는데 그 옆에 심은 나무가 잘 자라지 않고 병치레를 자주 하여 베어내고 다른 나무를 심어봐도 잘 자라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어느 날 마을을 지나다가 집안에 노란 살구가 지천으로 달려 익어가고 있는걸 보았다. 얼마나 탐스럽게 보이는지 우리 집 마당에도 살구나무를 심어보려 생각했다. 다음 해 경산 하양 나무 전시장에서 신품종 살구나무를 구입하여 집 마당에 심어놓고. 물도 주고 거름도 주면서 보살펴 주며 얼른 자라 충실한 열매가 달리기를 염원했다. 내 기도가 통했는지, 3년이 되는 어느 봄날 살구나무에 꽃이 피어 무척 기뻤다.
살구를 행림(杏林)이라 하여 의원을 이르는 뜻으로도 쓴다고 한다. 살구에는 수십 가지의 효능이 있어 한방 처방에 많이 쓰인다고 한다. 살구나무는 시에도 등장하는 격조가 있는 나무다
분이네! 살구나무/정완영
동네서 젤 작은집 분이네 오막살이
동네서 젤 큰 나무 분이네 살구나무
밤새 활짝 펴 올라 대궐보다 덩그렇다.
정완영 시인은 집은 보잘것없는 작은 오두막이지만 덩그런 살구나무가 대궐 같다고 노래한다.
우리 집 살구도 덩그렇게 잘 자라 꽃잎을 피우더니 꽃 진자리에 아주 작은 살구가 달려서 나를 흥분시켰다. 나중에는 맛 나는 살구를 나에게 선물하겠지, 하며 기대해 보았다.
나는 집사람에게 우리 집 살구가 드디어 열매를 맺었다며 자랑하면서 살구가 익으면 우리 맛있게 따먹자 했더니 집사람도 무척 좋아한다.
오늘 아침도 일찍 일어나서 마당 청소를 하는데 노란 살구가 달려서 그중에 하나를 먹으니 약간 신맛이 나고 아직은 단맛은 나지 않았다.
며칠 후 살구가 제법 노랗게 익어서 하나를 따서 베어 무니 짝 갈라지면서 살구 씨앗만 속 빠진다. 먹어보니 약간 신맛과 단맛이 어울려져 새큼달큼한 맛이 난다.
이제 우리 집 살구는 노랗게 익어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노랗게 잘 익은 살구를 반을 자르니 약간 물렁물렁하고 반이 갈라진다. 반쪽을 입에 넣으니, 단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이제는 떫은맛은 없고, 단맛뿐이다
집사람이 살구를 따와서 소쿠리째 내 놓으며 먹어보라한다. 살구가 무르익어서 단맛이 들어 집사람이 무척 좋아한다.
살구나무 심기를 참잘했다. 저 맛난 살구처럼 우리 부부도 행복한 순간들이 가득한 나날이 되기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