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당연히 있지 말입니다...
박OO님 (강원도 동해시)
20년도 지난 군 생활 이야기였지만 한순간 편하게 군 생활하려고 했던 거짓말 때문에 군 생활 내내 피를 말리는 나날을 보내야 할 수 밖에 없었던 일화가 있어서 글을 올려봤어요
제가 20년 전에 군 생활을 했던 곳은 서경석씨도 아시는 진짜사나이에서도 촬영을 했던 부대로 육군 제27보병사단인 이기자부대였습니다
동기 3명과 함께 대대배치를 받고 내무반에서 선임들과 처음 만나는 순간 저와 동기는 냉장고에서금방이라도 튀어 나온듯한 싸늘한 시선의 선임들의 눈빛에 얼어 아무 정신이 없었을때인데가장 실세로 보이며 나이가 꽤 들어보이는 병장이 동기들 하나씩 질문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어디서 왔냐? 학교 어디 나왔냐? 란 질문도 아니고 질문은 단순하게 딱 한 가지였어요.
저희 세 명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병장은 제일 첫 번 째 동기에게 질문을 하더군요.
병장
너....누나 혹은 여동생있어?
동기1
네....누나 한명 있습니다
병장
몇 살이야?
동기1
네. 23살이고 대학생입니다.
병장
그래? 일단 편하게 앉아 있어.
그리고 병장은 두 번 째 동기에게 또 다시 똑같은 질문을 합니다.
병장
너는 누나나 여동생 있어?
동기2
누나는 없습니다. 형이 두 명 있습니다.
병장
그래? 그렇단 말이지. 엎드려 뻗쳐있어
그렇게 동기1은 누나가 있다고 하고 편하게 앉아 있고 누나 없는 동기2는 누나가 없다는 이유로 엎드려 뻗쳐를 하고 있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장면을 목격하고 저의 머리 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저한테 다가온 병장, 또다시 똑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병장
너는? 있어? 없어?
나
누나 말입니까? 저는 누나가 셋이나 있습니다.
이 순간 없는 누나도 만들어야 할 판이지만 거짓말이 아니고 실제로 제게는 누나가 셋이 있었습니다.
병장
그래 셋이나? 누나들 몇살인데?
나
23살 24살 27살 입니다
병장
오우~~그래?? 누나들 뭐하는데? 결혼한 누나도 있어?
나
아닙니다.
둘은 대학생이고 큰누나는 은행에서 직장생활하고 있습니다.
병장
부라보~!
앞으로 넌 내가 특별관리한다. 저기 내자리에 가서 편하게 앉아 있어
그렇게 저는 내무반의 상석인 병장선임 자리에 각을 잡고 앉아 있는데 머리가 복잡하기 시작했어요.
왜냐하면 누나가 셋이 맞긴 맞는데 제가 말한 누나들의 나이는 막내누나만 제외하고 다 조작된거죠.
사실 진짜 누나들 나이는 27살, 29살, 32살이었거든요
이 한순간에 거짓말 때문에 저희 군 생활은 이렇게만 군 생활하면 몇 번은 더 와도 되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편하기 시작했고 지갑 속에 있던 누나들이 결혼 전에 찍었던 가족사진을 본 후 선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저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누나 하나 있던 동기의 누나는 선임들이 사진을 보더니 실망했는지 저의 사진 속 누나들의 얼굴을 본 선임들이 제게로 다 몰렸기 때문이었습니다.
누나들이 그래도 꽤 이쁘다는 소리 많이 듣기도 했고 사진에서도 아주 꽤 아주 잘나왔었거든요.
그렇게 시작된 저의 군ㅍ생활은 저는 원하지도 않는데 고참들에게는 가족들이 저를 언제 면회를 오는지에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면회를 오게 되면 누나들도 함께 올거란 생각을 하게 된거죠.
그런데 더 문제는 누나가 셋이 있는 건 사실이긴 한데 나이는 그렇다고 치고 첫째누나, 둘째누나는 시집가서 애 낳고 살고 그나마 가장 젊은 27살 막내누나도 제가 입대하기전에 결혼해서 임신 중이라는 게 더 큰 문제였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고참들이 기대는 나날이 커져가고 있었습니다.
병장1
“편지해서 누나들하고 가족들 면회 오라고 해.
내가 너 아주 잘 보살핀다고 할테니까“
병장2
“너희 둘째누나 완전 내 이상형이야. 24살이라고 했지?
이보다는 좀 성숙한 얼굴인데 난 그런 스타일 좋더라~“
병장3
“난 너 막내누나 완전 내 스탈이다. 처남, 우리 한 번 잘해보자. 알았지?”
이렇게 고참들의 기대가 하늘을 찌를수록 저의 깊은 한숨은 늘어만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오지 말아야 할 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바로 가족들이 면회를 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저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내 군 생활은 이제 끝났다. 지옥을 경험하게 될 거란 생각에 다크서클이 내려오고 선임들은 자기들 면회도 아닌데 환호하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애들 키우느라 바쁠텐데 첫째누나, 둘째누나에 매형들까지, 심지어 임신 중이라 배가 나와 있는 막내누나까지 온다고 하니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습니다.
전화를 해서 제발 누나들 오지 말라고 했는데 신병교육대 퇴소할 때도 못ㅠ가봤는데 첫 면회는 당연히 가야한다며 왜 그렇게 쓸데없이 평소에 안하던 동생사랑을 하는지 저는 결심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일과가 끝나고 선임들의 허락을 받아서 집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나
“엄마, 절대로 누나들이랑 같이 오지 마.
누나들 그냥 집에 있으라고 해!”
엄마
“무슨 소리야?
동생 보러간다고 매형들 휴가내고 간다는데, 왜 그래?”
나
“그냥 내 말 좀 들어줘 엄마. 다음에, 다음에 오라고 해.
내가 나중에 왜 그런지 설명해 줄테니까.“
엄마
“너희 부대선임들 주려고 먹을 것도 잔뜩 예약해놨는데...
그런데 왜 그러는데?”
나
“나중에 설명할게. 엄마, 먹을거는 잔뜩 싸가지고 와도 되는데
누나들은 안 돼. 알겠지?“
그렇게 엄마를 설득하고 저는 내무반으로 돌아오면서 아쉬운 듯 연기를 시작했습니다.
나
“김병장님, 이번 면회에 누나들이 일이 생겨서
모두 못 오게 되었다는데 어떻게 합니까?”
그 말에 다들 실망하는 표정과 분위기가 싸늘해지길래 저는 분위기를 바꿔야만 했습니다.
나
“아쉬운 데로 저 대학 동기여자친구들 있는데,
제가 펜팔 한번 추진해 보겠습니다.”
병장
“난 딱 너희 누나들이 이상형인데... 이번엔 어쩔 수 없지 뭐...
다음면회 땐 꼭 다 오겠지?“
나
“당연하지 말입니다. 부모님 오실 때 맛있는 거 많이 가져오신다고 다함께 오시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간신히 불을 끄고 드디어 면회날이 되었습니다.
선임들과 함께 모두 면회장으로 가서 오랜만에 치킨 피자 고기 모두를 헤치워 버릴 마음에 발거음도 가볍게 면회장에 도착을 했고 면회장에 들어가는 순간 저는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질 뻔했습니다.
절대로 오지 말라고 했던 누나들이 글쎄 환하게 웃으며 저를 반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엄마
“너가 오지 말라고 했다고 하니까 누나들이 너니가 부담 가져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고
가야 한다면서 안 올 줄 알았는 데 누나들이 다 면회 오면 얼마나 좋아하겠냐면서 오늘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이렇게 다 왔잖니. 깜짝 놀랐지? 너도 좋지?”
그러시며 어머니는 고참들의 손을 하나씩 잡아가며 가족들을 소개시켜 주시고 계셨고 누나들을 보고 당황해하며 동공이 흔들린 고참들은 정신을 못차리는듯 한 표정이었습니다.
병장
“어머님, 저기... 따님들 다 오신거에요?
혹시 빼놓고 오신 따님들은 없습니까?“
엄마
“아이고 재밌기도 해라. 이게 다에요.
저기 첫째, 저기 둘째, 저기 임신 6개월 배나온 막내딸까지
딸 셋. 하여튼 우리아들 잘 좀 부탁합니다~“
저는 그날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말도 하기 싫은 고난이 제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엄마가 부탁한데로 면회가 끝나고 가족들이 돌아가고 난 후 고참들은 지금까지 저에게 해주지 못했던 모든 애정(?)을 쏟아 붓기 시작했고 지옥이 있다면 여기가 지옥이구나 싶을 정도로 그날부터 군 생활이 힘들어 지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고참들은 저를 뻥쟁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선임들
“야! 뻥쟁이~!”
나
“이병...뻥...쟁....이!”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선임들 면회장에서 얼마나 큰 실망을 했을까 생각해보면 저도 많이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그때 그 선임들, 저희 누나 같은 이상형들 만나서 잘 살고 계시겠죠?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의 군 생활은 정말 행복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