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받지 못한 자
군대를 모두가 다 갔다왔더라면 할 말이 훨씬 많았을 영화였다. 군대를 갖다온 사람에게는 공감이나 회상, 추억을... 군대를 갈 사람에게는 미묘한 감정(불안, 걱정같은)을 느끼게 할 만큼 사실감있게 그려진 영화였다. 중앙대학교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한 감독 윤종빈이 졸업 작품으로 내놓은 영화라는데 대학생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독립영화처럼 보이면서도 진행에 있어 흥미를 갖도록해서 군대이야기지만 여자가 봐도 지루하지 않았다.
사실 이 영화는 상당히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군대를 바꾸겠다는 처음의 신념과 환경에 적응하고 순응해 버리는 개인의 욕심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결국 주인공은 죽음을 택한다. 이 영화는 죽음이라는 형태를 통해 군대라는 사회에서 부적응을 나타내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누구일까? -군대 내 고참과 후배간 (사회까지 확대)
우리 조는 처음에 모여 이 영화의 주제를 이야기 했는데 이구동성으로 군대의 체제와 그 속의 여러 사람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영화로 본 군대라는 사회의 모습은 위계질서가 그 어떤 사회조직체보다 뚜렷하고 개인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그런 사회로 비추어졌다. 영화 속에서 군대가 만드는 사회는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좀 잘 해주려면 상대방의 태도가 아주 어긋나버리고, 반대로 최대한 압박을 가해야지 상대방의 태도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네가 너무 오냐오냐 해서 애가 풀어진거다'라는 말이 그런 군대를 대변한다. 군대라는 체제 안에서 굳건히 자리잡고 있는 권위적인 체계와 그 속에서 좌절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라는 이 영화에서 가장 초점을 맞추고있는 부분같다.
태정은 언제나 승영을 지켜준다. 하지만 승영은 태정에게 군대를 자기가 다 바꿀꺼라고 한다. 군대의 체제가 마음에 들지 않고 자기는 고참이 되어서도 후임병들에게 잘 해줄 것이라고한다. 하지만 태정이 제대하고 군대에 적응하며 적당한 아부까지 떨게되는 승영에게 지훈은 더 이상 동생같은 후임이 아니다. 여친과의 갈등과 군대내 부적응 사이에서 갈등하는 지훈 때문에 고참들에게 혼이나고 이런 피해를 승영이는 못마땅해한다. 결국 난쏘공처럼 가해자가 피해자가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용서받지 못한자는 가해자이자 피해자이기도 한 모든 이들이다.
군대는 바뀔 수 있는가
승영은 태정에게 군대를 내가 다 바꿀꺼야라는 말을 한다. 그래서 우리조는 군대가 과연 바뀔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 해보게 되었다. 요즘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군대에선 개인적인 생활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느낀건데, 개인이라는 존재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정도도 군대가 바뀐 것인가?
이전의 군대는 어느 정도 였다는 것인가,
군대라는 대규모 집단이 존재하려면 나름의 룰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또, 그 집단 성격이 무기를 다루고 조직력있게 행동해야하며 목숨을 걸어야 할 만한 일인데 군기를 잡고 긴장을 하게 하는 것은 어쩌면 나라를 위해서 하는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하지만 군대에서 지배 집단은 그들의 부조리하고 부당한 계급과 권력을 당연히 받아드리고, 반항하지 않고 기계화된 유닛을 만든다. 그 것이 군대라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보다 자기가 후임때 받았던 것을 복수하기 위해서라거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일 때 비난받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내부의 문제점과 처음에는 그것을 알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그 시스템에 합류하게 되고 결국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그 환경에 적응해 버리고 그런 성향이 한국 사회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과거에 비해 군대가 개선되고 있다. 군대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인권 존중인 것 같다. 변화가 더디기는 하겠지만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군기를 잡는 군대로 변할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동성애코드
이 영화가 동성애를 다룬 것이냐 다루지 않은 것이냐라는 문제를 두고 우리조는 조금 혼란 스러웠다. 동성애가 표면적, 직접적으로 동성애를 다루지는 않았지만 영화 중반부에는 승영이 태정에게 좋아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쓰고 영화 후반이 되도록 태정에게 승영이가 할 말이 있다고 하는 것이 혹시 그런 내용은 아닐까 짐짓 생각하게 했기 때문이다. 상황 때문에 그려진 것이긴 하지만 태정이 승영이를 혼내고 안아준다거나 여관방에 둘이 누워있는 장면은 얼핏 동성애의 느낌이 들어있다.
이 영화에서는 보통 남자와 남자 사이를 다루는 극단적인 방법보다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미묘한 감정을 다루고 있다고 결론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