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두리와 비녀 그리고 계례(筓禮)의 의미
남자는 '갓'을 쓰고, 여자는 '족두리'를 쓰는 것으로 성인식을 치른다. 무슨 상징을 나타내기 위한 것일까? '갓'은 '가시'의 준말이기도 하다. 그 의미에 따른 의미전성으로도 볼 수 있다. 곧 '갓'은 얼나(참나)가 깃든 머리를 감싸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갓'은 성인들만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면 '갓'은 상투를 감싸고 있는 '가시'의 의미이다. 하여 갓을 쓰고 있다는 것은 또한 얼나(참나)가 '가시'에 감싸여 있다는 상징을 나타내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오늘날 결혼 예물로서 시계나 반지가 그 유속의 일단이지 싶다.
마찬가지 시각으로 '족두리'를 보면, '족'은 '쪽'이고 '쪽'의 짝 '상투'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두리'는 '두른 이'의 준말로, '족두리'는 상투를 두른 것을 뜻한다. '족두리'는 '갓'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그 차이는 상투를 보다 구체적으로 '두르고' 있음을 강조한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즉, '갓'은 남성으로서 '갓'의 객체이지만, '족두리'는 여성으로서 '족두리'의 주체가 된다는 차이가 있다. 이는 음양의 관계에서 그 주체는 양이 아닌 음이 주체가 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창조의 과정은 음(陰) 그 여성성을 중심으로 일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남성의 성인식은 관례(冠禮)로 나타내고, 여성의 성인식은 계레(筓禮)로 나타내는 까닭은 무엇일까? 여성에겐 족두리의 의미보다 '비녀(筓)'의 의미가 보다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비녀'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비녀는 단순히 그 기능상으로 보면, 머리털을 '빗어/비틀어 녀미는' 의미의 그 준말 '비녀'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비녀는 상투에도 필요하고, 쪽에도 필요하다. 상투의 비녀는 조그마한 짧은 비녀이고, 쪽의 비녀는 크고 긴 비녀인 차이가 있다. 단순히 머리를 녀미는 기능만이라면, 굳이 긴 비녀는 불필요한 것이다. 여성의 긴 비녀만이 갖는 의미에서 '계례(筓禮)'가 유래되었다고 볼 때, 그 비녀의 의미가 있다는 방증이다. 공작의 긴 꼬리 같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나타내기 위한 의미일까? 그런데 비녀는 또한 '천칭(天秤)'이라고도 한다. 무슨 의미인가?
서양의 황궁 12궁 별자리 중에 천칭자리는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아의 저울이 별자리가 된 것이다. 물론 아스트라이아는 처녀자리가 되었다. 그리고 아스트리아의 어머니는 법과 정의의 여신 테미스이다. 흔히 눈을 가리고 저울을 들고 있는 여신이 바로 테미스이다. 어쨌거나 법과 정의의 상징은 저울이고, 그 저울을 들고 있는 신은 남성이 아닌 여신이다. 더불어 저울이 테미스에서 그의 딸 아스트라에아로 전해지듯, 저울을 관장하는 것은 남성이 아닌 여성임을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쪽의 긴 비녀가 저울을 상징하는 이유 또한 법과 정의의 신이 여신인 까닭과 서로 개연성이 있다는 방증이다. 나아가 비녀가 상징하는 것 또한 저울 그 법과 정의를 나타내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쪽을 가로 지르는 긴 비녀가 저울을 상징한다면, 그 저울은 쪽의 짝 상투를 저울질하는 상징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면 상투를 쓰고 있는 '갓'은 천명(天命)의 상투를 담고 있는 천칭의 접시를 상징하기도 한다는 뜻이다. 나아가 비녀가 천칭인 이유 또한 천명을 저울질하는 저울이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족두리' 또한 천명 그 상투를 천칭으로 둘러 감고 둘러보며 저울질하는 상징의 다름 아니다. 그리 보면 족두리의 모양이 위가 접시 모습과 같고, 그 위의 장식이 또한 천명의 상징을 담고 있는 형상을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비녀가 천칭을 상징하는 것은 음(陰)으로서의 여성 곧 양(陽)의 천명(天命) 그 남성을 가리고(골라내고) 가도어(감싸 잉태하여) 가꾸는(기르는) 역할이 저울의 역할과 같다는 의미이다. 저울은 법(法)의 척도로서 정의의 상징이다. 천명의 씨앗은 밭/자궁/몸에서 기르지 못하면 그냥 쓰레기일 뿐이다. 씨앗의 가치는 밭에 좌우되듯, 모든 가치는 저울에 좌우된다. 저울이 바로 서야 세상이 바로 되는 것이다. 남성이 원심력이라면 여성은 구심력이다. 남성이 인심유위(人心惟危)라면 여성은 도심유미(道心惟微)이다. 과일의 가치는 그 씨앗에 달려 있다. 남성의 원심력을 어떻게 이끌어 어떤 씨앗을 맺힐지는 여성의 구심력이 좌우하는 것이다.
비녀/계(筓)는 죽(竹)과 견(幵)의 회의자이다. 견(幵)은 '두 于가 서로 겨누어[견]' 진 상태로 평(平)의 뜻이다. 죽(竹)은 비녀를 대나무로 만들었을 수도 있지만, '죽'은 '족'이고 '쪽'을 나타내기 위한 비유로도 볼 수 있다. 글말 '계'는 '겨이'의 준말로, '켜이다' 또는 '겨누어 이다/ 잇대다(니스취다)/이끌다'로 보면, '쪽[죽(竹)]이 평형을 이루어[견(幵)] 켜인(이끌린)[계] 것 또는 겨누어(견주어) 이끄는[계] 것'이다. 곧 비녀가 쪽을 바로 잡는 역할 보다 천칭(天秤)으로서의 역할에 보다 비중을 두어 나타낸 말임을 알 수 있다. 잠례(簪禮)가 아닌 계례(笄禮)로 나타낸 이유일 것이다. 참고적으로 한말 '켜다'는 '동물의 수컷이 암컷을 부르는 소리를 내다'는 뜻도 있다. 그러면 그렇게 켜인 비녀는 또한 임자 있는 몸인 것을 상징하는 표식도 나타낸다는 뜻이다.
비녀/잠(簪)은 '참(朁)' 글말의 형성자이다. 일찍/참(朁)은 '해가[일(日)] 잠(兂)[잠]을 깨우는' 즈음의 '일찍'을 나타내어, 새벽 무렵이나 얼이 깨어난 상태의 비유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한말 '참'은 진(眞)이고, '차 매다(묶다, 엮다)/매기다(값이나 등수, 차례 따위를 따져서 정하다)'의 준말로 보면, 잠(簪)은 '쪽[죽(竹)]의 참(얼나)[참(朁)]을 잠그는(차서 매는)[잠/참] 또는 채워서 매기는(저울질하는)[참]'는 얼개로 머릿결을 가다듬는 역할과 천칭으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나타낸 글로 볼 수 있다. 하여 한말 '비녀'는 '(빛/참나를) 비릊어 녀미고, 비어지게(속에 들었던 것이 밖으로 쑥 내밀다, 숨었거나 숨겨져 있던 것이 드러나다) 비기어(견주어 보다, 무승부/평형을 이루다) 녀미는 것'의 준말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