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심장 파라과이
내가 처음 찾게 된 파라과이는 남아메리카의 중앙에 위치한 내륙국으로, 동쪽으로 브라질, 남쪽과 남서쪽으로 아르헨티나, 북쪽과 북서쪽으로는 볼리비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데, 그곳은 한국과 정 반대편에 있는 곳으로 2월에 도착하니 한여름 이었다. 나는 파라과이 수도 아시온의 소박한 공항을 나오면서 이곳에 첫 발을 내딛은 이민 1세대들을 잠시 떠올렸다. 1965년 네델란드 화물선 보이스뱅호를 타고 2개월의 대서양을 항해 끝에 아르헨티나를 거쳐 파라과이에 도착한 1차 한인농업이민자들(100명)은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견뎌야 했다고 한다. 현재 파라과이에는 한국인이 약 6,000명 살고 있는데, 이민 2세들이 한인회를 이끌고 있다
남미 12개 나라 가운데서 파라과이는 한글학교 시스템이 가장 잘되어 있어서인지 그곳에서 태어난 한국인 자녀들도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것을 보면서 감동했다. 지금도 파라과이를 다녀오는 것이 쉽지 않은데 같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아순시온으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기본적으로 2곳 이상의 경유지에서 환승해야 한다. 중동(두바이)이나 유럽(런던, 파리), 미국((LA)을 경유해 브라질의 상파울루 과률류스 공항에서 아순시온행 비행기를 탄다. 환승 대기시간을 포함한 총 비행시간은 편도 32~40시간이다.
내가 보고 느낀 파라과이에는 파라과이 망고와 애플망고가 매우 흔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날씨가 덥기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더위와 갈증을 달래기 위해서 떼레레와 마떼 차를 자주 마시며, 손님 접대로 파라과이 바비큐 아사도(Asado)를 많이 먹는 나라라는 점이다. 여행자 입장에서 볼 때 파라과이는 한국기준으로 볼 때는 물가가 엄청 싸기에 부담 없이 맛있는 음식을 사서 먹을 수 있고, 확 트인 파란 하늘과 맑은 공기 그리고 바쁘지 않은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는 나라이기에 쉼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가족이 파라과이에서 2주 간 지내는 동안 망고 킬러인 아내는 평생 먹을 망고를 다 먹은 것 같다고 한다.
파라과이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순박한데 이들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아픔이 많은 것 같다. 파라과이는 유럽인이 도착하기 오래 전에 과라니어를 쓰는 인디언 부족이 파라과이 강과 파라나 강 사이의 지역에 살고 있었다.이곳에 유럽인으로 처음 온 사람은 1525년 포르투갈인 알레호 가르시아(Alejo Garcia)인데, 그는 금광을 찾아 파라과이 강(Río Paraguay)을 표류하던 중에 이곳을 발견되었다. 그 후 1537년에 스페인 후안 데 살라사르(Juan de Salazar)가 식민지 개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파라과이는 스페인의 식민지가 되었다. 파라과이는 1811년 5월 15일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5인의 집정위원이 통치를 실시하였다. 1844년 신 헌법에 따라 카를로스 안토니오 로페스(Carlos Antonio López)가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1862년까지 재임하게 되었다. 이 기간에 파라과이는 남미의 주요 경제 강국으로 성장시키게 되었다. 1862년에 카를로스 안토니오 로페스가 지병으로 사망하게 되자 그의 아들 프란시스코 솔라노 로페스(Francisco Solano López)가 권력을 승계 받게 되었다. 하지만 프란시스코 솔라노 로페스가 무리한 국력신장 정책을 펼치면서 인근의 브라질 및 아르헨티나와 국경분쟁을 야기하는 등 관계를 악화시키게 되었다. 그러다가 우루과이 내전을 둘러싸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3개국과 관계가 좋지 않게 되면서 3개국을 상대로 1864년 전면전을 감행하였다. 이 전쟁(1864~1870)으로 파라과이는 성인남성의 90%가 사망하는 등 막대한 인명피해를 입었고, 상당한 영토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빼앗겼다. 이후 파라과이는 수 십 명의 대통령이 세워지고 쿠데타 등에 의해 경질되는 등 정정불안이 지속되었다. 현재는 단일정당의 집권이 종식되는 변화를 가져왔지만 아직도 정치는 안정되지 못한 것 같다.
파라과이는 한반도 1.8배이지만 인구는 690만 밖에 안 된다. 내가 파라과이 곳곳을 다녀보면서 느낀 점은 파라과이는 비옥한 평지가 매우 넓은 나라로서 정치가 안정되고 국민의식 수준이 높아진다면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나라라고 생각 되었다. 특히 이타이푸 댐과 야시레타 댐에서 생산 된 전기량이 엄청나기에 얼마든지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파라과이 대표적인 도시를 살펴보면, 수도 아순시온, 아르헨티나 국경에 있는 엔카르나시온과 브라질 국경 도시 시우다드 델 에스테라고 할 수 있다.
1.아순시온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은 1537년에 에스파냐 인들에 의해 세워졌으며, 남아메리카에 세운 유럽인의 도시들 가운데 역사가 가장 오래되었다. 인구는 85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 아순시온은 최근에 곳곳에 고층 빌딩이 올라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다른 나라의 수도의 기준으로 볼 때는 열악하다고 하겠다. 아순시온 사람들은 한적한 주말 오후에 파라과이 강변에는 산책에 나선 가족과 연인들은 함께 보트를 타거나 마테차를 즐기고, 백사장에서는 청소년들의 축구놀이를 즐긴다. 파라과이 강은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인 파라과이의 수출과 유통 중심지이며 지방 도시로 이어지는 도로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식민시대의 모습이 남아 있는 구시가지는 파라과이 강변에, 신도시는 강 동쪽 구릉지에 건설되어 있다. 구시가지에는 대통령궁과 영웅전, 대성당 등의 유적, 그리고 오래되어 보이는 단층과 고층의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사용되지 않고 수리하지 않은 채 방치된 낡은 상가 건물들 때문에 다소 황폐해 보이기도 하지만 군데군데 건물 외벽에 그려진 그라피티가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시 동쪽으로 신시가지가 조성되면서 주인들이 빠져나간 상가와 건물들이 관리되지 않은 탓이다.
대통령궁과 영웅전, 독립관 등 파라과이의 역사와 함께한 건물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구시가지는 느긋한 걸음으로 즐길 만한 곳이다. 이 가운데 대통령궁은 아순시온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기에 오는 사람마다 인증 사진을 찍는것 같다.
2. 엔카르나시온 여행
엔카르나시온(Encarnacion)에는 약 75,000명이 살고 있는데, 이 가운데 한인들은 40-50명 되는 것 같다. 한인들 대부분은 의류관련 된 사업을 하고 있다. 수도 아순시온에서 이곳까지는 373km 이다. 가족과 함께 아순시온에서 왕복 2차선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달리면서 마주치는 풍경은 그야말로 이국적이라는 느낌을 가졌다. 끝없는 지평선과 초원이 펼쳐지다가 나지막한 동산으로 이어지길 반복한다. 곡선과 직선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다 보면 엥카르나시온에 닿는다. 파라나강을 경계로 아르헨티나의 포사다스와 마주하고 있는 엥카르나시온은 아순시온은 '남쪽의 진주'(La perla del Sur)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뛰어난 지리적 위치를 자랑한다. 이곳에는 독일, 일본, 우크라이나,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중국, 폴란드, 중동 등지에서 건너온 다양한 국적의 이민자들이 정착해 살고 있다. 특히 2월에 열리는 카니발 퍼레이드가 볼거리다. 그리고 시에서 가까운 거리에는 1993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17~18세기의 예수회 선교단 부락 유적이 있다.
그리고 파라과이와 아르헨티나가 공유하고 있는 야시레타 댐을 막으면서 엔카르나시온의 옛지형이 바뀌었다고 이곳 또한 많은 발전을 이루어 온 것 같다. 이곳에서 북서쪽 방향에 있는 수도인 아순시온까지 거리가 280km 가량이며, 남쪽 방향에 있는 인근 도시 아르헨티나 포사다스까지는 15km 정도 이다. 엔카르나시온은 해안 풍경이 멋지기에 산책을 하면서 즐기기에 좋은 곳이고 밤에는 해변가에서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3. 시우다드 델 에스테
파라과이의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시우다드 델 에스테 주민 수는 대략 320,000명 된다고 한다. 이곳은 인근 도시인 포스 두 이구아수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17km 정도 거리에 있으며, 수도인 아순시온에서는 동쪽 방향으로 약 290km 떨어져 있다.
지쪽 방향에 파라과이와 브라질이 합작투자로 건설 된 이타이푸 댐(Itaipu Dam)이 있는데, 이 댐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수력 발전소로 파라과이에 필요한 모든 전력을 공급한다. 파라과이는 브라질과 이타이푸 댐을 공유하고 있으므로 이 댐 전력에서 50%의 권리를 가진다. 파라과이는 여기서 생산되는 전력의 15% 정도만 소비하기 때문에 나머지 전력은 브라질에 판매한다. 이 댐의 크기는 소양강 댐의 10배나 된다고 한다.
마음수선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