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 사건
모던걸과 모던보이를 매혹시킨 치명적인 스캔들 - 이철 저-
일제 강점기 조선 청년들의 살아서 펄떡거리는 연애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윤심덕과 김우진, 나혜석과 김원주의 연애 이야기의 과포장의 껍데기가 벗겨진 민낯을 보며 식민지 조선의 암울한 시대를 산 세대들이 일본의 수탈과 독립운동이라는 막중한 역사적 사명이 주는 중압감 속에서, 봉건 도덕윤리와 서양의 신사상과 문물로 흘러온 자유연애 사이에서 어떻게 고뇌하며 사랑했는지 ? 어떻게 연애를 했는지? 특별히 가부장적인 도덕 윤리의 여성비하와 여성의 사랑을 금기시하는 문화와 풍토 속에서 여성들의 사랑에 대한 의식과 자각이 궁금하였다.
보나마나 선정적이고 선동적이며 남성의 시각으로 본 편협으로 흐르는 내용이 아닐까 했는데 내용이 예상을 뒤엎었다.
11가지 연애 사건에 대한 기록은 에로틱하지도 않고 자극적이지도 않고 도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여성을 폄하하지도 않고 그 시대의 비난과 매도 속에서 자기들의 사랑의 순수와 진실을 지키고자 생명을 버린 연인들의 마음과 입장을 객관적으로 표현하며 그들을 사랑의 화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놀랍게도 연애의 주인공들은 신분 차이와 유부남으로서 사회적 지탄, 또는 여성으로서 모멸과 천대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 대하여 진지하였으며 정직하였으며 순수하였으며 서로 헌신적이었다. 세상은 그들을 불륜이라고 하였지만 그들은 자신의 사랑과 연애의 고뇌를 내려놓지 아니하고 죽음으로 또는 버림받고 잊혀진 고독한 삶으로 댓가를 치루었다.
연애사건들은 시대마다 약간의 색깔이 다르고 양태가 달랐지만 당시 유교 가치관의 가부장적 사회가 신문물과 신사조를 받아들이며 변화하면서 정작 여성들의 변화를 인정하지 못하여 그들의 연애와 사랑, 역사와 사회 의식을 언론을 통해서 매도하며 폭력을 가하는 조선사회와 조선 남자들의 이중성을 잘 보여준다. 남자들의 여성관과 연애관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다르지 않다.
여성에게 이중 삼중의 무거운 굴레를 씌여준 사회와 시대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하며 신여성으로서 개척자로서 고뇌와 고난의 삶을 살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묵묵히 저항하며 일제 강점 시대를 산 모든 여성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저자는 특별히 '경성을 붉은 색으로 물들인 혁명적 연애사건'에서 사회주의 운동가로 조선공산당의 활동가로서 활약한 허정숙과 임원근, 박헌영과 주세죽, 김단야와 고명자 커플들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연애와 결혼과 결별, 이재유와 이순금과 박진홍, 박진홍과 김태준의 상식을 뛰어넘는 사랑과 결혼을 암울한 시대적 상황에서 조국의 독립과 해방을 위해 세상의 이목을 두려워하지 아니하고 살신성인한 삶의 경지로 보여주고 있다.
뒷 표지에 나오는 이 책에 대한 소개가 멋지다.
시대의 아픔을 껴안았기에 더욱 아름다웠던 슬픈 사랑의 서사시!
경성시대는 혼돈과 격동의 시기였다. 한편에서는 조선 왕조의 500년의 근간을 이루었던 봉건적 도덕 윤리가 굳건히 버티고 서 있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조국이 식민지로 전락하면서 낯선 서양의 사상과 신문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이전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백일하에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자유연애와 동성애, 오늘날에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조 취미론과 조선을 붉은 색으로 물들인 프롤레타리아 연애론이 등장했던 것이다.
이러한 연애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자살을 하거나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이러한 결말은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너무나 고루한 조선시대의 도덕률과 너무나 급진적인 서구의 연애사상은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젊은이들은 그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부나방처럼 사랑에 생명을 던졌다. 비록 그들은 희생양이 되어 사라졌지만 그 사랑만큼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아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요즘 젊은이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마음껏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것도 이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게 아닐까? 이 책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 사건〉은 독자들에게 경성 시대의 생생한 공기와 함께 100년 전에도 펄떡거리는 심장을 지닌 인간이 살고 있었다는 진실을 가슴으로 느끼게 해준다.
목 차
저자의 말
제 1부 경성을 울린 비극적 연애 사건
제 1화 모던보이와 절세미인의 자살 여행.
장병천과 강명화, 한국사 최고의 정사 사건을 일으키다
제 2화 모던걸과 모던보이의 치명적 사랑.
윤심덕과 김우진, 그들은 왜 투신자살을 했을까?
제 3화 죽음의 연애 공식을 따라 죽은 연인들.
여급 김봉자와 의사 노병운의 투신자살 사건
제 2부 경성을 뒤흔든 낭만적 연애 사건
제 4화 여성 화가 나혜석, 정조 유린 고발장을 던지다.
나는 불륜이 아니라 취미로 즐겼을 뿐
제 5화 사랑의 여신 김원주, 머리를 깍고 중이 되다.
정조는 육체가 아니라 정신이다
제 6화 김명순, 연애가 파멸시킨 신여성.
나를 비웃지 말고 나의 운명을 비웃어 다오
제 3부 경성 연애의 색다른 얼굴, 충격적인 연애 사건
제 7화 홍옥임과 김용주 동성애자의 철도 자살 사건
여자를 사랑한 여자의 비극적 최후
제 8화 독살 미인 김정필 사건
남편을 죽여야 했던 구여성의 비극
제 4부 경성을 붉은 색으로 물들인 혁명적 연애 사건
제 9화 허정숙, 성적 반역을 주장하다
조선의 콜론 타이스트
제 10화 박헌영과 주세죽, 김단야와 고명자
사랑과 혁명, 그 비극적 변주곡
제 11화 박진홍과 이재유, 그리고 김태준
일제 운동사상 가장 낭만적인 로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