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농교실 지상강좌4: 논두렁에 콩 심기
1
콩 심으라고
온 동네를 다니며
뻐꾸기 우네
이 하이쿠가 내게 온 날은 5월 13일이었다. 오늘은 같은 달 18일인데 오늘도 뻐꾸기가 운다. 멀리서는 벙어리뻐꾸기 울고, 가까이서는 뻐꾸기가 운다. 가끔 검은등뻐꾸기 소리도 들린다.
“콩은 언제 심는 게 좋아요?”
이렇게 물으면 노농은, 곧 늙은 농부는 이렇게 대답한다.
“뻐꾸기 울 때 심지.”
마을에 뻐꾸기 소리가 들리면 농부들은 이런 혼잣말을 한다.
“뻐꾸기가 우는 걸 보니 콩을 심어야겠는 걸!”
물론 뻐꾸기가 콩을 심으라고 울어내는 것은 아니다. 뻐꾸기는 해마다 같은 시기에 돌아와 울고, 그때 콩을 심으면 좋다는 걸 농부들은 오랜 경험으로 알고,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2
요즘에는 보기 어렵지만, 옛날에는 논두렁에 콩을 심었다. 그런 집이 많았다. 올해는 나도 심었다. 폭이 넓은 아랫논 논두렁에는 논 안쪽과 바깥쪽, 두 줄로 심었다. 폭이 좁은 윗논 논두렁에는 한 줄로 심었다.
콩은 비옥한 땅에서는 줄기와 잎만을 지나치게 키울 뿐 꼬투리를 잘 안 맺고, 맺더라도 알이 차지 않는다. 여름에 줄기와 잎은 무성한데 가을에 거둘 것이 없다. 키가 큰 콩은 장마 때 쓰러지기 쉽다. 쓰러지면 잎과 줄기가 많이 망가지며 수확량이 격감한다.
논둑은 그런 점에서 콩 농사에 좋다. 밭보다 척박하기 때문이다.
비옥한 땅에서 콩 농사를 지을 때는 비옥도에 맞춰 한 차례에서 두세 차례까지 순지르기를 해줘야 한다.
포기 간격은 톱낫 하나 반 정도로, 50cm에서 60cm 사이로 심는다. 한 구덩이에 세 알을 넣고, 최종적으로는 두 포기를 기른다.
3
콩은 쑥쑥 몸을 키우다 어느 날부터 꽃을 피우고, 꽃이 진 자리에서 꼬투리가 생긴다. 꼬투리 안에서는 콩알이 생겨서 부풀어 오른다. 그렇게 콩알이 자라 꼬투리가 꽉 차면 풋콩으로 밥상에 놀릴 수 있다.
벼가 익으면 콩도 익는다. 벼 벨 때 콩도 벤다. 줄기 채 베거나 뽑아 단을 지어 묶은 다음 말린다. 1주일쯤 말린 뒤 막대기로 두드려 턴다. 양이 많다면 도리깨로, 그보다 더 많다면 탈곡기로 턴다.
체, 키, 풍구 등을 써서 검불을 날려버리고, 한나절 햇살에 널어 말린 다음 자루에 담아 보관했다가 밤이나 가을걷이가 다 끝난 뒤에 펴놓고 고른다. 그릇 두 개를 놓고, 한 그릇에는 잘 여문 콩을 골라 담고, 다른 한 그릇에는 벌레 먹은 콩이나 덜 여문 콩을 골라 담는다. 잘 여문 콩 가운데 더 실한 것을 골라 씨앗용으로 따로 담아둔다. 아니면 그냥 두고 먹다가 남은 콩 가운데 실한 것을 골라 씨앗으로 써도 된다.
콩은 쓸모가 많은 작물이다. 잡곡으로 밥에 넣어 먹을 수 있고, 우리가 먹는 두부도 콩으로 만든다. 두유나 콩국물도 콩으로 만들고, 콩자반 같은 반찬도 만들 수 있다. 게다가 고추장이나 된장의 주원료 중의 하나도 콩이다.
그 콩을 밭이 아니라 논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논두렁에 콩 심기, 곧 논두렁콩 재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