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뵙는 선생님이 한 분 들어오시길래 인사 드리고 여기 사인하시면 됩니다... 라고 말씀 드렸더니,
'(수줍은 표정으로) 저... 저는 오늘 강의하러 온 사람인데요...'라는 인사로 서용선 장학사님과의 첫대면을 맞이했습니다. ;;;
(전해들은 명성이 있어 그런지 뭔가 엄청나게 강한 기운을 내뿜으며 등장하실 거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
다른 일정들이 겹쳤던 관계로 조금 적은 인원이 모여서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치만 내뿜는 에너지만큼은 2주째 토요일은 반납한 열정에 힘입어 엄청났던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강의에서 제가 느꼈던 감정들, 깨달음을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보려구요.
혹시라도 장학사님의 말씀을 인용하실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달라는 당부의 말씀 드립니다.
“뿌리 찾기, 인간은 현재를 떠나 존재할 수 없다(지금을 사는 우리들), 연구와 실천의 균형, 바오밥 나무, 중간리더의 역할(정책은 상상력), 기다림”
#뿌리찾기
일체화에 대한 논의의 주요참여자로서... 도시로 떠났다가 발전된 고향을 찾아온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자신의 생각이나 이론이 구체적으로 실현된 데에 대한 뿌듯함, 이렇게 만드는 데 기여하셨던 분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김덕년장학사님을 포함한, 그 자리에 계셨던 선생님들에 대한..
다만, ‘일체화’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어려운 말이며, 역사적으로 검토해보았을 때 일체화는 불가능한 말이라는 개인적인 생각도 말씀해주셨습니다. 생각해볼 말인 것 같아요. ‘일체화’라는 단어를 우리가 쓰고 있기는 하지만 그 단어가 주는 의미 때문에 그 속에 갇혀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을 사는 우리들
지금 현재는 마을 공동체와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과거가 어떠했든 인간은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이겠죠. 가급적 이 부분에 대한 말씀의 분량을 줄이려 하셨으나 중간중간 마을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어 새로운 기회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교사’라는 호칭을 어디까지 어떻게 사용해야할 것이냐, 학교 안과 밖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연결할 것이냐에 대한 부분까지는 할 이야기들은 많으셨을 것으로 생각이 되나 시간이 부족하여, 또한 이날의 주제와 직결되는 부분은 아니라 논의 시간이 짧았습니다.
#연구와 실천의 균형
제가 교직에 몸담고 만나본 사람들 중에 가장~~~~~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분으로 느껴졌습니다. 어마어마한 독서량과 생각들, 철학의 깊이... 아직은 범접할 수 없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그러나 그런 연구의 과정들이 이분에게는 희열로 다가오는 것 같아서 저도 본격적인 공부를 하고 싶은 입장에서 꽤나 부럽기도 했습니다. ^^;
실천이 바탕이 되지 못한, 실천을 염두에 두지 못한 연구는 그 의미가 떠어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본질을 건드리지 못하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을 강조한 정책들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기도 하구요.
장학사님 말씀처럼(농담인 걸 알고는 있습니다만.. ^^) 그날 그 자리에 계시던 ‘실천전문가’로서의 선생님들이 모두 장학사가 되어 우리나라의 교육을 바꿔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교직에서의 실질적인 경험을 충분히 갖춘 사람들이 교육청의 업무담당자에 좀 더 포진되면 좋겠다는 생각두요. 그런 면에서 덕년장학사님이아 용선장학사님의 말씀은 더 와닿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교육청 내부에서의 강력한 관료제적 성격으로 인산 소통의 부족함... 경직성... 등은 해결해야할 문제인 듯 싶었습니다.
#바오밥나무
가장 인상적인 사진 그리고 설명 부분이었습니다. 바오밥나무는 그 어마어마한 몸통의 둘레 때문에 경외의 대상이 되곤 하는데요, 살아가는 환경이 척박함을 생각해보면 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뿌리와 줄기만 강인한 것이 아니라, 하늘높이 피워내는 푸른 잎사귀들이 더 신기하다구요... 어떻게 뿌리 내렸을까... 어떻게 저렇게 푸른 잎들을 달았을까...
우리 아이들이 ‘세상’이라는 척박한 환경과 만나게 되었을 때 바오밥나무처럼 뿌리내리기를 잘 하고, 푸른 잎들을 잘 달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 아닐까... 라는 말씀에 격하게 공감했습니다.
우리 교육의 패러다임의 변화와도 직결되어 있는 부분이라 더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물고기를 잡아줄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는 말은 아주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말이기는 하지만 우리 현장에서 이런 부분이 잘 실현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중간리더의 역할(정책은 상상력)
중간리더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요? 라고 여쭤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 못 그랬습니다. ^^ 짧은 제 소견으로는... 교육청에서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은 언제가 현장에 있는 교사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이야기에 뿌리를 둔 정책들을 고민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연구를 위한 연구..처럼 정책을 위한 정책..도 많지 않은가...
그러나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모두 정책입안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인 만큼, 중간에서 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치열한 이야기를 모으고 이를 교육청에 있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해줄 수 있는 역할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우리 동아리에 계신 여러 선생님들이 이미 그런 역할을 해주시고 있다고 생각하구요. 저도 거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한자성어는 ‘사필귀정’입니다만 못지 않게 좋아하는 말로 ‘읍아수유’라는 한자성어가 있는데요, 우리 말로는 ‘우는 아이 젖 준다’라는 말입니다. 어느 조직이든 그 속에서의 부조리나 불합리함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술자리에서 하는 뒷이야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무엇이 잘되고 있고, 무엇이 잘못되고 있으며, 현장은 어떻게 바뀌어가고 잇는지, 어떤 정책을 제안하고 싶은지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하고 주장해야 변화가 생길 수 잇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책은 상상력이라는 말씀! 무척무척 좋았습니다. 누군가 꿈꾸지 않았다면 이루어지지 못했을 일들이 너무도 많죠. 우리 선생님들이 좀 더 함께 꿈꾸고, 함께 이루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다림
좋았던 말 중에 하나였습니다. 이는 우리가 독서토론할 때 시간이 변수냐 상수냐에 대해 논의했던 부분과도 직결되어 있는데요, ‘제한된 시간’내에 과제를 수행하지 못했을 때에 어떻게 할 거냐... 기다려주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단기간에 바뀔 수 있는 것들도 있겠지만, 단 한 가지를 바꾸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훨씬 더 긴 일들도 분명 있는 거겠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조급하게 생각될 수 있는 그 어떤 일들이, 선생님들이 고군분투하며 하시는 강의나... 수업들이 축적되었을 때, 역사의 큰 변화의 물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 저만 하는 건 아니겠죠? ^^
정리 : 각 키워드별로 장학사님 말씀은 앞부분에, 제 생각은 주로 뒷부분에 좀 적어봤습니다. 요렇게 적어두면... 시간이 좀 지나서 다시 보고, 그때의 자신을 반성할 날이 분명 있겠죠? ^^ 요즘 들어 자꾸 하게 되는 생각인데 말입니다... 우리 동아리샘들 정말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첫댓글 '일체화'라는 용어의 창시자라는 말씀은~.그것보다는 논의의 주요 참여자라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될 듯 합니다.
어? 그런 뜻으로 적은 부분은 아닙니다만,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수정해두겠습니다. ^^ 수석님이 말씀해주신 그대로의 의미입니당~
재훈샘, 감사해요. 참여하지 못했지만 글로 읽으면서...또 뭔가를 배웁니다. 재훈샘은 참..정리를 잘 하시네요. ^^
ㅎㅎ 선생님의 댓글을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저도 제가 느끼고 메모했던 걸 정리하는 효과도 있어서 겸사겸사 적어두고 있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