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을 매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지인이 있다. 그는 우동이 먹고 싶을 때는 원도심으로 '우동 순례'를 떠난다. 삼미우동, 명락우동, 일광집, 중앙메밀, 18번완당, 카마타케제면소…. 세월의 더께가 앉은 노포가 즐비하다. "부산 사람들이 특히 우동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왜 그럴까요?" 즉답을 하지 못한 채 우물쭈물 했지만 맛있는 우동가게가 속속 문을 여는 걸 보면 진짜 그런 모양이다. 최근 부산에 생긴 우동집 두 곳의 맛을 음미했다. 원도심에서 제법 멀다. 서면의 '하루'는 사누키우동과 일본정식을 내세운다. 대연동의 요리스튜디오 '구드미엘'은 돌연 '한국식 우동' 전문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우동은 국물, 면, 고명의 조합이지만, 역시 국물맛이 으뜸이다. 후루룩…. 뜨끈한 우동 국물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서면 '하루'
일본 우동 '돈멘' 한국식 재창조
사골 곰국에 해산물·채소 듬뿍
훗카이도 명물 창창야키도 별미
서면 영광도서 위에 올초 문을 연 '하루'는 일본어로 봄(春)이라는 뜻이다. '사누키우동과 일본 정식'을 내세우고 있다. 사누키란 일본 우동의 원조인 가가와 현의 옛 이름. 그래서 일본 정통 우동이겠거니 생각했지만 고정관념이 깨지는 재미가 쏠쏠하다.
간판 메뉴인 하루멘은 세숫대야 크기 그릇에 담겨 나온다. 지름이 32㎝다! 양배추 따위 채소가 듬뿍 올려지고 사이사이 닭고기를 찢어 꾸미로 올렸다. 대체 이게 우동인가? 짬뽕인가?
일본 후쿠오카식 우동의 원조로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돈멘'과 비주얼이 비슷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 돈멘을 벤치마킹하긴 했는데 그릇 크기만 빼놓고는 재창조 수준으로 바꿨단다. 사골을 곤 곰국에 해산물이 어우러지고, 채소가 듬뿍 들어간다. 매운맛은 고춧가루로 조절하는데, 매운 걸 주문하면 콧등에 땀깨나 맺힌다. 파스타면으로 비빔국수를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육수와 고명이 달라지면서 '부산 돈멘'에서 '하루멘'으로 진화 중이다.
계절 메뉴로 내놓는 굴우동에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동과 굴의 조합은 굉장히 한국적 발상이다. 게다가 '우동굴'이라 해도 될 정도로 굴을 듬뿍 넣었다. 물론 우엉튀김을 얹은 정통 일본식도 있으니 입맛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우동의 자유로운 변주는 한·일 요리사들이 협력한 결과다. 이 중 홋카이도 출신 시미즈 고지 씨가 만들어내는 홋카이도 명물 창창야키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이란다. 매서운 한파와 싸우며 바다에서 고기 많이 잡으라고 선주가 어부들에게 해주는 일종의 에너지 음식. 갓 잡은 연어에 감자와 호박, 콩나물, 양배추 등 채소를 수북히 올려 찜냄비에 끓이는 식인데,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사람들의 취향에 맞게 전골 느낌으로 낸다. 이 맛을 본 박상현 음식칼럼니스트는 "아주 따뜻한 음식"이라고 평했다. 요기나 술안주 모두 안성맞춤이다.
'하루' 활용 팁. 하루멘은 혼자서 먹기에 양이 많다. 두세 명이 김밥이나 유부초밥을 곁들이면 마침맞다. 창창야키를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볶을 것. 밥은 공짜다! 김치는 원할 경우에만 제공. 각이 지지 않고 둥글게 원통형으로 만 유부초밥이나 콩비지와 두부로 만든 일본식 만두는 별미.
'하루'는 김정길(70) 전 장관이 부인의 이름으로 연초에 개업했다.저녁은 이자카야 식으로 바뀐다.
※부산 부산진구 서면문화로 26(부전동) 2층. 유원골든타워 건너편. 하루멘 1만 5천 원, 창창야키 2만 원, 튀김우동 5천 원, 카레우동 6천 원, 생굴우동 7천 원, 두부 만두 1개 1천500원. 051-809-2626.
메뉴 | 하루멘 1만 5천 원 창창야키 2만 원, 튀김우동 5천 원, 카레우동 6천 원, 생굴우동 7천 원, 두부 만두 1개 1천5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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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 | 분식 | 글쓴이 | 여기부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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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398-8 2층 | 전화번호 | 051-809-26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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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 오전 11시 30분~밤 10시 | 휴무 | 일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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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법 | 영광도서에서 걸어서 5분 | 주차 | 예약손님 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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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및 수정일 | 14-02-06 | 평점/조회수 | 5 / 5,4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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