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에 엄마와 딸이 동시에 포란을 시작했었다.
오늘 엄마의 구구 대는 소리가 심상치않아 들여다보니 깨어진 알이 보인다.
마침내 21일 간의 포란 끝에 병아리가 나온 것이다.
한참을 기다려보았지만 병아리는 좀처럼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어제 오전의 일이었다.
엄마 옆에서 엄마랑 같이 포란하고 있는 이놈은 지난 겨울 검은색 어미닭이 낳은 딸내미다.
어미와 동시에 포란을 시작했는데 이놈은 자리가 적절치 못했다.
어미는 안전한 둥지에서 포란을 시작했는데, 이놈은 맨땅에서 알을 품기 시작했다.
비라도 오면 바닥이 빗물에 젖어 아무리 정성껏 알을 품어도 공염불이 될 것 같아서 품고 있는 알들을
안전한 장소로 옮겨 주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원래 제가 포란을 시작한 곳에서만 맴돌며 알을 찾을 뿐
바로 옆에 놓인 제 알들을 찾아가질 못했다. 결국 보다 못한 나는 알들을 다시 제 자리에 놓아줄 수 밖에 없었는데.....
총 10개의 알을 품기 시작한 딸내미는 이후 이와같이 3개의 알을 밖으로 끌어내다 버리는 것이었다.
어미는 본능적으로 부화할 수 없는 알을 구분할 수 있어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알 수 없다.
여하튼 이 놈은 10개 중 3개의 알을 내다 버렸다.
부화 상태를 보니 어미는 모든 알이 부화한 것 같은데 이놈은 역시 장소가 문제였는지 아직 3~4개의 알이 부화하지 못한 것 같다.
내 기억으로 먼저 자리를 잡은 건 어미가 아니라 요놈 딸내미였던 것 같은데......
구름마을님으로부터 병아리를 가져가라는 연락이 왔다.
막상 가 보니 숫자도 너무 많고 무엇보다도 병아리가 너무 어리다^^
이렇게 어린 놈들은 키워내기가 무척 어렵다는데.....
여하튼 놈들을 데려왔다.
졸지에 이날 수많은 병아리들의 아빠가 되었다.
모두 세어보니 총 261마리, 거기다 암탉들도 이날 병아리를 얻었으니 우리집에 엄청난 수의 닭이 새 식구로 늘어난 셈이다.
요놈들을 어디에 어떻게 풀어놔야 하는가가 문제였는데, 우선 창고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창고에 있는 잡다한 물건들을 몽조리 꺼내고,.....
놈들을 이곳에 풀어놓더라도 기온이 너무 차갑다.
이놈들 온도를 평균 27~30도 정도로 유지해 주어야 한다는데....
낮엔 그런대로 놔두더라도 밤이 문제인 것 같다.
발열등이 있는 모양인데 황간에서는 구할 수 없단다.
할 수 없이 가스 난로를 들여다 놓고 틀어주었는데, 문제는 계속 틀어 놓으면 기온이 한없이 올라간다는 점이다.
두어시간 틀어 놓으니 기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가서 불을 껐더니 불과 10여분 사이에 온도가 30도로 내려갔다.
여기서 온도가 더 내려가면 문제가 발생한다 하니 다시 불을 켜야 하고, 또 얼마있다가 잠시 꺼줘야 할 터인 즉, 잠은 다 잤다^^
내일 영동에 나가서라도 발열등을 사와야 할 것 같다. 자동 온도조절이 가능한 놈으로..., 그런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요놈들 데려와 모이와 물을 줬는데.....
깊은 그릇에 물을 주니 몇 놈이 온 몸이 흠뻑 물에 젖었는데,,,, 젖은 놈들은 체온 유지가 안되어 이내 쓰러지고 마는 것이었다.
너무 놀라 황급히 난로를 켜주고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기온이 오르니 금방 죽을듯이 까무라쳤던 놈들 대부분이 살아나 있었다.
병아리에게 기온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 것 같다. 병아리에게 물 줄때는 절대 깊은 그릇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배운 것 같다.
검은 암탉은 작년 11월에 병아리를 부화하여 제대로된 바람막이조차없는 바깥에서 병아리를 건강하게 잘도 키워냈는데...
그렇게 한 겨울에 잘 자란 새끼가 지금 어미랑 같이 포란하여 다시 병아리를 얻고 있는데....
어미의 힘이란 게 이런 것일까? 어미닭은 한겨울에도 난로같은거 없이 밖에서 병아리를 건강하게 키워냈는데,
이렇게 기온에 민감한 병아리들을 그 추운 겨울에, 그것도 밖에서 어떻게 체온을 유지해주며 건강하게 키워냈는가 말이다.
이런 걸 봐도 사람이고 짐승이고 엄마는 위대하다^^
젖은 놈들은 금방 숨이 넘어갈듯이 까무라쳤다가도 기온이 올라가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살아나 있었다.
내가 요놈들을 정말 잘 키워낼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오후가 되어서야 깜둥이의 새병아리가 얼굴을 보여 주었다^^
참말 귀엽다^^
어미가 품어서 나온 놈들이라 그런지 양계장에서 온 병아리들에 비해 좀 더 단단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내 기분일까??
이놈과 같이 우리집에 온 토종닭 암컷이 두 마리 더 있지만 놈들은 포란을 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3마리 암탉 중 이놈만이 벌써 두 번째 포란하여 병아리를 생산했다.
그리고 이제 이놈의 딸도 병아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어미가 있음 내가 잠을 설쳐가며 '깨어있는 밤'을 보내지 않아도 될 것을....
요놈, 남은 알들도 모두 부화에 성공하길 빈다.
어쨋든 지난 9일날 그렇게 많은 비가 와서 분명히 알들이 흠뻑 젖었을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끝내 부화에 성공한 것
자체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닌가 싶다. 나머지 3~4개의 알도 반드시 부화에 성공하여 오늘이라도 나와주길 빈다^^
양계장에서 먼저 데려온 놈들 중에 부실한 놈들을 이곳에 데려다 놓았었는데, 이젠 이놈들도 건강해져서
모이를 주면 쉬지 않고 먹어대는 통에 포란하는 어미들이 그 동안 모이를 제대로 먹을 수 없었을 것 같다.
어미닭들이 병아리를 데리고 나올 때 이놈들의 반응은 어떨까? 그것도 궁금하다^^
이놈들도 병아리에게 텃세를 부릴까?
첫댓글 노오란 병아리가 역시 귀엽네요.
우리 딸아이가 만져보고 싶다고 옆에서 말해요.
다음에 우리 딸아이 (보민이)가 만져보려 가도 되나요??
그럼요^^ 언제든지요^^ 보민이도 보고싶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