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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손의 에세이
김기형
손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굿모닝 굿모닝
손에게 손을 주거나 다른 것을 주지 말아야 한다 손을 없게 하자 침묵의 완전한 몸을 세우기 위해서 어느 순간 손을 높이, 높이 던지겠다
손이 손이 아닌 채로 돌아와 주면 좋을 일 손이 손이 아닌 것으로 나타나면 좋을 것이다 굿모닝 굿모닝
각오가 필요하다 '나에게 손이 필요 없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일종의
나는 아직 손을 예찬하고 나는 아직도 손을 사랑하고 있다 손의 지시와 손의 의지에 의존하여 손과 함께 가고 있다 손과 함께 머문 곳이 많다 사실이다 나는 손을 포기 하지 못하였다 '제발 손이여' 라고 부르고 있다 '제발 손이여 너의 감각을 내게 다오, 너의 중간과 끝, 뭉뚝한 말들을 나에게 소리치게 해다오' 라고 외친다 손이 더 빠르게 가서 말할 때, 나는 손에게 경배하는 것이다
손의 탈출은 없다
다만 손들이 떨어진 골목을 찾고 있다 해안가에 앉아 손도 없고 목도 없는 생물들에게서 그들의 뱃가죽을 보면서 골목을 뒤진다 손의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는다 손은 쉬지 않는다 손이 멈추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손은 자신이 팔딱거리는 물고기 보다 훨씬 더 생동하고 멀리간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다
손이 말하는 불필요, 손이 가지려 하지 않는 얼굴
손은 얼굴을 때린다 친다 부순다 허물기 위하여 진흙을 바른다 손은 으깰 수 있다 손은 먼 곳으로 던질 힘이 있다 손이 손을 부른다 손이 나타나면 눈을 뜨고 있던 얼굴들이 모두 눈을 감고 손에게 고분하다 손에게 말하지 않고 손의 이야기를 기다린다 손은 다른 침묵을 가진다
손의 얼개가 거미줄 처럼 거미줄과 거미줄 그리고 또 그런 거미줄이 모여든 것처럼 내빼지 못할 통로를 연다 손 사이에서 망각한다 손 안에서 정신을 잃는다 손의 춤을 본다 그 춤을 보면서 죽어갈 것이다 스러져가는 얼굴들이 감기는 눈을 어쩌지 못한다 나는 손에게 조각이 난다 손을 감출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울었지만 동그랗게 몸을 만 손이 어떤 불을 피우는지, 무엇을 터트리려고 굳세어지는지 이 공포 속에서 손에 대한 복종으로 계속 심장이 뛴다고 말한다
손을 놓고 가만히
탁자 앞으로 돌아온다 손이 응시한다 손이 그대로 있겠다고 한다 손이 뒤를 본다 손을 뗀다 반짝하고 떨어진다
------------------------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심사평]
손을 매개로 한 전개 ‘시적 사유’ 확장 돋보여
예심에 의해 선택된 작품들 중 5명의 시를 집중 검토했다. ‘아마이드 밤 골목’ 등 5편의 시는 작은 행위들을 모아 하나의 이국적이고 신화적인 공간을 축조해가는 시들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문장들을 주어, 서술어만으로 짧게 분절하자 오히려 행위들이 표현되지 않고 설명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부재의 형태’ 등 5편의 시는 같은 제목의 시를 쓴 그리스 시인 야니스 리초스와는 달리 사다리를 오르는 동작과 묘사를 통해 시공간의 안팎에서 부재의 형태를 발견해 나가는 시적 전개가 있었다. 그러나 같이 응모한 다른 시들의 긴장감이 떨어졌다.
‘여름 자매’ 등 5편의 시는 소꿉놀이, 유년기의 자매애 같은 이야기들이 스며들어 있는 환한 시들이었다. 마치 ‘우리가 싫어하는 것들은 깊이 묻어 버린’ 세계, ‘계속해서 실종되는’ 세계를 불러오는 듯했지만 시적 국면이 조금 단순했다.
‘창문’ 등 5편의 시는 얼핏 보면 내부의 어둠, 검정을 성찰하는 시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분법으로 나누어진 것들을 뭉개는 도형을 시가 그리려 한다고 느껴졌다. 응모된 시들이 고루 안정적이고, 스스로 발명한 문장들이 빛났다. ‘손의 에세이’ 등 5편의 시는 우선 다면적으로 시적 사유를 개진하는 힘이 있었다. 이를테면 손에 대해 생각하면서도, 손을 없애 보고, 손과 함께 머문 곳을 생각하고, 얼굴을 없앨 수 있는 손을 그려내고, 손의 얼개를 떠올리고, 손에 의해 부서지면서 손의 통치를 생각해 보는 전개가 돋보였다. 작은 지점들을 통과해 나가면서 큰 무늬를 그려내는 확장이 좋았다. 최종적으로 ‘창문’과 ‘손의 에세이’ 중에서 ‘손의 에세이’를 당선작으로 선했다.
황현산 문학평론가·김혜순 시인(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
-----------------------------------------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소감>
유일한 것이 있다고 믿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런 것은 꼭 아픈 몸으로 나타나 사라지거나 반대 방향으로 달아나곤 했습니다. 그리고 허물지 못할 믿음, 시가 저와 있습니다. 제게 닿아있는 시는 저를 빈 방에 두는 손과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과 침묵에 대해서 얼마나 머물러 살아야 하는 것일지, 빈 몸을 생각합니다. 제가 가진 시선은 매우 조그마한 것들에 있어서 불온한 것들을 향해 마음이 늘 쓰였습니다.
마주하고 있는 것을, 손 위에 오른 것을, 모를 곳에서 날아온 날짐승의 몸을, 빛이 쏘고 떠난 빈 뜰을 불러들이고 싶습니다. 우리가 희미하지만 함께 있다는 사실을 시가 알려줄 것이라, 작게 열린 길을 더듬어 갑니다. 살아온 것이 놀라워서 오늘도 고요히, 하나님께 온 마음으로 감사합니다. 머물고 있는 것이 평안인지 신의 부재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던 저에게, 부드러운 손이 내려와 어딘가를 쓸고 갔다는 느낌으로 앉아 있습니다. 오늘의 저는 기쁘고 또 기쁩니다.
사랑이 넘치는, 존경하는 엄마 아빠, 항상 고맙고 미안한 언니, 반짝이는 조카 민유와 오빠, 새언니, 제가 가진 것이 무엇일까요. 무엇이든 한아름 안겨주고 싶어요. 나와 닮은 친구, 은영 언니, 해선, 희연, 선정, 골목길을 돌며 만날 때마다 큰 위로를 얻어요. 고마워요.
나의 아름다운 김행숙 시인, 투명해서 바람결에 만나보는 이원 시인, 나의 선생님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목소리가 식지 않도록 오늘도 자꾸, 계속해서 쓰겠습니다. 새로운 호명이 되겠습니다.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김기형: 1982년 서울 출생. 강남대 국문과 졸업. 건국대 국어교육과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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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전원 미풍 약풍 강풍
윤지양
0100 밤이었다. 눈을 떴을 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발가락으로 더듬다
0010 새벽에 매미 우는 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다. 여름엔 매미가 커지고 점점 커져서 새를 잡아먹는다. 새소리를 들을 수 없다.
1000 숨이 막히는 줄 알았어.
0100 비행기 엔진 소리 잡아먹힌 새가 매미가 되는 소리
1000 (나는 이곳에 없다.)
0001 침대 위의 옷가지
0100 침대는 깨끗하다. 아직은 숨이 막힐 때가 아니다. 탁자 위 물 한 컵
0010 이곳에 없다
--------------------- <201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심사평>
무심하고 당돌한 시…앞으로가 더 기대돼
황인숙(왼쪽부터), 김정환, 신해욱 시인
심사를 맡은 세 사람은 투고작들 가운데 7명의 원고를 1차로 골라냈고, 그 중 셋을 다시 추려 논의를 이어갔다. 강응민의‘꽃은 여남은 몸짓의 침묵이다’ 외 2편은 유장한 흐름과 단단한 구축력을 겸비하고 있었다.
비교적 긴 시들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행까지 긴장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다만 그 긴장으로 인해 시의 흐름이 때로 경직된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조금 더 유연하게 강약 조절이 이루어졌으면 좋았을 것이다. 유지나의 ‘귀귀귀귀’ 외 2편은 장면에서 장면으로 건너뛰는 서늘한 비약이 인상적이었다. 비약 속에 감추어진 감정 혹은 사건이 읽는 이의 마음을 끌어당기기도 했다. 그러나 우연성과 자의성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끝내 지우지 못했다. 집중의 힘이 조금 더 강해진다면 이분의 작품도 머지않아 다른 지면에서 만나게 되리라 믿는다.
우리는 윤지양의 ‘전원 미풍 약풍 강풍’ 외 4편에 어렵지 않게 마음을 모았다. 눈치 보지 않고 자신만의 시적 착지점에 닿은, 혹은 닿으려 하는 원고들이었다. 사소한 착상을 충분히 확장시킬 줄 알았고, 그렇게 확장된 세계에는 독특한 파토스가 담겨 있었다. 투고작 전반에 신뢰가 갔다. 이분이 앞으로 쓸 작품들을 계속 읽고 싶어졌다. 5편 중 특히 2편, ‘전원 미풍 약풍 강풍’과 ‘누군가의 모자’를 두고 어느 쪽을 당선작으로 삼을지 고심했다. ‘누군가의 모자’는 괴팍하면서도 생기 있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시였다. ‘전원 미풍 약풍 강풍’은 작은 모티브에서 출발하여 무심하고 당돌한 스타일로 감각과 정서를 끌어내는 시였다. 설왕설래 끝에 한겨울에 읽는 한여름의 시, ‘전원 미풍 약풍 강풍’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축하 드린다. 건필을 빈다. --------------------------
<201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소감>
내 안의 소리, 진짜라고 말해줘서 고맙습니다
믿기지 않았습니다. 전화를 받은 날, 하루 종일 믿을 수 없었습니다. 전화를 받기 전에 읽고 있던 시집을 더 이상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맥이 풀려서 옆에 있는 동생이랑 끌어안고 집에 돌아갔습니다.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려서 한숨도 못 잤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잠도 조금씩 더 자게 되면서 조금씩 진짜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소감문을 씁니다.
시를 만난 것은 언제나 우연이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선생님이 나눠준 프린트물에서 시 한편이 마음에 들어 곧장 그 시인의 전집을 사서 읽게 된 것, 대학교 2학년 때 학교 도서관에서 일하다 서가에 아무렇게나 놓인 시집 한 권을 집어 들어 읽고 놀랐던 것, 졸업하기 전 친구의 추천으로 소설 수업을 들으려다 의도치 않게 시 수업을 듣게 된 것, 모두 우연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도 어쩌면 걸어가는 길의 일부였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다 시를 쓰게 되었고 어쩌다 이런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다 쓸 때까지 모든 것을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불안했고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시가 계속 저를 붙잡았습니다. 끊임없이 망설이면서 가는 길이 이 길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제 시는 어쩌다 어딘가로 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므로 이 상은 잘 떠나라고 격려해주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걸어가는 길도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 이외의 책임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2016년도에는 수없이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일들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말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모두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함께 걷는 길을 찾겠습니다.
제가 무슨 짓을 하는지조차 몰라 어리둥절해하던 가족들, 미안합니다. 앞으로도 미안할 일만 있을 것 같아서 더 미안합니다. 계속 시를 쓰라고 격려해주셨던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제가 저를 믿기 전에 먼저 확신해주셔서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옆에서 응원해주던 친구들, 내 말을 들어주고 기꺼이 글을 봐주는 여러분을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몸 안에 쌓인 풍경들, 소리들, 모든 느낌이 진짜라고 말해줘서 고맙습니다.
▲윤지양 1992년 대전 출생. 이화여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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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갈라파고스 김태인
어둠이 입술에 닿자 몸 안의 단어들이 수척해졌다 야윈 몸을 안고 섬 밖을 나갔다가 새벽이 오면 회귀하는 조류(潮流), 금이 간 말에서 아픈 단어가 태어나고 다 자란 말은 눈가 주름을 열고 떠나갔다 남겨진 말의 귀를 열면 치어들이 지느러미를 털며 들이 닥쳤다. 은어(隱語) 썩는 냄새가 코를 찌르고, 욕설이 귀를 깨문 몸 안에 손을 넣어 상한 심경을 꺼내 놓자 말수 줄은 언어의 생식기는 퇴화되어 갔다 파도를 멀리 밀어낸 밤은 등대를 잡고 주저앉았다 부레를 떼어낸 언어는 외딴섬에 스스로를 격리시켰다 발굽에 물갈퀴가 생기고 단어에 부리가 자랐다 비늘이 깃털로 변해 조류(鳥類)로 진화지만 텅 빈 죽지에 감춘 내재율을 버리지는 못하였다 아주 오래된 하늘에 운율이 돌면 첫 문장은 가슴지느러미부터 따뜻해졌다 야윈 말들이 하나 둘 돌아온 섬은 언어의 기원에 종말을 고하고, 밤은 더 이상 섬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동쪽으로 흘러든 난류는 바다거북 등껍질에서 불가사의한 문자를 캐고 암염처럼 굳어버린 죽은 언어를 떼내었다 남쪽 염전에서는 느린 운율과 음가들이 뿔 고동의 귓가에서 보송보송 말라갔다 새벽이 되어 방에 불을 끄면 되살아난 단어들이 몸 안에 환한 섬을 산란하는 것이었다 *갈라파고스 - 찰스 다윈이 발견한 섬 혹은 제도.
------------------- [2017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소감]
어느 날, 낯선 조류를 만나 외딴섬에 조난당한 기분이 들었다. 외로운 날을 견디려 몸속에 흐르는 언어를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몸이 뒤틀리는 진화의 과정이었다. 그렇게 단어와 운율을 섞다 보면 어느새 날이 밝았다. 사람들은 제각기 갈라파고스 섬을 하나씩 가지고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섬을 나와 뭍에 오르기도 했지만 여전히 시라는 문장 앞에 서면 늘 부족하고 작아진다. 도반이 되어준 시산맥 식구들에게 늘 고맙다. 문정영, 이진욱, 이상윤, 전비담, 최연수 시인님 그리고 강원대 경영대학 동료들, 6명의 처제들, 친구들에게 감사드린다. 묵묵히 지켜봐준 아내와 딸, 아들에게 그리고 부족한 시를 선택해 주신 강원일보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김태인(43): 전북 남원 生. 동국대 일반대학원 졸업. 2015년 계간 <시산맥> 신인상 등단.
----------------------------- [201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심사평]
높은 응모의 열기를 뚫고 본심까지 올라온 작품을 놓고 고심했다. 특히 김서림의 `갈라파고스'와 김형미의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향 앞에서'가 눈을 사로잡았다. 김형미는 널리 알려진 소재를 무난하게 형상화했으나, 시어의 묘사가 너무 평범하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김서림은 언어의 문제를 갈라파고스라는 섬과 상징적으로 결합시키며 언어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언어의 생식기가 퇴화”된 절망적인 세상에서도 김서림은 시적 기율을 통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아주 오래된 하늘에 운율이 돌면 첫 문장은 가슴지느러미부터 따뜻해졌다” 혹은 “단어들이 몸 안에 환한 섬을 산란하는 것이었다”라는 시 행에서 우리는 응모자의 시에 대한 신뢰를 흔감할 수 있었다. -심사위원 고진하.이영춘 시인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진단
신동혁
머리를 자르면 물고기가 된 기분입니다 나는 종교가 없고 마지막엔 바다가 온다는 말을, 소금기가 남은 꼬리뼈를 믿습니다 훔쳐온 것들만이 반짝입니다 지상의 명단에는 내가 없기에 나는 나의 줄거리가 됩니다 나는 맨발과 어울립니다 액자를 훔치면 여름이 되고 비둘기를 훔치면 횡단보도가 되는 낯선 버스에서 승객들이 쏟아집니다 멀리서 보면 선인장 더미 같습니다 서로를 껴안자 모래가 흐릅니다 모래가 나의 모국어가 아니듯 빈 침대는 바다에 대한 추문입니다 나는 모르는 햇빛만을 받아 적습니다 혼잣말을 엿들을 때 두 귀는 가장 뜨겁습니다 지도를 꺼내어 펼쳐봅니다 처방전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말을 듣습니다 숨을 쉴 때마다 나도 모르게 호주머니가 깊어집니다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심사평]
새로운 에너지로 가득 찬 시편… 독창성·몰입도 탁월
▲ 심사위원 정끝별(왼쪽) 시인, 황현산 문학평론가.
‘신예(新銳)’란 새롭게 등장해 만만찮은 실력이나 기세를 떨치는 대상을 향해 쓰는 말이다. 신예가 될 신인시인에게 기대하는 우선적 요건을 ‘얼마나 오래 쓸 것인가’에서 찾고자 했다. 오래 쓰기 위해서는 문장이 힘차고, 쓰고 싶고 쓸 수밖에 없는 운명적 열정이 배어나고, 개성적인 스타일을 담보해야 한다.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독창성, 몰입에서 비롯되는 에너지야말로 신인의 요건일 것이다.
본심에 오른 열 분의 작품들은 언어 구사력과 시적 완성도가 돋보였으나 문화적 지표에 기댄 채 포즈화되곤 했다. 시의 세련된 문화화는 모험을 포기한 대가일 것이다. 그럼에도 ‘상상 수프’와 ‘10월 삽화’의 시적 가능성은 녹록지 않았다. 전자의 경우 어휘와 문장은 화려하고 세련되었으나 그 강점이 약점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에 대해 응답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 일상에 대한 섬세한 천착이 믿음직했으나 자기가 감각한 것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되는 설명적 묘사가 나르시시즘으로 귀결되는 경향이 있었다. 타자화된 세계를 감각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신동혁의 ‘진단’을 당선작으로 내보낸다. 보들레르에서 이상에 이르기까지, 세계에 대한 병리학적 ‘진단’은 현대시의 오랜 자세다. 지도와 처방전을, 모래와 모국어를, 침대와 바다에 대한 추문을 연결시키는 감각은 풍부하고 그 이미지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이 젊은 시인은 “혼잣말을 엿들을 때 두 귀가 가장 뜨거워지는” 부재의 역설을, “모르는 햇빛만을 받아 적는” 시의 비의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막 탄생하려는 에너지로 가득 차 있으며 독자로 하여금 의문의 창문들을 열게끔 설계된 그의 시편들이, 끊임없는 자기갱신으로 시간의 수압을 잘 견뎌내기 바란다.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소감]
문학은 상상의 세계로 나를 인도해 주는 길잡이
▲ 신동혁씨
고교 시절 나의 꿈은 양치기였다. 그보다 더 오래 전에는 만화가가 되고 싶었다. 해적이 되고 싶었으며 광부가 되어 금광을 찾아 떠나고 싶었다. 모두 유아적 상상력에서 비롯된 꿈들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 둘 떠올려 보자면 정말 끝이 없을 것 같다. 이 가운데 비교적 오랜 시간 간직한 꿈이 양치기였는데, 나름대로 현실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조금 웃음이 난다.
돌이켜 보면 내 마음속에 이러한 낯설고 막연한 꿈들을 심어줬던 건 문학이었다. 내 손을 잡고 매번 나를 가장 먼 곳으로 데려갔던 것도 문학이었다. 사실은 꽤 오랫동안 잊어버린 채 지내고 있었다. 세상과 멀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거나 새로움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내가 붙들고 있었던 건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하지만 분명 양치기를 꿈꾸던 그 때의 두근거림을 기억한다. 아직 가보고 싶은 곳이 많다. 실제로는 드넓은 초원도 양떼도 본 적이 없지만 다시 한 번 믿고 싶다. 시가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기를. 다음 주면 이사를 하게 된다. 2년간 살았던 달동네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선다고 한다. 모두가 떠난 집 앞 골목길에 버려진 가구들이 즐비하다. 익숙한 것들을 버리는 건 참 힘들다. 그러나 어쩌면 삶은 존재보다 더 많은 부재로 이루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를 호명해 주신 황현산, 정끝별 교수님 감사드립니다. 오랜 세월 제게 시가 되어 주신 이천호 선생님 그립습니다. 아낌없는 사랑을 주시는 박찬일 교수님, 블랙러시안 같은 오양진 교수님 감사합니다. 이수명 선생님 감사합니다. 내 곁에 있어준 사람들과 떠난 사람 모두에게, 늘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부모님과 듬직한 동생 우람이, 나의 피비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신동혁: 1990년 경북 구미 출생. 추계예대 문예창작과 재학 |
[2017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빅풋
석민재
군함처럼 큰 발을 끌고
아버지가 낭떠러지까지
오두막집을 밀고 갔다가 밀고 왔다가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스텝을 맞추며 말기 암, 엄마를 재우고 있다 죽음을 데리고 놀고 있다 죽을까 말까 죽어줄까 말까
엄마는 아빠를 놀리고 있다 아기처럼 엄마처럼 절벽 끝에서 놀고 있다
---------------------------------- [2017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심사평]
“해학·역설의 묘미 살려 삶의 애환 잘 갈무리”
시 심사위원 - 김사인·황인숙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좋게 말하면 말과 느낌을 적절히 짜 맞추는 솜씨들이 상당해서 안정감이 있었다. 그런데 한 발 떨어져서 보면 평면적이고, 어딘가 낯익은 형언과 방식에 기대어 있는 느낌이다. 그런 가운데 석민재씨의 응모작 ‘계통’ 외 2편은 단연 돋보였다. 그의 시들은 수월하게 읽히면서 수려한데 그 속에 삶의 애환이 갈무리돼 있다. 또 근년의 젊은 시인들에게서 보암직한 축조방식으로부터도 자유로이, 시를 다루는 방식이 신선하다. 좋은 시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응모한 세 편의 시들이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건 빨강 네가 아무리 우겨도 빨강/파랑 같아도 이건 빨강/노랑 같아도 이건 빨강’으로 시작되는 시 ‘계통’은 빛깔 이미지들과 이응의 음성상징이 공처럼 통통 튀면서 설사 내용을 모르더라도 읽으면서 기분이 좋다. 그의 시 ‘빅풋’을 당선작으로 기쁘게 뽑는다. ‘빅풋’은 무지무지하게 슬픈 상황인데 아버지의 당당함(‘군함처럼 큰 발을 끌고’)과 쾌활(‘왼발 오른 발 왼발 오른발 스텝을 맞추며’), 그리고 엄마의 해학(‘죽을까 말까 죽어줄까 말까’)으로 상황을 뒤집어 보여준다. 상상력의 전복, 역설의 묘미를 깔끔하게 끌어낸 시다. 함인우(‘아스피린’ 외 3편), 의현(‘여유가 있다면’ 외 2편), 김순철(‘복숭아’ 외 2편)의 응모작들도 놓치기 아까운 작품들이었다. 특히 이미지를 첩첩 겹쳐 연결시키는 힘이 여간 아니며 변두리 주변인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 뛰어난 함인우의 시들이 그러하다. 약국이라는 작은 공간을 그 이름이 ‘우주’인 것을 빌려 우리네 작은 세상의 삶과 죽음을 우주에 병치시키는 ‘아스피린’이나 피아노와 노파와 파를 음계와 연계시키며 펼치는 ‘버려질 것을, 산다’나 삶의 통증과 페이소스로 자욱하다. 당선자께 커다란 축하를, 세 분께 안타까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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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소감]
“꿈꾸던 성탄 선물… 투병 중 모친께 바친다”
누구나 그렇듯이 쓸모없는 하나님이 제게도 있습니다. 감사와 은총보다는 원망과 타박이 필요할 때 종종 요긴합니다. 그런데 가끔 산타클로스처럼 선물을 주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은 좀 놀랍습니다. 아니 많이 놀랍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줄 선물을 잠깐 혼동하신 게 아니었나 할 정도로. 마치 어린 여자아이가 받은 성인용 브래지어·팬티 선물세트처럼 당선 통보는 신기하고 민망하고 설렜습니다.
고백하건대 저는 시를 잘 모릅니다. 내가 써놓고도 잘 모릅니다. 아무리 봐도 가짜 같아서 어디다 버젓이 내놓을 만한 물건이 못 됩니다. 하지만 가끔 자해공갈단처럼 내 시를 중인환시에 던져놓고 싶었습니다. 온갖 모욕과 모멸을 참담하게 당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기다리고 있던 수모 대신 누군가가 칭찬을 해줄 때는 하나님처럼 난감합니다. 그 칭찬을 긍정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어서 혼란스럽습니다. 지금이 그렇습니다. 그렇게 간절하게 꿈꾸던 농담이지만 비현실적입니다.
무슨 군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앞으로 잘 써야지요. 이렇게 겨우 시를 흉내 내는 데도 얼마나 많은 분들에게 빚졌는데요. 특히 진주의 김언희, 유홍준 선생님, 하동의 김남호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선생님들이 아니었으면 산타클로스는 저를 알아보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기 암으로 투병 중이신 친정의 어머니와 극진한 간병인이신 아버지께 이 선물을 고스란히 드립니다. 잠시 효도한 것 같아 위안이 됩니다.
끝으로 뽑아 주신 김사인, 황인숙 선생님과 세계일보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제 한 줄의 약력을 쓸 때마다 상기하겠습니다. 이 어색한 소감문은 얼른 끝내고 서둘러 나를 학대하러 가야겠습니다.
△석민재 시인 약력: 1975년 경남 하동 출생. 2015년 ‘시와 사상’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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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미역귀
성영희
미역은 귀로 산다 바위를 파고 듣는 미역줄기들 견내량 세찬 물길에 소용돌이로 붙어살다가 12첩 반상에 진수(珍羞)로 올려 졌다고 했던가 깜깜한 청력으로도 파도처럼 일어서는 돌의 꽃 귀로 자생하는 유연한 물살은 해초들의 텃밭 아닐까
미역을 따고나면 바위는 한동안 난청을 앓는다 돌의 포자인가, 물의 갈기인가, 움켜쥔 귀를 놓으면 어지러운 소리들은 수면 위로 올라와 물결이 된다 파도가 지날 때마다 온몸으로 흘려 쓰는 해초들의 수중악보 흘려 쓴 음표라고 함부로 고쳐 부르지 마라 얇고 가느다란 음파로도 춤을 추는 물의 하체다
저 깊은 곳으로부터 헤엄쳐 온 물의 후음이 긴 파도를 펼치는 시간 잠에서 깬 귀들이 쫑긋쫑긋 햇살을 읽는다
물결을 말리면 저런 모양이 될까 햇살을 만나면 야멸치게 물의 뼈를 버리는 바짝 마른 파도 한 뭇 --------------- <2017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심사평>
바위·미역이 엮은 바다풍경 '우리모습'
2017년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는 참으로 많은 분들이 응모해주셨다. 그 매체적 위상이 하루하루 높아져가는 경인일보에 수준 높은 작품들이 이렇게 많이 투고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소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심사위원들은 본심에 부쳐진 작품들을 여러 차례 읽어가면서, 많은 작품이 만만찮은 안목과 역량을 보여주었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시단에서 주류를 형성한 시풍을 답습하거나 판박이에 가까운 관습적 언어를 보여주는 대신, 스스로의 경험적 구체성에 심의를 쏟은 것도 썩 긍정적으로 생각되었다. 이 모든 것이 한국 시의 좌표를 새롭게 개척해가려는 생성적 면모일 것이다. 심사위원들이 주목해서 읽은 분들을 가나다순으로 밝히면 강성애, 고은진주, 김기란, 김문숙, 나혜진, 성영희, 오세정, 이동우, 임상갑, 하예주 씨 등이었다. 오랜 토론과 숙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성영희 씨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당선작으로 결정된 성영희 씨의 '미역귀'는, 바위에 달라붙은 미역줄기의 외관과 생태와 속성을 활용하여 인생론적 깊이를 드러낸 수작이다. '귀'로 살아가는 미역은 비록 깜깜한 청력을 가졌을지라도 언제나 파도처럼 일어서는 '돌의 꽃'이다. 그런데 미역을 따고나면 바위는 난청을 앓게 되고, 그렇게 바위와 미역이 구성하는 바다 풍경이 잠에서 깬 귀를 열어 다시 햇살을 읽어내는 풍경은, 그 자체로 '쫑긋쫑긋' 삶의 이치를 듣게 되는 우리의 모습을 고스란히 은유해준다. 다른 출품작들도 균질적인 성취를 보여 크게 믿음이 갔다. 더욱 성숙한 시편들로 경인일보의 위상을 높여주기 바란다.
당선작에 들지는 못했지만, 구체성과 심미성을 갖춘 언어를 통해 자신만의 미학적 성채를 구축한 사례를 많이 발견하였다는 점을 덧붙인다. 대상을 좀 더 일상 쪽으로 구체화하여 우리 주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타자들을 애정 깊게 응시한 결실들도 많았다. 다음 기회에 더 풍성하고 빛나는 성과가 있을 것을 기대하면서, 이번 응모자 여러분의 힘찬 정진을 마음 깊이 당부 드린다.
■심사위원: 신달자(시인,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교수) ------------- [2017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소감]
"마르기 전 마지막 숨결을 풀어 놓을것"
시 당선자 성영희
당선통보를 받는 순간 일생을 통틀어 가장 즐거운 귀를 경험했습니다. 수화기 반대쪽 귀를 다른 한 손으로 감싸며 이 순간이 제발 꿈으로 빠져 나가지 않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깜깜하게 닫혀 있던 귀를 열고 그 안쪽에 싱싱한 해조류 한포기 착생하는 듯 짭조름한 눈물이 고였습니다. 돌에서도 꽃이 필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미역귀, 바짝 마른 미역귀를 물에 담그면 양푼 가득 푸른 바다는 수돗물에서도 탱탱하게 부풀곤 했습니다. 그건 마지막 숨결들을 풀어 놓는 일, 마르기 전의 물살을 기억해내는 일이었습니다. 제 몸을 원래대로 부풀리는 일, 잊지 않겠습니다.
시란 세찬 물길 속에서 소용돌이로 붙어사는 미역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흔들릴수록 어지럽고 어지러울수록 세찬 파도가 더욱 그리운 돌미역 같은 것. 귀를 잃고 난청을 앓는 돌과 바짝 마르면서 웅크린 미역귀처럼 다시 파도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몇 차례의 최종심에서 탈락하면서 깜깜하게 닫혀가던 내 귀에 천 번은 더 흔들려야 비로소 한 줄기 물살로 피어나는 미역귀처럼, 귀를 열고 다시 겸허해지라는 파도의 전언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주일은 뒤늦은 세례를 받은 날이었습니다. 길고 험한 파도를 지나 기도하는 삶을 선택한 저에게 찾아온 응답이 순은으로 아름답군요. 부족한 시를 끝까지 놓지 않고 격려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경인일보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또한 시 쓰는 딸을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여기시며 마지막손을 꼭 쥐어주셨던 아버지와 홀로 남으신 어머니께 가장 먼저 이 영광을 드립니다. 시 쓴다고 아내로 엄마로 부족하기만 했던 저에게 묵묵히 응원의 힘을 실어준 남편과 딸 다영이와 아들 연욱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 전하며 늘 든든한 방파제가 되어주신 문우님들과 이 기쁨을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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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경신춘문예 시 당선작>
전쟁의 시간
주민현
빗방울이 창문에 부딪치며 싸락싸락 소리가 났다. 라디오에서 전쟁의 종식을 알리는 앵커의 목소리가 지지직거리며 흘러나오고 있었다.
기쁨과 안도가 터무니없이 먼 곳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어두운 언덕을 넘어가고 있는 군인들의 긴 행렬을 떠올렸다 바게트 굽는 냄새가 식탁 위로 흘러 넘쳤다
하지만 불안이 커튼처럼 남겨져 있었다
어쨌거나 다시 자랄 것이다 식물이나, 아이나, 어둠 속에 수그린 수련이나, 오래 구겨져 있던 셔츠 같은 것이 교사나 수렵꾼 같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생활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뜯어진 커튼처럼 그렇게 남겨져 있었다
어머니는 인간이 물고기로부터 태어난다고 믿었다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을 끝내 믿을 수 없어 했다
이곳에 돌아오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반쯤만 돌아온 사람도 있었다 식은 총구에서 나는 싸늘한 냄새를 맡으며 수프를 먹었고, 기도를 했고, 달력을 넘기며 고작 이 년이 지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 했다
칼로 가른 물고기 뱃속에는 구슬이 가득했다 종종 정신이 돌아오는 늙은 어머니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종려나무야, 다른 신발을 쥐고 태어난 깨끗한 발아, 이것을 좀 보렴, 이렇게 아름답잖니
신은 언제나 우리의 너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단다
어머니는 자주 누워 있었고 집 밖에 내어 놓은 의자는 비에 젖었다 전쟁이 끝나고 좀도둑 떼가 기승을 부린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곧 사월이 오면 먹을 게 좀 생길 거다 이웃집 사람들과 매일 대화를 했다
이 동네를 떠나세요, 아직 젊으니까 도시로 가면 여기보단 지내기가 나을 거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누워서 중얼거리는 어머니는 조금씩 물고기의 형상을 닮아 갔다
오빠 마구간에서 새끼 양들이 태어났어 이상한 일이다, 신의 증거 같은 것일까? 그 양들은 옆집에서 도망친 가난한 슬픔일 뿐이란다
사는 게 지옥 같구나 어머니가 말했다 아직 지옥엔 도달하지도 않았는걸요
사월에도 눈이 내렸다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다시 학교에 갔고 곳곳에 무너진 건물이 다시 건축되고 있었다
가는 물줄기 안에서 물고기 몇 마리가 더 커다란 물고기에게 잡아먹히고 있었다
------------------ <2017년 한경 신춘문예 시 심사평>
끝난 듯 끝나지 않은 전쟁…역동적인 서사 전개 돋보여
심사평 - 김수이(문학평론가) 박형준(시인) 이영광(시인)
‘2017 한경 신춘문예’는 작가 지망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나이 제한을 없애고 새롭게 출발했다. 신춘문예 응모자는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누구나 청년 작가이니,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정학명의 ‘비’는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서정의 굳건함이 장점이지만 자신의 정서에만 얽매이는 정제되지 못한 표현이 더러 눈에 띄었다. 하영수의 ‘제빵의 귀재’는 재기발랄한 감각적 발상법을 습득하고 있지만 이제는 혼자만의 길을 어떻게 개척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당선작을 놓고 겨룬 것은 김대일과 주민현의 작품이었다. 김대일의 ‘옆으로 열리는 문’은 현실을 다양한 맥락으로 중첩하는 시적 사고가 묵직했다. 다만 진실성에 비해 시적 완성도에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선작으로 정한 주민현의 ‘전쟁의 시간’은 방송에서는 전쟁이 종식됐으나 생활에서는 여전히 전쟁이 계속 중이라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세계 내전과 국내 현실의 교직을 통해 서사적으로 전개된다. ‘물고기’의 상징이 모호한 것은 약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에 역동성이 있고 의욕이 넘친다. 당선한 주민현에게는 축하의 말을 전하고, 아울러 모든 응모자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 <2017년 한경신춘문예 시 당선소감>
"빚 갚아 나가는 마음으로 詩 쓸 것"
오랫동안 글 쓰는 걸 좋아했지만 의심하느라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시를 포기하려고 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아무것도 쓰지 못한 시간도 길었다.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쓰기 시작했을 땐 더 이상 의심하지 말고 그냥 쓰자, 내가 쓰고 싶은 것에 대해서만 고민하면서 쓰자고 생각했다. 잘 써질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계속 책상 앞에 붙어 있으려고 했다.
당선 전화를 받았을 때도 지하철 안에서 내가 쓴 시를 들여다보던 중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이제까지 시를 써온 순간들과 시를 포기하려고 한 순간들이 한꺼번에 생각났다. 그리고 함께 시를 써온 사람들이 생각났다.
시를 쓰면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까지 쓰지 못했을 것이다. 오랫동안 지켜봐 준 문혜원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나도 나를 믿지 못할 때 계속 써보라고 말해준 김상혁 선배에게도 감사드린다. 그리고 함께 시를 쓴 숙희 모임 사람들, 짧은 시간이었지만 밤새워 이야기하곤 했던 일곱시 모임 사람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부족한 글이지만 가능성을 믿어준 심사위원들에게 감사드린다. 이제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이라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다. 앞으로 내가 쓰는 문장의 진폭과 깊이에 대해서도 고민하면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믿어준 분들에게 빚을 갚아나가는 마음으로 오래 써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
△주민현: 1989년 서울 출생. 아주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 <인터뷰 기사>
대학 졸업 후 작은 회사에 취직했다. 첫 사회생활인 까닭에 모든 게 낯설었다. 일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불안정한 일자리인 탓에 늘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한때 시인을 꿈꿨지만 1년 동안 거의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자괴감에 시인이 되는 걸 포기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끝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 마음이 안정됐을 때 그가 다시 돌아간 곳은 책상 앞이었다. 그는 “마치 운명인 듯 자석처럼 끌려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루 두 시간씩 자면서 시를 쓰는 생활을 이어갔다. 그렇게 2년여 동안 인고의 시간을 보낸 뒤 마침내 등단의 꿈을 이뤘다.
‘2017 한경 신춘문예’ 시 부문에서 ‘전쟁의 시간’으로 당선된 주민현 씨(28) 얘기다. 주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문인을 꿈꿨는데 2013년 대학 졸업 직후 포기 직전까지 갔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잠을 아껴가며 성실히 쓰자 다시 길이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행동하는 대로 생각이 바뀌고 그게 시로 고스란히 나타난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고 했다.
“한경 신춘문예 당선이 내겐 ‘제야의 종소리’ 같은 의미입니다. 방황을 끝내고 새로 시작하는 느낌입니다. 올바른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주씨는 어려서부터 문학에 소질을 보였다. 대학 입학 전에는 시인이 아니라 소설가를 꿈꿨다. 고등학생이던 2005년 아주대 주최 문학 공모전 수필 부문에 응모해 당선됐다. 그런데 이 당선이 되레 산문에서 시로 ‘전향’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주씨를 만난 문혜원 아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그의 함축적 언어 구사 능력을 알아보고 시 쓰기를 권했다.
“그 인연을 계기로 2008년 아주대 국문학과에 진학해 문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권유대로 시로 지망을 바꿨어요. 이후 슬럼프 1년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1주일에 한 편 이상 시를 써왔습니다.”
당선작 ‘전쟁의 시간’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사회적 비극 속에서 희생당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그린 시다. ‘전쟁’이라는 말로 표현된 비극에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 세월호 사고로 읽힐 수도 있다. “내 삶과 목소리가 그대로 시가 됐으면 해요.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 사회의 모습도 함께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주위에 자연스럽게 있는 것들이 내 시의 소재예요. 주변에 있는 것들의 의미를 재발견하게 해주는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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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경향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백색소음
이다희 조용히 눈을 떠요. 눈을 뜰 때에는 조용히 뜹니다. 눈꺼풀이 하는 일은 소란스럽지 않아요. 물건들이 어렴풋한 덩어리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눈길로 오래 더듬으면 덩어리에 날이 생기죠. 나는 물건들과의 이러한 친교에 순응하는 편입니다.
벽에 붙은 선반에 대하여, 나에게 선반은 평평하지만 선반 입장에서는 필사의 직립(直立)이 아니겠습니까?
옆집에서는 담을 높이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점점 높아지는 담에 대하여, 시멘트가 채 마르기 전에 누군가 적어 놓는 이름에 대하여. 며칠째, 습한 날씨가 계속되고 투명한 문신 같은 이름이 피부에 내려앉습니다.
피부가 세상에 가장 먼저 나가는 마중이라면 나는 이 마중에 실패하는 기분이 듭니다. 나는 이 습기에 순응합니다.
하지만 만약 손에 닿지도 않은 컵이 미끄러진다면 컵을 믿겠습니까? 미끄러짐을 믿겠습니까?
유일한 목격자로서 이 비밀을 어떻게 옮겨 놓을 수 있을까요. 도대체 이 습기는 누구의 이름입니까.
눈꺼풀을 닫아도 닫아지지 않는 눈이 내가 사라지고도 내 곁을 지키는 잠이 오래 나를 지켜봅니다. ----------------- [2017 경향 신춘문예 시부문 심사평]
‘나’와 사물의 의미 탐구하는 자세 믿음직
이시영·최정례 | 시인
전체 응모자 1025명 중 예심을 통과해 본심의 대상이 된 열한 분의 작품들은 대체로 기존의 시적 관습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 그 이상으로 말을 정확하게 운용하고자 하는 노력은 부족한 듯했다. 예심 통과작 중에서 몇 편은 구체적 정황을 나타내는 단어의 앞뒤에 모호한 관념어나 철학적 냄새를 풍기는 용어를 결합하여 그 정황을 애매하게 뭉개버리는 시들이 있었다. 또는 이제는 사라져 버려 우리의 현재 생활과는 동떨어진 시골 전경이나 자연을 낭만적으로 그리며 이상화하여 사실감을 뭉개버리는 시들도 있었다. 박다래의 ‘토끼의 밤’과 김나래의 ‘넙치’는 생생한 말로 시작했으나 시의 마무리 부분까지 그 생기를 끌고 가지 못하고 긴장을 풀어버리는 허약함을 보였다. 주민현의 시들은 구문과 구문 혹은 연과 연을 긴밀하게 조직하는 힘이 부족해 보였다.
이들 중에서 돌올하게 신선하고, 침착한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보며 생각을 펼쳐내고 있는 작품이 이다희의 ‘백색소음’이었다. 심사위원 둘이 서로 다른 감식안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마음으로 단번에 의견의 일치를 보았으며 흔쾌하게 이 작품을 올해의 당선작으로 결정하기로 하였다. 이 작품에 함께 호감을 표한 이유는 아마도 시적 화자인 ‘나’와 대상과의 관계, 즉 우리가 담겨있는 이 세계 속에서 ‘나’와 사물의 의미를 진지하게 탐구하는 자세가 믿음직스럽고, 말의 꼬리를 붙잡고 조근조근 할 말을 밟아나가는 말의 운용 방식 또한 재미있기 때문이었다. 당선작과 함께 응모한 나머지 작품들도 당선작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차분하고 여유 있는 목소리로 끈기있게 밀고 나가는 자세에서 저력이 느껴졌다. 시는 원래 뜻대로 잘 되지 않는 것이어서, 앞으로 시 쓰다 어려운 고비를 만나더라도 오늘의 기쁨을 원천으로 삼아 지치지 말고 정진하기를 바라며, 2017년 신춘의 새 시인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 . -------------------- [2017 경향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소감]
기록할 힘, 다른 이에도 위로 되길
<!--[endif]--> 사랑 안에서 무력한 저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할 힘이 있다는 것은 큰 위로가 됩니다.
부디 그 힘이 다른 사람에게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상처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먼 길을 달려 노래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힘의 근원에 계신 이가 저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숲을 이루는 바람처럼 바람을 모르는 화살처럼 화살에 맞아 뒹구는 짐승처럼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고 교수님들과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나희덕 교수님, 이승우 교수님, 신형철 교수님, 이장욱 교수님. 길이 막막할 때 교수님들을 떠올리면 다시 전진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잘 배울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저에게는 있었습니다. 문학 이야기를 하며 같이 밤을 새웠던 친구들. 할 거 하는 모임, 스터디 멤버들 모두 고마워요. 항상 든든합니다. 지금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는 곧 지면에서 만나게 될 후배들이 많습니다. 지금 받은 축하를 곧 돌려줄 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엄마, 아빠, 언니. 늘 덜 좋은 것, 남는 것만 주는 것 같아 미안합니다. 더욱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금 같은 가족을 만난 것도 저에게 행운입니다.
저는 2016년을 20대로서, 여성으로서 통과했습니다.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저에게 계속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에게 시인의 자리를 내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경향신문 감사합니다. 일상을 지켜내는 일에 게으름 피우지 않고 더욱 성장하겠습니다. 겸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다희 △1990년 대전 출생. 광주 거주 △조선대 문예창작학과 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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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허공에서 더 깊어지는 추위
김낙호
세 길 높이 배관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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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심사평]
"노동자 삶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어"
▲ 강은교(왼쪽), 김경복.
최종 심사에 올라온 작품은 '헛도는 속도', '터치터치', '사막에 눈이 오다', '텔레마케터', '허공에서 더 깊어지는 추위' 등 5편이다. 심사위원이 논의한 결과 우선, '헛도는 속도'는 주제의식 면에서 현대 산업사회의 무의미한 반복과 헛된 욕망의 지향성을 잘 설정하였으나 관념적 성격이 많이 남아있음이 문제로 지적되었고, '터치터치' 또한 현대인의 고립성과 소외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으나 추상적이고 관념적 성격을 다 벗어내지 못함이 결함으로 지적되었다. '사막에 눈이 오다'는 표현의 묘미와 삭막한 땅 위의 고독한 존재자의 쓸쓸한 심리를 잘 드러내 주고 있으나 산업사회의 상징적 의미로 쓰고 있는 사막이 조금 진부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텔레마케터'는 물질적 사회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억압된 심리를 텔레마케터와 고무인형으로 잘 살려낸 점이 돋보였으나 아직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보여 선에서 제외되었다.
이에 비해 '허공에서 더 깊어지는 추위'는 현대 사회 속의 하층 노동자의 삶을 사실적 사물들을 동원하여 참신하게 그려내고 있으면서 그것에 따뜻한 시선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구체성과 진정성을 획득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미덕으로 꼽혀 당선작으로 결정되었다. -------------- [2017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소감]
"갈림길서 손잡아 준 분들께 감사"
햇살의 시간을 받아 내는 갈대들이 사는 대청호에 다녀와야겠다. 스러지는 햇살에 하얀 손을 허공에 내밀고 바싹 마른 발치까지 휴지기가 차오르면 한 해의 끝에서 허전한 마무리에도 이 길을 떠나지 못하는 막막한 내 모습이 그곳에 서 있곤 했다. 부족한 나에게 이 길을 포기하지 말라고 손을 내밀어 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리며 시의 길 위에서 스스로 형체를 갖추기 위해 더욱 매진할 것을 약속한다. '이쯤에서 멈춰야 하는가?'의 갈림길에서 손잡아 준 분들이 생각난다. 존경하는 목원대 이해성 교수님, '대전문학 토론회'를 이끄시는 한남대 이규식 교수님, 진부한 설명에 매몰되기 직전 "묘사의 경계를 세워주고, 좋은 시인은 늘 주변이 깨끗해야 한다"며 좋은 시의 방향성에 대한 충남대 국문학박사 오유정 시인의 가르침이 증명되어 기쁘다. 충남 부여에서 22년 만에 다시 직장을 갖게 해준 ㈜선진기업의 한재명 사장님께 고마움을 전한다. 무능한 가장의 삶을 나누어 짊어진 아내 송은호, 딸 영지, 아들 병희가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다. ▲ 김낙호 약력:1962년 충남 예산 출생. 충남대 무역학과 졸. 회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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