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빨간 띠 때문에 우는 선우
어제 퇴근하여 6시 30분 쯤 귀가하니 선우가 화가 나 있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지난 토요일 태권도 승급 심사에 합격하여 오늘 빨간 띠를 받아왔는데 선빈이 것은 새 것인데 제 것은 낡은 것이라서 그렇단다. 선우가 내 눈앞에 들고 온 띠를 보니 정말 그렇다.
아마 아빠가 오면 어떻게든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던 듯 본격적으로 툴툴대기 시작한다. 그래서 내가,
“정말 네 것만 헌 것이어서 속상하겠다.”
하고 말하니 귀가 솔깃한 지 더욱 투덜투덜 댄다.
그러나, 내가 같은 말만 반복하고 다른 대책을 제시하지 않자, 실망한 나머지 제 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닫고는 ‘에이씨, 에이씨’ 하며 울기 시작한다.
나는 그걸 보고는 웃음이 나와 견딜 수가 없었다. 이제 초등학교 3 학년으로 덩치는 꽤 컸지만 아직도 마냥 어리기만 하구나 하는 생각에서이다. 글쎄 도복의 띠가 새 것이든, 헌 것이든 그것이 뭐 그리 속상할 일인가?
잠시 후에는 방에서 나와 태권도를 안 다니겠다, 저녁밥을 안 먹겠다고 계속 심통을 부려서 그냥 놔두었다. 엄마가 가서 맛있는 전골을 해 놓았으니 밥을 먹으라 하자 마지 못하는 냥 식탁에 앉는다. 그래서 내가, ‘같은 띠라도 더 오래 한 고수들이 낡은 띠를 매는 것’이라고 위로를 하자 조금 진정이 되는 듯 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완전히 물이 빠져 흰 띠처럼 변하면 그때는 다른 띠로 바꾸어달라고 해서 그때는 꼭 그러마고 약속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별 것 갖고 다 난리다.
(2000.11.28. 화)
(경남대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