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건 | 2014두47327 유족보상금부지급결정처분취소 |
원고, 상고인 | A |
피고, 피상고인 | 공무원연금공단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4. 11. 28. 선고 2013누52133 판결 |
판결선고 | 2016. 1. 28. |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공무원연금법 제61조 제1항에서 정한 유족보상금 지급요건이 되는 '공무상 질병'은 공무집행 중 그 공무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뜻하는 것이므로, 공무와 질병의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다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공무원이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 공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자살자의 질병이나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 · 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1두32898 판결 등 참조).
2.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의 남편인 망 B은 1991년경부터 중학교 교사로 근무해 왔고, 2012. 3. 1. C중학교로 전보되어 수학 수업(1주당 20시간)을 담당하면서, 처음으로 학생생활인권부장을 맡게 되었다.
이에 따라 망인은 학생생활인권부장으로서 등· 하교시 학생생활지도,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학교폭력예방교육 프로그램의 준비 및 실시, 학교폭력의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및 그 학부모들과의 면담 및 진술서 등 서류 작성, C중학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라 한다) 등의 개최 준비와 회의 참석, 학폭위 등에서 의결된 조치의 집행 등 새로운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나. 망인은 평소 성격이 활달하여 동료 교직원들과 잘 어울렸으며, 꼼꼼하고 책임감이 매우 강한 편이었다. 그런데 학폭위에서 몇 차례에 걸쳐 학생들에 대한 출석정지, 전학처분, 선도처분 등 조치가 내려지게 되자, 망인은 새로운 업무를 수행하면서 늘어난 업무와 스승으로서 학교폭력의 가해학생이나 피해학생을 지켜주지 못하였다는 자책감, 학교폭력에 관한 학생관리 소홀과 학폭위의 징계 결정을 탓하는 학부모들의 질책과 항의 등으로 인하여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2012. 7. 3.경 교장에게 학생생활인권부장의 업무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호소하며 보직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 2012. 9. 7.경 C중학교의 2학년 학생 12명이 1학년 학생 13명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하였다는 신고가 있어 망인이 가해학생을 면담하는 등 사실조사를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신고한 피해학생을 가해학생이 협박하는 일이 발생하여 피해학생의 학부모들이 학교폭력에 관하여 항의를 하였고, 가해학생들에 대하여는 출석정지 조치가 내려졌다.
9. 13. 개최된 학교폭력전담기구회의에서는 가해학생 중 남학생 6명은 학폭위에 회부하고, 여학생 6명은 학생선도위원회에 회부하여 훈계조치를 하기로 의결되었다. 이어서 9. 14. 제6차 학폭위가 개최되었는테, 당시 망인은 가해학생별로 조치를 달리하여야 하고 모두 전학조치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가해학생 6명 모두에 대하여 전학조치가 의결되었다. 당시 가해학생 중 여학생의 학부 모인 D이 위원으로서 학폭위에 참여하여 가해학생 학부모들과 피해학생 학부모들을 중재하려 한 것에 대하여 일부 피해학생 학부모들이 항의하는 일이 있었고, 학폭위 위원 중 변호사인 위원이 망인에게 학폭위 개최 당일 D에게 학폭위 심의에 참여할 수 없는 제척사유가 있음을 확인하였어야 한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그 다음날인 9. 15.에는 'D의 학폭위 참석 건은 지나칠 수 없는 일이므로 9. 17. 교육청에 진정서를 제출하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다.
라. 망인은 제6차 학폭위가 끝난 직후 동료교사 E에게 '너무 힘들다. 이번 학폭위는 너무 빨리 열려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고, 회의 과정에서도 절차 문제가 심각하였으며, 가해학생들을 너무 조직적 폭력 사건으로 몰아갔다. 특히 가해학생 6명 전원에 대한 강제 전학결정은 너무 심했다'라고 말하였고, 귀가하여 처인 원고에게 '아이들을 보내는 것이 능사가 아닌데 강제전학으로 분위기가 흘러가서 마음이 무겁다. 학폭위가 열려 너무 힘들었다'라고 말하였다. 한편 망인은 일요일인 9. 16.에도 출근하여 학폭위 의결에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였다.
마. 망인은 9. 17. 출근하여 학교폭력전담기구회의에 참석하였는테, 학폭위에서 의결된 가해학생 6명이 소속된 학교 축구부를 해체한다는 결정이 있었다. 망인은 09:45부터 10:30 사이에 예정된 수업을 진행하지는 못하였고, 12:20경부터 12:50경까지 학폭위 위원장 등을 만나 학폭위에 출석한 D 위원의 제척 문제 등에 관하여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제가 모두 책임지겠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그 후 망인은 13:30경 교무실에서 나갔다가 14:00경 C중학교 5층 화장실에서 나일론 줄에 목을 매어 매달린 채 동료 직원에게 발견되었고,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9. 23. 사망하였다.
바. 망인은 평소 건강하였고 2012. 7. 30.에 받은 건강검진결과에서도 '정상'으로 판정받았으며, 사망하기 전까지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적은 없었다.
3.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망인은 교사로서 약 21년간 근무하다가 2012. 3.경 학생생활인권부장을 처음 맡아 학생생활지도와 학교폭력 예방교육 실시, 학교폭력의 가해학생 등 면담과 진술서 작성, 학폭위 개최 준비와 회의 참가, 학폭위에서 의결된 조치의 집행 등 업무를 수행하면서 업무상 스트레스가 누적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에 망인은 7. 3.경 교장에게 학생생활인권부장을 그만둘 의사를 표시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점, ③ 그러던 중 망인은 9. 14. 개최된 학폭위에서 망인의 의견과 달리 가해학생 6명 전원에 대하여 무거운 징계인 '전학조치'가 내려진 바람에 가해학생, 피해학생 및 그 학부모들로부터 원망과 질책을 받아 심리적으로 상당히 위축되고, 스승으로서 가해학생이나 피해학생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정신적 자괴감에 빠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학폭위에 참가한 일부 위원의 참가 자격에 관한 분쟁까지 발생하여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망인은 평소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우울증세 등을 않은 전력이 전혀 없으며, 업무 외의 다른 요인으로 인하여 우울증세가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⑤ 망인은 9. 17. 출근하여 학폭위 위원장에게 학폭위 결정과 관련하여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곧바로 학교 화장실에서 자살을 시도하였고, 망인에게 자살을 선택할 만한 동기나 계기가 될 수 있을 만한 다른 사유가 나타나 있지 아니한 사정 등을 종합하면, 망인은 자살 직전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고통으로 급격히 우울증세가 유발되었고, 그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여지가 충분하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비록 망인에게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은 구체적인 병력이 없다거나 망인의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원심은 망인이 사회평균인 또는 망인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도저히 감내할 수 없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과중한 공무상 스트레스와 그에 따른 우울증에 기인하여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무상 재해에서의 공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