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임마누엘 형제의 치유와 국가폭력 방지, 인간성 회복을 위한
9일 단식 기도회를 시작하며
“사람이든 짐승이든 모든 자루옷을 걸치고 하느님께 부르짖어라.
저마다 제 약한 길과 제 손에 놓인 폭행에서 돌아서야 한다“ (요나 3.8)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의 치유와 국가폭력 방지, 인간성 회복을 위한 9일 단식기도회를 시작합니다. 지난 11월 14일 민중총궐기대회의 출발은 현 정부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적 궐기였습니다. 그러나 국가정부는 차벽을 세우고 물대포를 앞세워 과거 독재정부가 그러하듯 국민을 폭도로 호도하며 소통을 거부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날 우리교구 가톨릭농민회 회원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에게 가한 폭력은 87년 공권력을 닮아 보입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80년 5월에 이곳에서 이뤄진 상처에 대한 아픔을 되살리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우리 교구는 이라크 파병 반대를 위한 단식기도회 이후 13만에 단식을 통해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의 치유와 국가폭력방지, 인간성 회복 더불어 악의 회개를 촉구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단식은 인간의 아픔에 늘 가까이 하고자 하신 그리스도의 마음입니다. 이 단식은 단순히 먹는 것을 참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의 아픔에 동참하려는 그리스도의 마음입니다. 지난한 민주화의 열망에서도 저희 교회는 단식을 통해 시대의 아픔에 동참하였습니다. 그러나 현 시국은 단식을 하지않고서는 시대의 고통을 내버려 둘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마음을 따라 아파하는 이들의 고통을 나누며 단식기도회를 시작합니다. 우리의 단식기도회는 현 시국에 걸쳐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성찰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국방, 국가폭력, 지방재정, 노동자와 농민, 언론, 국정교과서 등 현 민중이 아파하는 문제를 함께 아파하며 그리스도인으로서 회개를 촉구하는 시간입니다. 이는 아파도 힘들어도 소리를 내지 못하는 가난한 이들의 외침을 들어주라는 통곡입니다.
숨겨둔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루카12.2) 등불은 가려도 빛을 내고(루카11.33), 우리가 외치지 않으며 돌들이 외칠 것입니다(루카19.40). 잠자코 있다고 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해서 지금의 국가폭력에 동의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하고 싶습니다. 그리스도는 하느님나라를 선포하면서 우리들의 회개를 촉구하셨습니다. 회개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하느님나라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교회는 세상 속에 존재하고 그리스도인은 세상 안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의 문제에 침묵하는 교회는 현 정부의 부정과 불의에 동조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대의 징표’를 읽고 이를 교회의 시선으로 알려주는 것이 교회의 역할입니다.
우리의 기도회가 현 시국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간성 회복을 위한 작은 겨자씨가 될 것입니다. 또한 누룩이 될 것입니다. 기도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가장 하느님과 가까운 곳에 있는 행동입니다. 기도는 하느님을 만나는 자리이면서 우리의 애환을 하느님께 맡기는 것입니다. 기도는 하느님을 우리의 아픔에 초대하는 것이며, 또한 하느님의 뜻을 묻는 것입니다. 기도는 혼자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신앙공동체의 기도는 모두와 함께 하는 찬양이며, 예배입니다. 둘이나 셋이 있는 곳에 함께 하시는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우리 안에서 움직입니다(마태18.20)
복음은 선포되어야 하고, 복음은 해방을 알리는 것이고 죽은 이들을 깨우는 것입니다. 복음은 가난한 이들에게 선포되어 인간으로서 당연히 지녀야할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이제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지금의 아픔을 나누고 하느님의 자비를 구하며 인간성회복과 국가폭력에 대한 회개를 촉구하고자 단시기도회를 시작합니다. 또한 지금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가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듣고 깨어나기를 마음모아 기도할 것입니다.
2015년 11월 25일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