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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사진으로 말한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이하 SNS)는 “사용자 간의 자유로운 의사 소통과 정보 공유, 그리고 인맥 확대 등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생성하고 강화시켜주는 온라인 플랫폼”을 의미한다.
SNS에서는 문자, 음성, 사진, 동영상, 이모티콘 등의 다양한 표현 수단이 쓰이지만, 사진은 문자에 이어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사진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정보를 나누며 사람을 사귄다. 사진은 사람들의 생활이 되었고, 나의 일부가 된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세상은 하나였다. 따라서 세상 앞에 오프라인이라는 수식어를 굳이 붙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컴퓨터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세상이 창조되었다.
세상은 두 개가 되었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삶은 하나였지만 SNS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의 확산으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이라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두 개의 삶을 살게 되었다.
두 개의 공간을 넘나들며 생활하게 되면서 나라는 존재 자체도 두 개로 나뉘게 된다. 사회적 존재로서만 살아온 인간은 이제 스스로가 미디어가 된 세상, 즉 소셜 미디어 속에서 소셜 미디어로 살아가고 있다.
온라인 활동에서 사진은 무척 중요하다. 사람들은 글만이 아니라 사진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이다. 디지털 카메라와 온라인 활동은 그 성장과 보급을 함께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다 스마트폰과 SNS라는 양면의 진화가 마주치며 빅뱅을 불러왔다.
사람들은 과거처럼 그날 찍은 사진을 집에 가서 PC를 통해 온라인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찍자마자 그 자리에서 공유하고, 대화를 주고받는다. 사람들은 SNS에 올리기 위해 사진을 찍고, 사진을 보기 위해 SNS를 한다. 스마트폰과 SNS는 한 몸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과거에는 사진을 찍어서 주로 사진 속에 나온 사람들끼리 공유했다. 이제 사진은 주변과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되었다. 문자 메시지나 메신저를 통해서 일대일로 나누는 방식과 함께 이제는 각종 SNS를 통해서 보다 많은 사람에게 자신이 찍은 사진을 대량으로 전시한다.
2/3특별할 것이 없는 흔하고 간단한 사진이다. 이 사진에 따로 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눈 밝고 귀 밝은 사람들은 말을 들을 수 있다. 이른바, 사진을 읽는 것이다. 사진이 어둡고 초점이 잘 안 잡힌 걸 보니 ‘저녁이나 밤’일 가능성이 높다. 제목에 암시되어 있지만 케이크는 두 조각인데 포크는 세 개다. 세 사람은 ‘친한 사이’일 것이다. 두 가지 이유로 그런 추측이 가능하다. 예의와 격식을 차려야 한다면 케이크를 각자 하나씩 시켰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친한 사이가 아니면 저렇게 각을 잡고 부감으로 사진을 찍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게 사진 찍기가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그것을 존중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누구나 사진을 찍는다. 누구나 내가 찍은 사진을 볼 수 있고, 나 또한 수많은 사람들이 찍은 사진을 보게 되었다. 이제 사진은 언어나 표정, 몸짓처럼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일상적 수단 중에 하나가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말하듯이 사진을 무척 쉽게 찍는다. 사진으로 말한다.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찍고 SNS로 간편하게 돌려보면서, 사진은 즉시성과 동시간성이라는 가공할 특성을 갖게 되었다. 소수의 전문가가 찍고 다수의 대중이 감상하던 사진은 이제 어두운 암실을 벗어나 다수가 찍고 다수가 감상하는 대량생산·대량소비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SNS를 ‘S_사진 N_나눔 S_서비스’라고 풀이해도 무방할 것이다. 사진은 사람들의 소통과 놀이 방식을 바꾸고 있다. 사진은 사람의 말이 그랬고, 글이 그랬듯이 이제 우리 그 자체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SNS는 카메라 기능을 제공한다. 필자도 SNS 활동 초기에는 앱에 있는 카메라로 찍었다. 그런데 몇 차례 오류가 생기면서 사진이 사라지는 쓰라린 경험을 겪은 뒤에는 방식을 바꿨다. 스마트폰의 기본 카메라로 찍고 나서, SNS 앱으로 사진을 불러들이게 되었다.
방식을 바꾸니 사진이 사라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 말고도 좋은 점이 더 있었다. 원본을 보정해 놓은 사진을 그대로 다른 SNS에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다른 SNS에 맞춰 따로 보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또한 SNS에서 제공하는 앱 카메라로 찍으면 사진의 용량이 줄어드는데, 기본 카메라로는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최대 용량으로 촬영하고 원본 사진을 보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SNS에 올린 사진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화면으로 볼 때는 괜찮지만 인화를 하거나 출판용으로 쓰기에는 용량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원본 보관은 무척 중요하다. 원본 사진이라도 SNS에 올리는 순간 사진의 용량은 줄어들기 때문에 원본을 지우지 말고 따로 보관해야 한다.
이는 비단 SNS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온라인 서비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원본을 그대로 올리기에는 네트워크와 서버 용량의 부담이 있기 때문에 서비스 업체에서는 사진의 용량을 줄여버린다. 언제나 원본을 따로 저장하고, SNS에는 불러들이기를 이용해 올릴 것을 권한다.
사진을 찍자마자 거의 실시간으로 SNS에 올리는 사람들도 많다. 필자도 SNS에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을 초기에는 그랬다. 하지만 그렇게 올린 사진을 나중에 살펴 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아 방식을 바꾸었다. 사진에 따라서는 즉시 올려야 할 것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찍은 사진 중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것만 골라 나중에 한꺼번에 올리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시간을 정해서 올리게 되니 그날 찍은 사진 중에서 엄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필자가 사진 기자가 되어 찍은 사진들을 밤에 데스크에 제출한다. 그러면 편집장이 된 필자는 그중에서 골라서 올린다. 사진을 놓고 하는 일종의 역할 놀이인 셈이다.
놀이의 결과로 사진 신문을 매일 발행하는 것인데, 그것도 초기에는 여러 장을 올렸다가 점점 줄이고 나중에는 하루 한 장으로 줄였다. 여러 사진 중에서 딱 한 장을 고르고, 제목을 짓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러한 놀이를 통해서 필자가 찍은 사진을 객관적으로 보는 훈련을 계속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사진에 제목을 붙이는 것이 좋으냐 아니냐는 끝나지 않은 논쟁이다. 사진 이전에 미술과 음악에서도 이 논란은 계속되어 왔다. 감상자의 상상력을 제한하기 때문에 제목을 붙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감상자에게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창작자의 의도를 보다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장려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과거에는 사진에 제목을 붙이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사진 뒷면에 찍은 날짜나 장소, 등장인물 등의 정보나 짤막한 감상을 기록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개 전시회에 출품하거나 책을 낼 때가 아니면 사진은 이미지로만 존재할 뿐이었다. SNS에는 사진을 올릴 때 글도 같이 올릴 수 있게 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스레 제목이나 설명을 덧붙인다.
사람들이 SNS에 올리는 사진에 붙이는 제목을 보면 사진만큼이나 다양하다. 물론 제목을 붙이지 않고 올리는 사진도 꽤 많다. 그 이유는 뭐라고 붙여야 좋을지 몰라서 그럴 수도 있고, 단지 귀찮아서일 수도 있다. 사진은 사진 그 자체로 이야기해야지 굳이 제목은 필요 없다는 확고한 입장에 따라 붙이지 않는 근본주의자도 있을 것이다.
아주 간단한 정보나 문장만을 구사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만의 일련번호를 붙이거나 찍은 날짜나 장소를 명기하는 경우도 있고 사진을 요약하는 한두 마디 단어나 짧은 문장을 쓰기도 한다. 사진에 관한 설명이나 자신의 감정을 아주 길게 쓰거나, 일기를 쓰듯이 그날 있었던 일을 적는 사람도 있다. 그 사진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시나 소설, 노래 가사 등을 인용하는 경우도 있다.
1 MP3골목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 있는 헌병들을 힐끗 봤다. 지나치고 나서야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되돌아왔는데, 다행히 아직 있었다.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헌병을 영어로는 ‘military police’라 하고 줄여서 ‘MP’라고 한다. 그런데 셋이다. 2 헌병은 죽지 않는다. 사라질 뿐이다 |
‘제목 장사’라는 재미있는 표현이 있다. 제목이 본문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내용은 빈약한데 제목으로 한몫 본다는 부정적인 의미로도 쓰인다. 필자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제목 장사’를 즐긴다. 필자의 사진보다 제목이 더 재미있고 좋다는 사람도 있는데, 이 또한 보는 이의 취향이고 칭찬일 뿐, 사진은 별 볼 일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진 않는다.
필자는 비교적 짧고 재미있는 제목을 선호한다. 그러면서도 “설명이 필요한 농담은 실패한 것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사진과 제목을 보는 사람들이 부가 설명 없이도 공감하거나 즐거워할 수 있는 제목을 추구한다.
워커 에반스라는 미국의 사진작가는 “사진과 글은 동등하며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상호 협력한다”고 했다. 사진이라는 이미지를 글이라는 텍스트로 번역하거나 사진을 재료로 글이라는 음식을 요리하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고 도전이다.
SNS에서 글이나 사진에 대한 선호를 표시하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통칭해서 ‘좋아요’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사람에 따라서 다 다르다. 단순히 ‘봤어요’라는 뜻으로 습관적으로 누르는 사람도 있고, 정말 마음에 들 때만 누르는 사람도 있다. ‘좋아요’를 전혀 누르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런 사람 중에서는 댓글로 호감과 의사를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SNS에 올린 사진이 ‘좋아요’와 칭찬하는 댓글을 많이 받으면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숫자와 내용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좋아요’ 숫자가 그 사진의 가치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SNS에는 팔로워도, ‘좋아요’도, 댓글도 많지 않지만 자신만의 주제와 소재, 형식과 스타일을 통해 자기 세계를 추구하는 숨은 고수들도 많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진과 찍은 이가 높이 평가하는 사진은 다를 수 있다. 사람들의 반응과 평가에 너무 민감하다 보면 자신만의 개성을 잃을 위험성이 있다. 고객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상업용 사진이 아니라면, 남의 눈보다는 자신의 만족을 위하는 것이 우선해야 할 것이다.
우리 애들 예쁘냥?세상의 모든 사진이 올라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SNS에는 귀여운 동물을 담은 사진도 인기가 높다. ‘SNS 스타’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인기 있고 사랑받는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들도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스마트폰 사진 SNS에 올리기 - 사람들은 사진으로 말한다 (나는 찍는다 스마트폰으로, 2014.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