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맘도 모르고 나날이 오르는
유제품 가격
매주마다 2.3L 서울 우유를 한통씩 사시는 어르신이 계십니다. 오후 코스에 들리는 집으로, 가다가보면 집에 안계실 때도 있고, 계실때도 있습니다. 이따금 집에 안계실 때도 저는 어르신이 어디에 계시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어르신 걸음으로 걸어서 15분남짓 넘게 걸리는 거리에 있는 지인의 집에가서 같이 이야기를 하시기도 하며, 지인의 집 마당에 있는 텃밭을 관리하시기도 합니다. 한창 농사를 할 때쯤에는 어르신과 지인 어르신은 텃밭 작업에 여념이없다보니 손발이 늘 흙으로 뒤덮혀있습니다. 그래서 물건을 들고가도 결제하기도, 물건을 받기도 애매합니다. 설령 받는다해도, 그 여름에 우유를 밖에 두고 있기도 애매합니다. 그래서 간혹 문이 잠겨있을 때면, 어르신들은 대문은 잠궈도 집문은 잘 안잠구신다는 것을 이용하여 대문을 뛰어넘어 집 안 냉장고에 넣어두고 옵니다. 집안 냉장고를 열어보면 어르신께서 우유를 얼마나 드셨는지, 평소에 뭘 드셨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올해들어 유제품 가격이 연달아 인상이 되는 소식에 저희도 가격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우유 값이 왜 이렇게 비싸~ 나 옛날에 사먹을 땐 7천얼마 였던 것 같았는데~"
어르신의 기억이 작년의 기억이셨겠지만, 그래도 올해들어 우유 가격을 계속 올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2.3L 우유를 사드시는 어르신은 그 어르신이 유일하셨기 때문이지요.
"이제 비싸서 못사먹겠구만 어쩌지" 라고 하시는 어르신의 말씀에,
가격을 올려야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
가격을 유지하자고 하시는 저희 선생님의 마음에 감사했습니다.
"그 어르신만 사시는데, 굳이 그 얼마 더 하겠다고 가격을 올리는것도 그렇잔아요~"
그 덕분에 어르신께서는 그 전과도 같은 가격으로 계속 우유를 사드실수 있게 되셨습니다.
어르신들께 우유의 존재는 비타민과 같은 존재 혹은 그 이상의 존재로 생각하시다보니 유제품 가격의 인상은 어르신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