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 통제된 길이 넘 많다.
산을, 숲을 생각하고 와서인지
아스팔트 도로길로 전망대에 이르는 길이
반갑지가 않다.
우리 일행은 아스팔트도로따라
전망대거쳐 야외무대까지
그리고 자작나무 숲속길을 휘휘 둘러서
자작나무숲 진입길로 내려서서
다시 아스팔트을 만나 하산하였다.
산길로 이어진 여러길들이
안전을 이유로 느슨한 통제를 하고 있다.
산객들에겐 통제할 이유가 없지만
산행 준비가 전혀 않된 관광객들을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인 듯 하다.
숲 동기들 세 분과 같이
숲문연의 2월탐방에 같이 못한 아쉬움으로
의정부에서, 은평에서, 중랑에서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구리로 모인다.
한 분은 어머니를 케어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대단한 열의를
가지고 동행을 나선다.
평일이라 고속도로는 시원스럽다.
마치 선물을 받은 듯 전혀 막힘이
없이 잘도 나간다.
주유를 위해 잠시들른 휴게소야
많은 인파에 몸살이지만
오고 가는 길 내내 시원스러웠다.
마침내 도착한 자작나무숲 주차장
역시 평일이라 주차공간이 넉넉하다.
다만,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는 소리와
아스팔트로 연결된 입구,
관광모드차림의 여러 방문객들이
숲으로 드는 환상을 깨뜨린다.
숲으로 다다르는 걸음, 걸음에
연신 나무들의 이름 알아내기에 열중이다.
전나무와 다른 잣나무가 어쩌구, 저쩌구
참나무류를 구분하느라 재잘, 재잘
오리마다인데 넘 가깝게 있다는 오리나무
명품소나무는 그냥 지나칠 수 없고
오름길을 오름으로 느끼지도 않으며
자작나무 전망대에 이른다.
전망대는 명불허전이다.
위에서 내려다 보는
그리고 나무의 웟부분을
바로 옆에다 두고 보는 모습의 느낌은
또 다른 감흥이다
전망대는 꼭 들러볼 일이다.
잠시 더 진행하여 만나는 자작나무 숲
그야말로 자작나무만 보인다.
하얀 눈밭에 허연 수피의
기다란 줄기를 자랑하는 자작나무
높이 높이 올린 저 끝엔
열매도 주렁주렁이다.
허연 수피의 중간 중간엔
가지친 자욱이 훈장처럼 자랑이다.
낙엽진 잎도 눈 맞춤 해보고
야외무대인근에서
연신 사진을 남기지만
그것으로 만족하지는 못할터라
본격 숲 오솔길을 걷는다
미끄덩 눈길이라지만
그냥 자작나무의 이끌림에 몸을 내어준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림의 길은
자작나무 숲길의 진입구간이라는
산길을 택한다.
얼어붙은 눈길이라 위험스러운데도
아이젠도 준비 안하신 관광객분들
다음엔 꼭 준비하셔요.
그래야 좀 더 좋은 추억 안고 가시죠!
잠깐이지만 오늘 걷는 길중 최고로 맘에 든 길
4시간여의 꿈결같은 탐방길을 마치고
늦은 점심겸 저녁을 위해
자작나무식당을 찿아든다.
음식맛이 긴가 , 민가 망설이다 찿았지만
대성공이다.
두부능이전골에, 옹심이 칼국수에,
꼬물이만두, 황태콩나물해장국까지
그리고
지난 주말 전달받은 숲문연의 전집을
자랑스레 내어 놓으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어 주신 주인장까지
마지막은 정감가득히 채우는
행운까지 곁들여 마무리한다.
* 페이스북 게시글
인제 자작나무숲 _ 20230222
넘 기대를 하고 갔을까?
숲은 기대만큼이나 좋다.
자작나무에 쏙 빠져들만큼이다.
다만,
관광지에 다녀온 느낌을
져버릴 수 없다.
물론
주말의 시즌에는 모자라겠지만
잘 만들어진 주차장에
깊숙한 자작나무숲까지의
임도에 깔린 아스팔트는
걷기는 편하나
숲으로 드는 길로는 안 어울린다.
요즘이야
심심잖게 볼 수 있는
건물앞의 조경수로까지 등장하는
자작나무이지만
대단위의 숲을 이룬 자작나무는
넉넉한 마음을 담기에
부족함이 없다.
오며 가며
소요되는 시간이 6시간여지만
자작나무 숲에서의
느긋한 4시간이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는다.
우리의 숲이 넘 좋다.
끝나고
자작자작식당의 음식맛도
푸근한 주인장의 친근함도
숲전집을 내어놓으며
나눈 이야기까지
기억되는 즐건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