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목의 호남 기행
-영산강을 따라서 (11)
해당화 피고 지는
고대사회에서 함평은 살기 좋은 고을이었다. 쌀독에서 인심난다는 말처럼 너른 갯벌과 오밀조밀한 바다에서는 온갖 해산물이, 기름진 들녘에서는 오곡백화가 넘쳐나는 고을이었다. 살기 좋은 세상이니 어찌 비루하고 교활한 인간이 있겠는가?
펄떡펄떡 뛰어 입맛 나는 바닷고기에 숭어가 있다. 이 숭어는 가숭어와 숭어가 있는데, 가숭어는 참숭어, 밀치라고도 하며 눈이 노랗고 겨울에 맛있다. 눈이 검은 숭어는 봄에서 초여름까지 맛있는데, 보리 필 때 특히 맛있다고 ‘보리숭어’라고도 한다. 함평만에서는 이 두 숭어가 겨울부터 초여름까지 이어진다. 그뿐인가? 낙지, 새우, 게 등 없는 게 없다. 그래서 이곳 함평에서는 어물을 살 때 한두 마리 사는 게 아니라 소쿠리, 대야로 사서 나눠먹었다. 참으로 돌아가고 싶은 ‘아! 옛날이여’다.
함평은 초승달 형세의 고을이다. 보름달은 이지러지는 달이요, 초승달은 배불러가는 달이다. 그렇게 서해를 품은 함평만이 초승달처럼 휘어진 해안 깊숙이 들어와 너른 갯벌에서 온갖 생명체를 살린다. 그 해안길이 누리해안길이다.
이 누리해안길의 들머리는 영광군 염산의 항화항과 또 고려청자가 무더기로 발굴된 무안 도리포항이다. 마주보는 이 두 항구를 잇는 여기 다리가 놓이고 있으니 바로 칠산대교다. 이곳에서 바다가 갯벌을 안고 소라창자처럼 깊숙이 들어가니, 함평만은 마치 항아리 모습이다.
생명의 보고이고 상징인 갯벌 앞에 서니 수런수런 소리가 요란하다. 반가운 마음에 갯벌에 내려가니 이게 웬 일인가? 갯벌 가득 발발 거리던 게들이 재빠르게 제 구멍을 찾아 몸을 숨긴다. 하는 수 없이 갯벌에서 물러나니, 하나 둘, 다시 갯벌 가득 게들이다.
항화항에서 한걸음 내려오면 함평항이고 조금 더 오면 안악해수욕장이다. 여기서부터 월천방조제다. 맨 처음 제방공사를 시작해서 일공구라고도 하는데 1935년 일제강점기, ‘삼양사’의 ‘손불농장’ 간척공사의 산물이다. 이후 개땅이 옥토가 되었고, 고소하고 쫀득한 맛좋은 함평 간척지 쌀이 여기서 난다.
이 월천방조제가 2000년 8월 태풍 ‘프라피룬’으로 유실되었다. 무너진 제방을 다시 쌓으며 거친 환경에서도 향긋한 꽃을 피우는 해당화 6만여 그루를 심었다. 새로이 태어난 이 해당화길은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인간의 극복정신의 결과물이다.
이어 석계다. 이곳 갯벌은 함평 최대의 석화 생산지다. 김장재료로 주로 쓰이는 석화는 겨울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2월경에 그 맛이 절정인데, 농한기의 귀한 소득원이다.
그렇게 해안의 풍광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을 벗 삼아 함평만의 함평 쪽 끄트머리인 돌머리해수욕장 가까이 활기 넘치는 마을이 반긴다. 손불면 궁산리 신흥마을, 바로 해수찜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 해수찜은 1800년대부터 민간요법으로 이용하던 해수탕을 재현한 것으로 이 지역의 찜돌은 다른 지역보다도 유황과 장석이 많은 산성 암맥이라 한다. 살균작용과 피부질환, 신경통 등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금 더 내려오면 주포항이다. ‘수랑개나 술항구’라고 불러야 더 맛이 나는 곳이다. 하지만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간척공사 당시에는 각처에서 모여든 노동자들, 그들의 돈으로 흥청거렸던 곳이지만, 지금은 잊혀져가는 이름이다.
이어서 더 깊숙이 들어오면 마치 함평만의 등대처럼 목을 쑥 빼고 있는 돌머리해수욕장이다. 우거진 솔숲, 폭신폭신한 백사장, 환상적인 아름다운 낙조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 ‘함평만 생태보전 기념비’가 있다. 술항아리 모양의 돌탑이 있고, 기념비에는 ‘1992년 부안의 새만금 사업에 버금가는 함평, 영광, 무안, 신안군 일대 33,560ha의 갯벌을 매립하려 하였다. 1998년에 구시대의 개발계획을 철회하고 생태계 보전의 새로운 발전 모델을 후세에 알리기 위해 이곳 돌머리 해변에 기념비를 세운다. 2010년 석성 2리 주민 일동’ 이라 쓰여 있다. 삽질 숭배론자들의 사나운 굴삭기에 맨 몸으로 맞서 자연의 소중함을 후세에 귀감으로 남기고자 한 석성 사람들이 이곳 갯벌을 지켜낸 것이다.
‘아, 오늘 이 갯벌의 숭어며, 게, 고동과 바지락, 젓갈과 소금은 바로 이 분들의 수고와 노력이었구나.’
아름다운 사람들이 지켜낸 풍광이 어찌 아름답지 않을까? 해당화 피고 지는 누리해안길에서 함평천지 대동세상의 의미를 깨달으니, 마냥 행복할 뿐이다.
함평만 들머리 소중한 갯벌입니다.
함평만에 있는 섬마을 노래탑입니다. 좀 생뚱맞긴합니다
해당화 길입니다
해당화는 지고 원추리가 한창입니다.
이름이 좋은 술항구입니다
개발 광풍을 마을 주민이 합심하여 지켜낸 돌머리 해수욕장입니다
3천군마를 키운 군유산 북쪽골짜기 마구청입니다.
첫댓글 김 목 특별회원님!
회원님의 "호남기행" 잘 접하고 있습니다.
이번의 함평만 사진을 보고~ 먼저 간 고향 친구(함평농고졸업) 생각~
그로 인해 여객선에서 만나~ 펜팔 친구로 인연을 이어갔던 그 고장 출신
친구가 생각이 납니다. 이름을 기억할 수 있다면 찾아볼 수 있을텐데~
더운 날씨에 건강 챙기세요~~
글을 싣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페활성화는 물론 위도출신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빕니다.
좋은 내용이 많이 많이 배우고 참고자료로도 씁니다.
고맙습니다.
호남기행11차
함평을주제로접하이
함평하면농업실업계고등학교과에서함평농고를떠오르게합이다
사진이위도에있는것과같아정감이가네요
늘감사를드립이다
향토적인 것이 세계적이다 라는 말을 생각합니다.
향토와 고향을 사랑하시는 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