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민속 이슬람 연구

중동 민속 이슬람 연구 수피즘(Sufism)을 중심으로 조용성 1. 들어가는 말 이슬람교가 사막에서 태어나 10억5천6백만명[1]의 엄청난 무슬림 인구을 형성한 이유가 어디 있을까? 또 한편 기독교와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적대 관계에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어떤 이들은 이것을 강한 타율성 종교로 시작했기에 이슬람이 이렇게 큰 군(群)을 이룰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이들은 십자군 전쟁으로 인해 무슬림들이 깊은 상처들이 있기에 기독교를 적대시한다고 말한다. 그렇다. 어떤 의미에선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무슬림이 이렇게 엄청나게 증가하고, 기독교를 적대시하는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어쩌면 이보다 더 깊은 내면에 흐르는 그 무엇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바로 여기에는 이슬람의 공동체, 즉 움마(Umma)[2] 라고 하는 결속력이 자리잡고 있고 기독교를 적대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참 진리 앞에 자기들의 거짓 정체가 드러나기 때문에 두려워하며 적대시한다. 그러므로 우리 기독교인들이 무슬림을 진정한 나의 이웃과 형제로 사랑한다면 먼저 이들의 필요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품어야 한다. 이 이상도 이 이하도 없다. 다시 말해서 그리스도인의 사랑을 삶으로 증거해야 한다. 한 가지 간과해선 안될 것은 이슬람의 근본 실체를 알아야 한다. 흔히 우리는 이슬람 하면 모두 하나같이 똑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보다 좀 알고 있다면 순니(Sunni) 무슬림, 시아( ia) 무슬림 정도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10억 5천 6백만 무슬림 중 70% 이상이 민속 이슬람 (Folk Islam)영향권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럼 이슬람 표면 밑에 크게 두 부류가 있는데 이것을 먼저 생각해 보자. 하나는 이상적 이슬람(Ideal Islam)과 다른 하나는 대중 이슬람(Popular Islam- Folk Islam)이 있다. 즉 전자는 종교세, 이슬람 종교법( eriat), 절대적인 일신교, 가르침에 대한 문자적인 해석, 의식주의, 신자와 알라 간에 중재자 부재, 그리고 지배 계급과 밀착된 관계로 도시에 근거를 두고 울라마(이슬람 법학자)가 이끌어 가는 이슬람이 있다. 다른 부류는 민족 이슬람인데 이것은 종교 생활의 성스러운 힘을 인격화하고 영적, 내적 경험을 강조하는 이슬람이다.[3] 이 민족 이슬람은 시골 지역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대중 이슬람으로서 성인들의 유물이나 유골을 중요시하는 신비주의적 이슬람이다. 필자는 이 민속 이슬람과 수피즘을 중심으로 살펴 보고자 한다. 2. 수피(Sufi) 사상의 발전 과정 어느 종교나 신앙의 세속화, 타락화를 반대하여 그 순수성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개혁운동이다. 가령 중세 기독교가 부패할 때 마틴 루터가 종교 개혁을 일으켜 개신교를 탄생시켰고, 한국 교회가 일제하에 신사참배를 하므로 개혁의 의지를 가지고 장로교 고신 측이 만들어 졌다. 마찬가지로 이슬람 역사에도 물질적 이득과 개인적 영달에만 관심을 둔 속된 이기주의 발전에 저항 또는 정화운동의 일환으로 수피 사상이 나타난 것이다(초창기 300년 사이에는 이슬람 종파, 법학파, 신학파가 장악하고 있었다).[4] 이 수피운동이 확산되어 일반 신자의 인기를 끌어 대중화되니 결국 국가 권력을 등에 업은 순니와 시아의 양파가 이를 포용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 11세기 이후에 포용하게 되었다.[5] 그럼 수피즘이란 무엇인가? 학자들 간에 여러 이론들이 분분한데 두 가지로 압축된다. 즉, 수피라는 용어는 그리스어의 소피아(Sophia-지혜)의 헬라어 음역에서 나왔다는 것이고 또 다른 편에서는 순수 수피 용어는 아랍어 단어, 예언자가 최초로 세운 메디나의 성원 맨 앞줄 예배자리, 또는 신비주의자들이 입고 다니는 털옷( f)등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다. 이 두 학설 중 대부분의 학자들은 후자인 털옷에서 유래했다는 데 타당성을 두고 있다.[6] 더구나 수피운동에 대한 기록 가운데 11세기 이전에 나온 것은 현존한 것이 없으며 이 용어 자체도 처음 사용된 시기가 9세기 중엽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수피즘이 어떤 면에서 유대교 영지주의(Gnoticism)자들 중에 이슬람으로 개종하여 수피즘을 만들었다고 한다.[7] 이 주장은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세속적인 부와 권력을 떠나 금욕 생활을 통하여 신에게 헌신하는 고행자의 길을 택했다. 이 때문에 후대 수피들이 그 기원을 우마이야조 말엽의 대 신학자인 알 바스리( AD 728년 죽음)에서 찾는 것이다. 그는 굶주림과 가난을 정의의 증표로, 부를 옳은 길에서 벗어나게 하는 악으로 보았다. 여기서 수피주의가 비록 금욕주의와 일치하지는 않다 하더라도 그 기원이 여기에 있음은 명백하다.[8] 금욕주의자를 수피즘의 기원으로 보고 그 발전 과정을 이슬람 초창기 200년 동안 일부 신자는 개개인의 자발적인 독실성에서 스스로 금욕적 신앙생활을 실천해 나갔다. 마치 이슬람법과 신학의 발전에 따라 꾸란 연구가와 하디스[9] 수집가들이 이슬람 법학자로 성장했듯이 금욕주의적 신앙생활에서 정신적 내면을 사색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종종 꾸란 구절을 낭송하면서 감동하여 울었기 때문에 '낭송자' 또는 '우는 이'의 별명을 갖기도 했다. 한편, 낭송자는 배화교(조로아스터교)의 자료까지 동원하여 설득력 있게 설교했으므로 점차 대중적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3. 진정한 수피주의자가 되는 길 수피주의자는 자발적인 금욕과 가난을 포용하고 있으나 그 어느 것과도 일치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수피가 된 동기는 신의 징벌에 대한 두려움이나 보상에 두지 않아야 하고 오직 신에게 가까이 가는 길, 곧 신의 뜻에 자기 뜻을 굴복시키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믿음, 지식, 직관, 이 세 가지를 가지게 되는데 이 셋을 구비하면 참된 수피주의자가 된다. 첫째 단계에 있을 때(믿음), 그는 외모와 옷맵시에 있어서만 수피이고, 둘째 단계에(지식) 들어설 때 수피 냄새가 저절로 나는 것이고, 셋째 단계(직관)에 이르러야 진정한 수피가 된다고 주장한다.[10] 이제 직관 단계에서 수피는 신의 행동을 느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첫 단계는 금욕주의 단계라고 말 할 수 있고, 둘째 단계는 영지주의 단계라고 할 수 있고, 셋째 단계에 이른 사람 즉, 진정한 수피를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 이런 수피 사상이 지배층의 신학인 순니 체제와 그 간격을 넓혀가자 점차 반대에 부딪쳐 첨예한 대립이 되었다. 그래서 수피주의자들은 예언자의 하디스 가운데 신자의 검약성을 강조하는 구절을 과장 해설하여 금욕주의적으로 해석하였고, 반면에 이슬람 법학자들은 수피들의 극단적인 금욕주의, 속세이탈현상 및 수도원의 강조를 이슬람의 현실참여 정신에 위배된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즉, 수피들의 현세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는 이슬람 법학자들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점이었다. 이런 갈등 속에서 수피주의자들은 자기 길을 여전히 갔다. 매우 흥미로운 사실은 중근동 지방 전래 종교가 아닌 불교가 이 수피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즉, 왕위를 버리고 방랑생활을 한 부처의 이야기라든지, 압바스 왕조의 유명한 해학가 자히즈는 인도 스님들의 동냥 행각이 시리아까지 진출한 것을 생생히 기록하고 있다.[11] 이 스님들은 짝지어 다니면서 같은 곳에 두 번씩 자는 법이 없었으며 이 방랑생활에서 수련하는 목표는 성심, 순결성, 성실성을 함양하고 굶주림과 어려움 속에서 극기하는 데 있었다. 이와 같은 주변 환경 때문에 수피주의자들이 신비주의적 사상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4. 수피 종단 초기 수피들은 신비적 경험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독교의 정화의 길(수도원)에 상응하는 금욕적 도덕적 훈련으로 연속적 단계를 만들었다. 그러한 연속적 단계는 참회, 절제, 가난, 인내, 신에 대한 신뢰, 만족으로 일관해 왔다. 이런 훈련의 모델은 어디에서 카피해 왔는가? 이것은 영지주의자들과 헬라 철학 신 플라톤의 실천적인 훈련들을 통해 조화 시켰다.[12] 이러한 영향으로 인간성, 천사성, 힘, 신성 몰입(Absorption)에 의해 강화되었다. 이 몰입은 신과 합일될 때까지 우주의 진화 단계로 소급된다. 이런 운동이 12-13세기 기간에 종단으로 형성되어 전 이슬람 세계로 확신시켰다. 이런 종단 조직이 이슬람 역사에서 가장 흥미 있는 발전의 하나이다. 이 운동은 오스만 제국 설립 이후 16세기에 전성기를 맞는다. 모든 마을과 도시의 동업 조합 계층은 적어도 한 수피 종단에 속하고 심지어 도덕률 폐기론자들인 멜라미야파 조차도 행정의 고위직에 추종자를 갖고 있을 정도였다. 이렇게 많은 자들이 수피종단에 가입하므로 울라마가 정통파와 수피주의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고자 수피주의 내부의 개혁이 있었다. 이로 인하여 정통파 종단, 특히 낙시반디야(Nak iband ya)[13] 및 아나톨리아 종단인 칼와티야 (Khalwatiya)[14]를 비롯한 더 많은 종단들이 부흥과 확장을 이루었다. 이런 수피주의 사상은 17-18세기에 이르러 정통 교리를 주장하는 이슬람과 논쟁을 피하고 공존하는 상태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5. 민속 이슬람의 영역 민속 이슬람은 교리적인 것이 아니고 신비적이고, 경험적이기에 부모가 자녀들에게, 이웃이 친지에게 전수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규범이라는 것이 없다. 다만 자신들이 경험한 사실을 기초로 영적 세계에 몰입하고 무아경에서 병을 고쳐 주고 미래를 예언하는 데 만족을 느끼는 신앙이다. 주로 민속 이슬람인, 특히 수피즘에서 관심을 갖는 문제들이 있다. 1) 일상생할과 죽음에 대한 관심이다 이것은 삶의 긍극적인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다. 지금 여기서 무엇이 진행될 것인가? 나와 가족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이들은 천국과 성인 그리고 영들을 믿는 것이 죽음의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기에 매일 생활이 이런 단순한 삶 속에서 사는 것이다. 2)개인이나, 집단이 불행한 것인지, 안전 할 것인지에 관심이 있다. 인생이란 매일 불안하다. 질병, 전염병, 불임, 사고, 가뭄, 화재, 익사, 지진, 재난 등으로 에워싸였다. 이것들을 설명하기 위해 사람들은 흉안, 저주, 망령, 그리고 초자연적인 힘에 대하여 말하고 이것들을 막기 위해 부적, 호부, 점, 마술, 강신술, 살풀이와 그 밖의 의식들을 행한다. 3)인생의 성공과 실패에 관하여 알고자 한다. 가령 아들에게 맞는 배필을 어떻게 찾아 줄까? 사업의 성공, 도박의 승리, 대학 입시 합격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에 관심이 많다. 점, 예감, 점성술, 마술, 조상, 부족 신은 성공을 가져다주고, 저주, 해로운 마술, 마법사는 경쟁자와 적에게 실패를 가져다 준다고 믿는다. 4) 인생에 대한 성공적인 계획과 미지의 세계에 대해 알고자 한다. 누가 돈을 훔쳐 갔나?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 이번 사업의 투자가 성공할 것인가? 이런 문제의 답을 민속 이슬람에서는 점, 꿈, 신탁, 예감, 예언을 통해 안내를 받는다. 5) 인간 관계, 조상, 영, 신, 마귀 동물과 식물과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이때 풍년을 비는 의식, 배우자의 성실성을 검증하는 주술, 마법, 마술, 저주 등이 쓰인다. 이처럼 민속 이슬람은 일상 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둔다.[15] 6. 나가는 말 이슬람 세계에서는 이전부터 내려오던 자연 숭배, 즉 어떤 자연물을 의인화시켜 신으로 믿는 민족 종교가 있었다. 이런 것을 볼 때 대부분의 일반 무슬림은 그들의 삶 가운데 직접적인 민속 이슬람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들과 함께 살며 복음을 제시하려면 그들이 직면한 문제에 성경적인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 첫째, 하나님, 창조, 죄, 대속과 하나님 나라에 대한 신앙이 매일 매일 일상생활 속에서 뿌리내려야 한다. 둘째, 하나님은 끊임없이 그의 피조물을 다스리고 계신다는 사실을 증언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하나님이 인간과 우주 역사 속에서 간섭하신다는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이해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 넷째, 민속 이슬람이 권능,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우리는 하나님이 권능의 하나님임을 증거해야 한다. 다섯째, 민속 이슬람에 젖어 있는 자들을 선교하려면 참과 거짓을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상의 것들을 살펴보면서 수면에 떠있는 이슬람을 단편적으로 이해하지 말고 수면 밑에 있는 민속 이슬람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아직도 이 수면 밑에는 민속 이슬람, 즉 카리스마적 지도자 수피들이 이슬람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슬람 실체를 접근하는 것이 선교의 구체적인 길이다. 　 총신대학 신학대학원, 국립 마르마르대학교 대학원 역사학(MA), 동 대학원 (Ph.D., Cand), 현, 소아시아 14년 째 사역 중 -------------------------------------------------------------------------------- 참고문헌 김정위, 이슬람 사상사. 민음사, 1987. 최준식, 이희수역, 이슬람 그 역사적 고찰, 문덕사, 1993. 이슬람 연구소, 이슬람의 이상과 현실, 예영출판, 1996. 하지 사브리저(서정길역), 하디스, 한국이슬람중앙연합회출판, 1987. 박재옥, 땅끝까지(20호), 1997. 공일주, 이스마엘 우리 형제(19호), 민속 이슬람, 1994. 박홍규역, Edward 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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