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한글박물관에서 하기에 적절한 전시인 사투리 특별전을 하고 있다. 1층 전층에서는 상설전을, 2층 전층에서 사투리 특별전을 한다. 방언이 아닌, 사투리 특별전이다. 가치판단이 내재된, 뭔가 폄하된 느낌으로 사용하는 사투리라는 용어, 그 특별전이어서 특별하다. '사투리는 못 참지!' 특별전의 제목이다. 사투리의 가치 개념이 달라졌는지, 사투리에 대한 이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지난번 1층 상설전에 이어 특별전을 살펴본다.
1. 박물관 대강
명칭 : 국립한글박물관
위치 :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139
전화 : 02-214-6200
관람일 : 2024.7.17.
입장료 : 무료
2. 둘러보기
'사투리는 못 참지' 우선 전시 제목이 잘 이해가 안 된다. 못 참고 해 버려야 한다는 말인지, 천박한 사투리 사용을 견딜 수 없다는 말인지, 한국어 모어 화자이면서 표준어 외에 또 하나의 방언체계를 가지고 있는 내가 사투리 특별전 제목부터 의미 파악하기 힘드니 웬 조화인지 모르겠다. 이 의문은 전시물을 다 보고도 해소되지 않았으니, 관람자의 문제라고만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전시 내용은 다채롭고 사투리에 대한 긍정의 시각이 가득하여, 행여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사투리에 대한 편견을 깨려는 노력을 많이 보인다. 7,80년대에는 가정부는 대부분 전라도 출신 여성, 어쩌다 경상도도 있었다. 깡패는 전라도 경상도 다 있었다. 어쨌든 사회 하층을 묘사하는 데는 호남이나 경상 방언을 구사하는 사람들이 주로 쓰여 입말이 신분 계층을 분별하는 기준으로 쓰이면서 소위 사투리는 무시당하는 분위기가 오랫동안 지배했는데, 이제는 모두 옛말이다.
사투리 경연대회가 있고, 사투리를 잘 구사하는 사람은 어떤 재능인보다 사랑받는 시대가 되었으니 수도권의 인구가 1/2이 넘는 시대에 사투리가 점차 밀려나 사라져가므로 보호 대상이 되어서이기도 하겠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언어와 함께 모든 인간이 대등하게 존중받는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생각되어 반가운 일이다.
사투리는 날로 사라져 간다. 학교교육으로 사라져가고, TV 시청으로 사라져가고, 수도권 집중으로 사라져 간다. 빈번한 왕래도 사투리의 중화에 한몫하고 있다. 지방에서 아이들의 사투리 또한 점차 약화되고 있다. 그러나 대세는 돌이킬 수 없다. 사투리 보호를 위해 역사를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 안타까운 일은 제주방언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는 제주방언 구사가 어렵다고 한다. 지역사회에서의 언어생활의 비중이 줄고, 표준어에 노출시간이 너무 길어진 것이 주요 요인이겠으나, 그 아래는 고향을 떠나야 하고, 외지인이 많이 들어와야 하는 생활 공간의 이동과 변화라는 사회적 요인이 있다.
언어는 그 자체로 문화이다. 문화를 담는 그릇이면서 동시에 문화이다. 사투리가 사라진다는 것은 한 문화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문화의 층위가 두터워야 사회 내적인 문화의 다양성과 깊이가 확보된다.
더 늦기 전에 사투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여 우리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와 다양한 문화적 층위를 보존하는 일이 시급할 터인데, 그런 면에서 이 전시회는 참으로 시의적절하면서 깊은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아래 특별전 전시 상황
3. 관람후
사투리가 쓰인 현대시, 방언학자의 피나는 방언 조사 등등 여러 국면의 사투리 사용 현자오가 보존에 대해 많은 자료가 전시되어서 방언의 현장을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현지인의 방언자료 그대로를 전사하여 풀어낸 전국 조사인 구비문학대계가 누락되었고, 전라방언의 보고인 판소리 자료가 누락되었다. 민요, 시조, 가사 등에도 많은 방언 자료가 들어 있는데 취급되지 않았다.
방언학자가 조사하여 밝혀내는 자료는 정지된 자료나 맥락이 거세된 파편적인 자료인 경우가 많다. 컨텍스트가 그대로 살아 있는 삶의 모습을 담은 방언을 통하여 방언을 수집하고 연구할 수는 없는 것일까. 국어사전만 해도 이런 고전 문학자료에서의 예문은 취급되지 않고 있다. 수많은 자료와 살아있는 자료, 역사적인 자료는 그대로 방기하고 방언학자들이 조사한 자료나 현대문학의 소략한 방언자료만 방언의 영역으로 다루면 방언의 재산은 형편없이 축소된다.
그래도 이러한 기획전을 자주 열리기를 바란다. 누구나 자신의 언어생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나의 표준어와 방언을 같이 사랑하고, 그것을 구사하는 자연인 나를 있는 그대로 평가하고 사랑할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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