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귀농이 아니다,귀촌 창업 하라
김대식 | dsgagu2@naver.com
- 귀농‧귀촌 열풍
▲ 필자가 사는 경기도 포천 추동저수지 주변의 전원주택. 많은 도시인들이 이런 아름다운 자연 속 삶을 꿈꾼다.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꿈꾼다.
TV를 틀면 시골 사는 사람들 이야기가 쏟아진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귀농 귀촌이 단골 소재가 된 지 오래다. 신문 잡지에도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독자들도 주변에서 귀농‧귀촌한 친구나 친지 한 두 명쯤은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0년 넘게 귀농 귀촌 강의와 컨설팅을 진행해온 필자도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높아진 관심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러한 귀농‧귀촌의 열기는 여러 통계자료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한 신문사에서 도시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농촌에서의 삶에 대한 관심 여부를 조사한 적이 있다. 이들 중 70%가 조금이라도 귀농‧귀촌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고, 매우 관심이 높다는 이들도 15%나 됐다. 또한 정부의 귀농‧귀촌 가구수 통계를 보면 실질적인 증가 정도를 잘 알 수 있다. 2013년 귀농‧귀촌 가구수는 32,424였다. 이는 공식집계가 시작된 2001년에 880가구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13년 동안 38배나 늘어난 수치이다. 특히 2007년 이후에는 매년 2,3배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니 그야말로 귀농‧귀촌 열풍이라 할만하다.
이런 귀농귀촌 증가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베이비 부머들의 은퇴가 결정적이다. 한국전쟁 직후에 태어난 사람들 즉, 1955년~1963년생인 제1기 베이비부머세대 712만명, 1964년~1972년생인 제2기 베이비부머세대 734만명이 본격적인 은퇴시기에 접어들었다. 이들이 제2의 인생으로써 농촌의 생활을 선호하고 있다. 또한, 도시에서는 찾지 못한 행복을 시골에서 얻고자 귀농‧귀촌을 선택하기도 한다.
또한, 과거에 비해 귀농 귀촌을 선택하는 이유도 많이 변했다. 필자가 시골로 들어간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생계형이 많았다. 즉, 갑자기 원치 않는 퇴직을 당하거나 도시에서의 사업 실패 등으로 도시에서는 살 수 없게 되어 어쩔 수없이 농촌으로 들어온 이들이 많았다. 당시 유행하던 말처럼 그야말로 정 안되면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짓겠다는 생각을 하는 귀농인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하고 역귀농한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필자가 알던 당시 귀농‧귀촌인들 중에 아직까지 시골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은 5%가 되지 않는다. 실패한 이들은 거의 대부분 이렇게 대책 없이 들어온 사람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계형보다는 행복한 삶을 찾는 대안형이 많다. 즉, 도시에서 찾지 못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시골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귀농귀촌의 이유에 대해 퇴직 후 여생, 건강, 농촌생활선호, 도시생활의 어려움, 친지, 인간다운 삶의 순으로 대답했다. 도시생활이 어려움을 해결하면서 농촌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 귀농귀촌의 이유인 것이다.
- 도시 창업 희망자는 줄고, 귀농‧귀촌은 늘고
이러한 현상은 퇴직 후 진로 선택의 변화로도 나타난다. 과거에는 재취업, 창업이 대부분이었던데 반해 최근에는 이 것들이 감소하고 귀농귀촌을 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한 대기업 노조가 퇴직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은퇴 후 삶의 선호 유형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선호도가 높던 창업은 9.1%에 그친데 반해 귀농귀촌이 33,2%로 1위를 차지했다. 귀농귀촌이 증가한 것에 비해 창업을 원하는 이들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도시에서의 창업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창업 시장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음식업도 마찬가지다. 자영업자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음식점 중 50%가 3년만에 문을 닫고 10년을 넘기는 가게는 10에 2도 안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도시의 열악한 창업 환경을 극복하고 귀농귀촌의 열망을 충족시켜줄 방안을 없을까? 즉, 도시를 떠나 시골로 들어가 식당을 해볼 수는 없을까? 어려운 일이긴 하다. 유동인구가 도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아니 심한 경우는 거의 없는 농촌에서 식당 영업은 당연히 쉽지 않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시골이 가진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단순히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라 농촌의 필요와 도시 소비자들의 욕구를 연결시키자는 귀촌창업의 시각으로 접근하면 성공 가능성도 높다.
- 시골가면 다 농사지여야 하나요?
그런 의미에서 귀농과 귀촌에 대한 이해부터 달리해야 한다. 귀농은 농촌에서 영농을 생계수단으로 삼는 것을 말하고, 귀촌은 영농이 목적이 아니라 도시에서 시골로 주소지를 옮기고 이사가는 모든 행위를 통틀어 말한다. 최근에는 귀농이라는 단어 뒤에 귀촌을 붙여서 불러주지만 예전에는 귀촌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했다. 아마도 촌놈, 촌티난다처럼 촌이라는 용어가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귀촌보다는 귀농을 먼저 떠 올린다. 모름지기 귀농, 귀촌이라면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농촌이나 산골로 들어가 만평정도 벼농사를 지으며 허름한 농가에 살아줘야 한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혹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골 오지에서 계곡물 길어다 밥해 먹는 것이 귀농귀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과는 매우 다르다. 농민신문사가 도시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12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시골로 갈 의향이 있는 사람들 중 귀농을 원하는 비율은 10.3%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 90%는 귀촌을 꿈꾼다. 정부나 다른 언론사의 여론조사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는 결과를 보여준다. 특히, 문화방송의 조사에서는 57%가 단순히 전원생활을 위해 농촌에 가고 싶다고 답했다. 실제로 2013년 도시에서 농촌으로 간 3만2424가구 중 귀촌이 2만1501가구로 66%를 차지했다. 게다가 귀촌인은 전년에 비해 크게 증가한데 비해서 귀농 가구수는 오히려 하락했다. 이러한 결과는 대부분의 귀농, 귀촌 희망자들이 전원생활을 원하거나 농업 이외의 다른 일에 종사하고 싶어함을 알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귀촌자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있다. 농업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시골 사람들에게 위화감만 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지켜본 바로는 그렇지 않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야만 농업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귀촌자들로 인해 농촌이 활기를 띄고 발전하면 자연히 농업도 경쟁력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귀촌자들이 도농 직거래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이다. 귀촌 식당에 오는 손님들이 그 마을 주민의 농산물을 구입하여 농촌 소득증대에 기여하기도 한다.
▲ 필자가 귀촌 후 가구공방을
운영하며 만든 가구 중의 하나.
필자도 귀농이 아니라 귀촌을 선택했다. 1999년 봄 도시생활을 접고 경기도 양주의 시골마을로 들어가서 밭 2백여평을 대지로 전용하여 50여평의 건물을 짓고 70여평 텃밭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농사는 단지 자급자족을 위한 것이고 주업은 가구공방이었다. 건물 50평 중 20평은 주거 공간으로, 나머지 30평은 목공작업실로 사용했다. 농사를 지어볼까하는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특히, 당시에 각광 받기 시작하던 버섯재배에 관심을 갖고 연구도 해봤다. 그러나, 농사를 지을 자신이 없었다. 적은 수입이라도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던 나로서는 도박성 있는 특용작물 재배가 썩 내키지도 않았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선택한 것이 목공방이었다. 시골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고, 많이 벌지는 못해도 죽을 때까지 일할 수 있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작업이라는 매력에 끌린 것이다. 지금도 16년 전의 이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식당도 이러한 귀촌의 좋은 예이다. 필자는 공예 쪽에 흥미가 있어 가구를 선택한 것이었지만 요리에 더 재주가 있었다면 시골 식당을 차렸을 지도 모른다.
- 농사로 연봉 1억버는 귀농인을 꿈꾸시나요? 꿈 깨세요 !
또한 농사만 짓는 귀농으로 소득을 올리는 것은 쉽지가 않다. 소위 억대 귀농인이 되는 경우는 극히 일부분이다. 첫 째는 부농인 부모의 가업을 잇는 경우이다. 필자는 방송이나 신문에서 비교적 젊은 사람이 억대 수입을 올리는 귀농인이라고 소개가 되면 이런 경우가 아닌지 꼭 확인을 해 본다. 이들 대부분은 시골에서 대규모의 농 축산업 또는 시설재배를 해온 부모를 돕는 귀농인이다. 대기업에만 2세 3세 경영 세습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농촌이 더 심하다. 게다가 부의 불균형은 농촌이 도시보다 해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2010년 농촌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12.1배로 2005년의 9.6배보다 급격히 높아졌다. 같은 기간에 도시에서는 소득격차의 변동이 거의 없었다. 또한 2010년 7.1배를 나타낸 도시보다 농촌이 5배나 더 높은 소득 불균형을 나타냈다. 이와 같이 이미 부의 불균형이 심하게 고착화된 농촌에서 부모 잘둔 2,3세 귀농인이 억대 수입 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다. 반대로 물려받은 것 하나없는 귀농인이 밑바닥부터 시작하여 부농의 꿈을 이루기는 매우 어렵다. 세습 부농을 마치 농촌의 선진화인양 떠들어대는 언론에 절대 속아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억대 부농이 되는 2번째 방법은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거금을 들여 넓은 농지를 구입하고 시설에 투자한다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엔 성공 사례만큼이나 실패 사례도 많다. 농업만큼 예측이 힘들고 리스크가 큰 업종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10년 잘나다가 1년 농사 망치고 모아둔 돈 모두 날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필자의 마을에도 이런 귀농인이 있었다. 10년 전 귀농하여 많은 돈을 투자해서 몇 만평의 농지를 구입하고 트랙터, 콤바인 등 고가의 장비를 사서 열심히 농사지었으나 실패하고 모든 재산을 경매에 넘기고 가정까지 파탄 났다.
또한, 귀농인의 대부분은 적은 돈을 투자하는 소농, 영세농이 대부분이다. 절반 이상이 아무런 시설이 없는 이른바 경종을 선택하며 70%가 0.5ha 미만의 농지를 소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한 시설이 없는 농사를 지을 경우 1평당(3.3평방미터 당) 2천원~5천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귀농인의 대부분은 연 매출이 평균 300만원~75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소규모로 투자해서는 농사로 돈을 버는 것은 이만큼 어려운 일이다,
고소득 귀농인이 되는 3번 째 방법은 밤낮없이 뼈빠지게 일하는 것이다. 사실 필자는 이런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욕심을 버리고 여유로운 삶을 살기위한 시골행이 아닌 도시의 욕망을 온전히 짊어진 농촌생활은 절대 행복할 수 없다. 이렇게 살 바에야 도시에 있지 무엇하러 불편하고 힘든 시골로 들어오는가? 시골에서 일에 치어 살다가 심신이 피폐해 지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가까운 친지 A씨가 이런 경우이다. A씨는 5년 전 충청도 청양으로 귀농, 수억원을 투자하여 육계업을 시작했다. 육계업이란 대형 육가공업체의 병아리를 받아 40일정도 계사에서 키워, 늘어난 무게만큼 정해진 돈을 받는 것을 말한다. 업체에서 실어다주고 수거도 직접해주니 키우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40일간 섬에 고립 되서 지내는 것과 마찬가지고, 몇 만 마리의 생명을 지켜야 하기에 스트레스도 심하다. 쉬지 않고 일한 덕분에 연소득이 1억원이 넘었지만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을 견디지 못한 A씨는 결국 지난해에 양계장을 차분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
-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전원생활에도 적당한 일이 필요하다.
▲ (사진:MBC PD수첩)
귀농인과는 반대로 귀촌인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일을 안하는데서 비롯된다. 귀촌인의 상당수가 전원생활을 원한다. 여유롭게 자연과 삶을 즐기는 것은 좋지만 아무것도 하는 일없이 지내면 장기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
강원도 영월군으로 6년 전 귀촌한 B씨에게 처음 2년간은 말그대로 꿈에 그리던 행복의 나날이었다. 아름다운 동강 근처에 땅을 사고 그림 같은 전원주택을 짓느라고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집이 완성된 후 잔디밭을 만들고 꽃밭을 꾸미고 조경수를 직접 심으면서 이렇게 행복해도 좋을까 싶었다. 하지만, 건축과 조경이 마무리된 귀촌 3년차부터는 점차 무료해지기 시작했다. 할 일이 없어 심심하기 그지없게 되었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북적거리는 주말을 만들어 주던 방문객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긴긴 시골 밤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한 두잔하던 술버릇이 결국에는 알콜중독으로 이어졌다. B씨처럼 되지 않으려면 적당한 일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귀농과 귀촌인 양쪽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귀촌창업을 하는 것이다. 즉,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라 시골에서 다양한 일거리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대표적인 귀촌창업인 음식업 경영을 통한 농촌행은 귀농귀촌의 바람직한 방안이 될 수 있다.
▲ 김대식 농부·고령사회고용진흥원 귀농귀촌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