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주는 즐거움 중에서 그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맛집을 찾아 가는 것도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예전에 주변분들로 부터 서산에서 괜찮다는 한정식 집을 소개받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서산지역을 여행하면서 가보기로 했습니다. " 소박한 밥상 " 입니다.
소박한 밥상은 철저한 예약제로 하루에 3시간만을 영업한다고 합니다. 예약에 의해서만 운영되는 곳으로 많은 손님을 받아 영리를 추구하기 보다는 한정된 손님에게 정성을 다한 음식을 제공 하기 위함이라 하십니다.
" 사람이 많아지면 음식은 맛이 없어진다 " 는 소박한 밥상의 신조라고 합니다.
아주 특별한 요리 보다는 좋은 재료, 신선한 재료, 천연조미료만을 사용하고 소박한 밥상 어머니만의 조리법으로 만들어 지는 따뜻한 찌개와 밥, 정성스런 반찬이 담백하고 깔끔한 소박하지만 소박하지 않은 이 곳의 상차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박한 밥상은 접근성이 좋은 곳도 아니어서 승용차가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대로에서 시골 마을길을 10분정도 걸어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나 거니는 길은 10월 높은 가을 하늘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메뉴가 다 나오지 않은 상차림 입니다. 찬의 가지 수가 많아 보이지는 않지만 찬기 하나하나에 놓인 음식들이 깔끔하고 정갈합니다.
지롱이 너무나 좋아하는 손두부입니다. 조금은 투박해 보이지만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던 손두부는 유기농 서리태를 이용해서 직접 만든다고 합니다.
흑임자와 유자를 섞어 만든 드레싱을 넣은 샐러드입니다. 흑임자의 고소함과 유자의 상큼함은 다른 음식들을 먹기 전에 식감을 돋우게 합니다.
어렷을적에는 엄마가 호박죽과 팥죽을 생각나기가 무섭게 만들어 주셨는데 그 때는 절대 먹지 않았던 호박과 통밭이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음식이 되어버렸습니다. 달달한 통팥이 올려져 있는 단호박은 정성이 가득해 보입니다.
소박한 밥상의 메뉴는 연잎밥 정식과 쌀밥 정식 두 가지 있는데 당연히 예약은 연잎밥 정식으로 했습니다. 연잎밥은 찹쌀, 흑미, 수수, 검은콩, 은행, 밤, 잣. 밭 등을 넣고 찐 찰밥입니다.
그 집안의 음식 맛을 좌우하는 것은 장맛이라고 했습니다. 소박한 밥상 앞 마당에는 아주 많은 항아리들이 있는데 이 집의 음식 맛을 좌우하는 보물단지들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장아찌 3종 세트. 그 중에서도 매실청장아찌는 따로 한접시를 리필해서 먹을 정도였습니다.
불고기에는 콩나물 숙채가 같이 나왔는데 조금 색다른 식감이었습니다.
바닷바람에 꾸덕하게 말린 굴비를 잘게 찢어내어 상에 올리니 꼬들꼬들한 굴비살에 젖가락이 더 갔습니다.
된장찌개는 집된장의 깊은 향에 고소함까지 더하니 엄마가 끓여주신 된장찌개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비린내 하나 없이 쪄낸 가오리찜도 맛이 그만입니다.
조금은 생소한 우엉잡채가 나왔습니다. 아삭아삭거리며 씹히는 식감때문에 지롱이 무척 좋아하는 우엉에 당근, 파프리카, 오이, 양파 등의 채소들과 깔끔한 조화를 이루고 있음에도 어느 것 하나 무르지 않게 조리되어진 음식입니다.
병풍나물, 호박나물, 아주까리나물, 취나물등은 나물 고유의 맛을 살리려 양념을 과하지 않게 해서 재료 고유의 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쑥개떡과 조청이 디저트로 나왔는데 이미 배는 포화상태였지만 지롱에게 주어진 쑥개떡 한개가 부족했습니다.
소박한 밥상의 거의 모든 식재료는 제철재료의 사용과 화학조미료 없이 만들어져 음식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오니 그윽한 국화차 한 잔이 생각나는 소박하지만 소박하지 않은 정갈함과 단아함이 뭍어나는 상차림이었습니다.
길가에 핀 코스모스가 가을의 향을 더욱 짙게 합니다.
소박한 밥상
충청남도 서산시 인지면 애정리 483번지 010-8718-3826 매주 월요일 휴무
|
출처: 같이 걸을까...? 원문보기 글쓴이: 지롱
첫댓글 또 가서...받고싶은 밥상 ~~
저두요 저두요... 너무 맛있었어요.. ^^
맛좋고 멋은 더좋은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