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서울서초동맛집] 김치명가 서초맛집 추천 뱅뱅사거리 양재역 근처, 문화예술정보학교 옆 ＜명선헌＞ 보리굴비, 간장게장정식

[연경]

<명선헌>

몇 번이나 들른 적이 있고, 이미 소개한 적도 있다. 김치의 명인이라는데 김치는 물론이고 간장게장, 보리굴비 등이 맛도 모양도 허수룩한 데가 하나도 없다. 한식을 프로처럼 하기는 참 힘들다. 제대로 된 한식을 내지 못하는 호텔음식을 생각하면 한식의 어려움을 인정하게 되는데, 최고수준의 한식을 맛볼 수 있어 좋다. 코로나에도 여전한 맛에 감격하며 다시 음미한다.


1. 식당소개
상호 : 명선헌
주소: 서울시 서초구 서운로 39
전화 : 02) 587-2942
주요음식 : 한정식

2. 먹은날 : 6.13.점심
먹은 음식 : 굴비정식 30,000원, 게장정식 38,000원, 낚지볶음


3. 맛보기
여전히 깔끔하고 품격있고, 맛깔스런 음식을 내온다. 그전에는 보김치를 따로 주문하여 맛보았는데, 이번에는 그냥 정식에 함께 나오는 김치를 맛본다.

김치가 역시 명물이다. 김치 자체의 맛도 대단하지만 때를 맞춰 상에 올리는 그 시점도 대단하다. 개인적 취향은 생김치라도 살폿 익은 김치가 맛의 정점이라는 것은 한입 베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제대로 담글 줄 아는 데다 손님을 최상으로 배려해서 상에 올리는 시점까지 놓치지 않는다.

본점 광주 명선헌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일행을 맞아 상을 올렸다는데, 과연 대통령에게 올릴 만하다.

사각사각, 배추부터 명물이다.너무 진하지 않은 양념 맛이 골고루 배어 있어 배추와 양념이 철저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총각김치, 알타리도 못지 않다. 재료의 맛을 살려 시원한 맛이 주를 이룬다. 알타리무는 어쩌면 이렇게 실한지, 거기다 무 속 깊이까지 맛이 배여 있다. 모양, 색깔, 식감, 어느 하나 놓치지 않은 김치, 이런 맛이라면 한국 대표김치로 자랑하고 소개할 만하겠다.

채반에 이처럼 소담하게 담아내는 상차림은 아마도 여기서 처음 시작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런 상차림은 이후 지방에서 몇 군데 본 적이 있는데, 이집보다 이후의 일이다.

전통적인 상차림은 아니고 새롭게 개발한 방식이겠으나 자꾸 진화하고 있는 터라 소중한 변화라 생각된다. 기본 찬을 모았고, 전통성에 대한 신뢰감을 준다.

샐러드에 오디를 넣으니 한식임이 확실하다. 한식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다. 청렬한 맛이 주조다.

놋수저 셋트도 보기 좋다. 프랑스에서도 상차림이 완성된 지 그리 오래지 않다. 이태리 메디치가의 공녀 카트린느와 마리가 프랑스 왕실과 혼인하며 들여온 이후, 앙리 3세가 명령하여 포크 사용이 공식화된다. 상류층의 고급 요리 '오뜨뀌진'은 이렇게 하여 점차 완성된다. 그전에는 귀족들도 스테이크를 손으로 먹었다.

수저는 삼국시대부터 사용해온 것이다. 국물, 마른음식을 함께 먹는 우리는 숟가락과 젓가락이 다 필요해서 숟가락 사용이 약화된 중국 일본과 달리 수저를 모두 구비하는 상차림을 해왔다. 국물과 관련해서는 적어도 국물 유무가 다양한 음식을 모두 먹어온 것을 알 수 있고, 오래 전부터 그리했으며 오래 전부터 이런 상차림이 완성된 것을 알 수 있다.

보리굴비다. 명선헌은 보리굴비를 처음 상품화한 곳이라 한다. 사실 보리굴비 요리는 만만치 않다. 조금만 어설프면 모양이 망가지고 모양을 갖추면 조기 살에서 미끈거리는 식감으로 맛을 제대로 안기지 않는다.

보리굴비 첫 식당인지는 더 고구해볼 필요가 있겠지만 맛과 모양만은 수위급이다. 밥을 말아도, 말지 않아도 흰밥에 먹기는 그만이다.

찬마다 눈밖에 나는 것이 없다. 맛도 모양도 때도 다 적절하다. 적절하게 데워지기까지 해서 묵은 반찬 올리기만 했다는 무성의가 전혀 없고, 최상의 시점에서 서비스하는 프로 정신이 그대로 나타난다. 한정식처럼 어려운 상차림을 너끈하게 만족스럽게 소화한다. 좋은 음식점이다.

어지간한 게장 전문점이 와서는 명함 내밀지 못할 집이다. 게의 신선도, 게장의 간, 모양, 색깔, 탱탱한 식감까지 다 갖추었다.

오늘도 이덕무의 말을 어기고 게딱지에 밥을 비빈다. 양반에게 체통을 지키라고 게딱지에 밥비비지 말라 한 건 이미 그때도 양반도 밥을 많이 비벼먹었다는 거다. 맛있는 음식, 맛있게 먹는 거 놓치는 것은 누가 책임지나. 그때 밥비비는 양반이나 지금 모두 비벼먹는 우리 맘은 모두 같다. 다행인 건 이제 누구나 비비니 체면 상할 일도 없이 되어 편하게 비벼먹는다는 것이다.

낙지 무침은 물이 많이 나서 양념이 잘 엉겨붙으면서 맛이 나게 하기 어렵다. 둘 다 갖추었다. 다시 감탄한다.

전통적인 된장국이다. 김치와 된장만으로도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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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

음식 품평을 읽다보면 조근조근 정담이 들려오고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혀만 맛을 느끼는 게 아니고 눈도 코도 귀도 맛을 느끼는 걸 보니, 七竅가 한 집안인 게 분명합니다. 읽는 내내 편안하고 즐거웠습니다.

부기: '젓가락 사용이 약화된 중국 일본' 에서 '젓가락'을 '숟가락'으로 바꾸는 게 어떨런지요.

[연경]

덕분에 오자 잘 고쳤습니다. 읽어주시는 것만도 감사한데, 수정까지 해주십니다. 저는 오감만 말하는 것 같은데, 칠규까지 말씀해주시네요. 필자보다 위에서 보는 독자님 덕분에 더 열심히 해야 할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